한국, 불황 속 물가 고공행진 미 일 등 선진국 어떻게 극복했나?
현대경제연구원은 지난 5일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이 커지는 한국 경제’ 보고서를 통해 “최근 유가와 원자재 가격 상승 등 공급 측면 요인으로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지는데도 경기 회복 조짐을 보이지 않아 한국 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에 진입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스태그플레이션은 경기침체(stagnation)와 인플레이션(inflation)의 합성어로 물가가 상승하는 불황이란 뜻이다. 일반적으로 불황기에는 물가가 하락하고 호황기에는 물가가 상승하지만 최근 불황과 인플레이션이 공존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1970년대 세계 경제가 오일쇼크로 천정부지 뛰어오른 유가와 대부분의 물가가 급등하면서 자본주의 경제 역사상 처음 등장했다.
당시 미국의 경우 1970년대부터 1981년 사이 극심한 경기침체로 물가상승률은 15%까지 뛰고 실업률 역시 9%로 올라서는 등 어려운 상황을 맞이했다.
경기가 어려워지면 일자리는 줄어들고 일자리가 사라지면 소비가 감소한다. 이처럼 경기침체 속에 물가가 상승하면 구매력이 감소하는 등 연쇄효과로 인해 경기회복이 더 힘들어지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결국 스태그플레이션이 발생은 실업률과 물가상승률이 모두 상승하므로 국민들의 경제적 고통도 크게 증가하게 된다. 이 같은 스태그플레이션은 궁핍 지수 또는 고통지수로 표현하기도 한다. 고통지수가 높으면 높을수록 한 나라의 국민들이 체감하는 삶의 고통이 늘어난다는 의미다.
카터 대통령은 스태그플레이션을 해결하기 위해 1979년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으로 폴 볼커를 임명했다. 폴 볼커는 인플레이션만 잡으면 경제성장도 되고 고용증대도 이루어질 것으로 생각해 금리를 20%까지 올리는 초고금리 정책을 선택했다.
초고금리 정책으로 인해 2년 만에 물가는 정상치를 되찾았지만 경제성장은 마이너스대로 내려가고 실업률은 10% 수준으로 치솟아 미국 국민은 엄청난 고통과 희생을 감수해야 했다.
일본의 경우 1990년대 초반 도쿄를 중심으로 부동산 거품이 급속도로 빠지기 시작하면서 저성장흐름이 시작됐다. 이로 인해 중산층의 소비가 줄어들면서 내수시장이 얼어붙었고 기업들은 고용인력을 축소하고 투자를 감소해 스태그플레이션 위기에 봉착했다.
다만 일본은 정부 차원에서 총수요를 억제하고 오히려 복지를 늘려 급여소득자의 세 부담을 줄여주었고 탄탄한 제조산업을 기반으로 산업구조 경쟁력을 강화시켜 경제침체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을 했다.
중국은 덩샤오핑의 ‘흑묘백묘’ 경제정책으로 초고속 성장세를 보였다. 그러나 급속하게 성장한 경제만큼 물가도 치솟기 시작했으며 특히 부동산과 건설 부분의 거품으로 중국경제에 먹구름이 들기 시작했다.
2000년대 접어들며 중국 역시 부동산 거품이 빠지기 시작해 건설과 은행이 줄줄이 무너졌다. 중국 정부는 스태그플레이션을 저지하기 위해 경제성장을 억제하는 정책을 시도했다. 이로 인해 도시와 농촌 간의 빈부 격차가 커져 일자리를 찾기 위해 주요 도시에 사람이 몰리면서 실업률도 급증했다.
설상가상으로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와 2015년 중국 증시 폭락으로 인해 중국의 금융권마저 흔들리면서 국민들의 고통지수 역시 상승했다.
현재 우리 경제도 지난해 4분기 경제성장률이 전년 동기 대비 2.3%에 그치는 등 수요 측면의 물가 상승 압력이 낮은 상황이지만 1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은 2.0%로 51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또 체감 실업률도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해 실업률(3.7%)보다 7.7%포인트 높은 11.4%로 나타났다.
이처럼 한국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 국면에 접어들 수 있는 상황에 폴 볼커식으로 물가 상승을 막는다면 극단적이 경기침체와 더불어 국민의 고통지수도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6일 발표한 ‘KDI 경제동향’을 통해 “최근 우리경제는 투자가 완만하게 개선되고 있으나 민간소비는 둔화되면서 경기 회복을 제약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KDI는 “1월 소비자물가가 장기간의 낮은 상승세에서 벗어났지만 이는 수요 회복보다 공급측 요인에 주로 기인했다”며 “현 경기 상황에 대한 긍정적 신호로 해석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주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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