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조 공정위원장 취임후 집중 타깃···논의 급물살鄭 부회장 승계·순환출자 해소 위한 선택 폭 좁아일감몰아주기 규제 강화 여부에 따라 속도 낼 수도그룹 측은 “아직 정해진 바 없다”며 일단 선 그어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이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된 계기는 ‘재벌저격수’로 불린 김상조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 선임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 달 18일 내정 직후 가진 첫 번째 기자간담회에서 “순환출자가 지배권 승계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기업은 사실상 현대차그룹 하나 밖에 남지 않았다”며 현대차그룹을 직접 언급했다.
이 같은 발언 직후 재계에서는 현대차그룹 지배구조와 관련된 논의가 불붙었다. 주식시장에서는 관련 수혜주가 급등했고 증권사들도 앞다퉈 지주회사 전환 시나리오를 제시하는 등 지배구조 개편 이슈가 빠르게 확산된 것이다.
이에 대해 현대차그룹 측은 지주사 전환 계획이 없다며 선을 그었다. 실제로 김상조 위원장 발언 이후 지배구조 개편 기대감이 주가가 급등하자 공시를 통해 “지주사 전환 추진설에 대한 일부 언론보도는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을 내비치기도 했다.
하지만 여전히 업계에서는 현대차그룹이 어떤 방식으로든 지배구조 변화에 나설 밖에 없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장남인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으로의 경영 승계를 위해서라도 지배구조 개편은 피할 수 없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현재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는 ‘현대자동차→기아자동차→현대모비스→현대자동차’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형태를 취하고 있다. 현대차가 기아차 지분 33.88%를 가진 것을 비롯해 기아차는 현대모비스 지분 16.88%, 현대모비스는 현대차 지분 20.78%를 보유 중이다.
그룹 총수인 정몽구 회장은 현대차 지분 5.17%, 현대모비스 지분 6.96%를 갖고 있다. 반면 정의선 부회장은 현대차 지분 2.28%와 기아차 지분 1.7%만 보유하고 있을 뿐 현대모비스 지분은 한주도 갖고 있지 않아 핵심 계열사 지분이 매우 취득한 편이다.
정 부회장이 경영권을 승계하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기아차가 보유한 현대모비스 지분 16.88%를 취득하는 것이다. 이 경우 현대차와 기아차 등 주력 계열사를 모두 거느림과 동시에 2014년 이후 금지된 신규 순환출자구조 해소도 자연스럽게 해결될 수 있다.
문제는 비용이다. 현재주가(25만원대)를 감안한 현대모비스 지분 16.88%의 지분가치가 4조원을 상회한다. 때문에 시장에서는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 등 3개 회사가 투자부문과 사업부문으로 인적분할한 뒤 3개 회사의 투자부문을 합병하는 방식이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로 꼽힌다.
이렇게 되면 순환출자가 해소되는 동시에 합병 지주회사가 현대차와 기아차 현대모비스의 사업부문을 모두 보유할 수 있게 된다. 이 과정에서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해당 지주사 지분을 취득함으로써 자연스러운 경영권 승계도 가능하다.
다만 이 방식은 또 다른 상호출자가 발생할 수 있다는 문제가 있다. 기존 ‘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 간 순환출자구조는 해소되지만 현대모비스의 2대주주인 현대제철이 기아차를 최대주주로 두고 있어 인적분할시 새로운 지주사와 상호출자관계가 형성된다. 현행 신규순환출자금지법에 따르면 대기업집단이 새로운 순환출자 고리를 만들거나 기존 순환출자 고리가 강화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또 다른 방식은 정 부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현대글로비스 주식 매각 및 교환을 통해 현대모비스 보유지분을 늘리는 시나리오다.
정 회장은 현재 보유 중인 현대글로비스 주식을 매각해 지분이 하나도 없는 현대모비스 주식을 사들이거나 기아차가 보유 중인 현대모비스 지분과 교환한다. 이 경우에도 그룹 승계 주체인 정 부회장의 핵심 계열사 지배력이 확대되는 것은 물론 신규순환출자 해소 문제도 자연스럽게 해결된다.
하지만 여기에는 최근 논의되고 있는 일감몰아주기 제재기준 확대가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문재인 정부는 대기업 총수일가의 부당한 계열사 일감몰아주기 대책으로 제재기준이 되는 상장사 지분율 요건을 기존 30%에서 20%로 낮추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 만약 해당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게 되면 정 부회장은 내부거래 비중이 70%에 육박하는 현대글로비스 지분을 줄여야만 한다. 현재 정 부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현대글로비스 지분은 23.29%에 달한다.
때문에 재계 일각에서는 실제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 작업이 예상보다 길어질 것이라는 주장도 적지 않다. 일단 비용적으로 감수해야할 부분이 크고 주주동의 등 앞으로 해소해야할 안건이 산적한 만큼 무리하게 순환출자고리 해소나 경영권 승계에 나설 가능성 또한 높지 않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재계 한 관계자는 “순환출자 해소 과정에서 지분 매입 비용이나 증여세 등 오너 일가가 부담해야 할 비용이 만만치 않은 게 사실”이라며 “지배구조 개편 작업이 빠른 시일 내 구체화되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뉴스웨이 김민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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