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 문 후보에 전략적 투표TK 등 보수 끝내 홍 후보 선택TV토론·과도한 네거티브 등 패착
국민의당에 따르면 안 후보는 22일간의 선거운동 기간 동안 약 7600km를 이동하며 유세를 펼쳤다. 호남·제주 9회, 영남 7회, 경기·인천 5회, 충청 4회, 강원 4회 등 전국 각 지역을 방문했다. ‘뚜벅이 유세’를 통해서는 총 5만9749걸음 41.25km를 걸으며 국민과 소통했다.
특히 선거 막판 승부수로 띄운 5일간의 ‘안철수 걸어서 국민속으로’ 캠페인은 새로운 방식의 선거운동으로 대중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기도 했다. 안 후보의 바람대로 대통령 선거는 전 국민의 축제가 됐다. 다만 축제의 주인공은 안 후보가 될 수 없었다.
대선을 완주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사실상 안 후보에게는 두 번째 고배와 다름 없다. 그는 18대 대선에서 후보직을 사퇴하고 당시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의 지지유세에 나선 바 있다. 다만 문 후보는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안타깝게 패했고 안 후보는 독자적인 정치세력화를 추진하게 된다.
지난해 2월 국민의당을 창당한 안 후보는 대선 경선과정을 거쳐 다시 한번 대선후보 자격을 얻게 된다. 이번 대선의 상대는 지난 대선에서 자신이 자리를 양보했던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였다. 한때는 동료로 문 후보의 지지율을 끌어올리는 데 기여했으나 이번에는 적으로 만난 셈이다.
출발은 좋았다. 5060세대를 기반으로 한 호남 지역의 지지층은 안 후보에게 큰 힘이 돼줬다. 여기에 ‘여당은 싫지만 그래도 문재인은 안 된다’는 생각을 지닌 보수층의 전략적 표가 대선 초반 안 후보에게로 쏠리며 ‘문-안 양강구도’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실제 초반 여론조사의 지지율은 30%대로 문 후보를 바짝 추격하기에 충분했다. 이 기세를 몰아 태풍이 될 줄 알았던 안풍(安風)은 차츰 힘을 잃기 시작한다. TV토론회가 시발점이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문 후보에 대한 과도한 네거티브 전략이 부메랑이 돼 돌아왔다는 주장이다.
대선을 14일 앞두고 진행된 대통령 후보간의 토론회에서 안 후보는 문 후보와 날 선 공방을 벌이며 ‘갑철수’, ‘MB아바타’ 등을 거론했다. 다음날 이 키워드는 포털 사이트 검색어 순위 상위에 올라 이러한 단어의 존재조차 몰랐던 사람들까지 알게되는 역효과를 얻게 된다.
실제로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는 25일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보수표가 넘어간 것은 가슴 아픈 일이지만 TV토론을 보고 그런 영향이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급기야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후보에 쫓기게 되며 양강구도도 무너졌다. 보수층의 표심이 홍 후보에게 옮겨간 탓이다. ‘1강 2중’으로 재편된 대선 구도를 안 후보는 끝내 뒤집지 못했다. 마지막까지 보수층에 표심을 호소했지만 결국 이들은 안 후보를 외면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이번 선거에서 안 후보는 홍 후보에게도 밀리며 정치적 입지도 좁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번 조기대선의 의미가 여권에 대한 심판론 색깔이 짙었던 만큼 패배의 충격이 상당히 클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박지원 대표에 대한 책임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대구·경북(TK) 지역은 물론 표밭이라 여겨졌던 호남 지역 민심까지 고개를 돌렸기 떄문이다.
안 후보는 이날 오후 10시 40분께 국회 헌정기념관에 마련된 개표상황실을 찾아 “국민의 선택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며 대선 패배를 사실상 승복했다.
뉴스웨이 이승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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