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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큰 걱정거리는 공정위 재벌 때리기”

[2017 하반기 경제대전망]“가장 큰 걱정거리는 공정위 재벌 때리기”

등록 2017.07.02 10:33

이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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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저승사자’ 김상조, 재벌 ‘길들이기’ 돌입법인세·순환출자·금산분리·상법개정 등 수두룩‘乙 눈물’ 닦다 경제 망칠라···혁신성장 검토 필요

하반기 기업활동의 변수로 CEO들은 가장 먼저 공정거래위원회를 꼽았다. 김상조호가 닻을 올리고 개혁의 첫발을 내디뎠기 때문이다. 재벌과 관련해 ‘저격수’, ‘저승사자’ 등의 날카로운 별명을 보유한 김 위원장은 자타가 공인하는 재벌개혁 전문가다. 험난한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을 힘겹게 뚫고 임명됐지만 숨 돌릴 새 없이 곧바로 개혁 작업에 착수했다. 재벌 대기업들의 불공정 행위에 제동을 걸고 시스템 개선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다만 개혁이라는 명분 아래 자칫 지나친 규제 등으로 경제에 악영향을 초래할 위험성도 적지 않은 만큼 ‘양날의 검’을 신중하게 다뤄야 할 것이란 목소리도 나온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과 4대그룹 최고경영자들이 지난달 23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간담회를 갖고 있다. 사진=이수길 기자 leo2004@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과 4대그룹 최고경영자들이 지난달 23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간담회를 갖고 있다. 사진=이수길 기자 leo2004@

문재인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경제 검찰’인 공정거래위원회의 수장으로 내정할 때부터 재계에서는 적잖은 긴장감이 감지됐다. 시민사회에 머물던 시절부터 삼성 등 재벌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갖고 그에 기반한 활동에 주력해온 이력 때문에서다.

김 위원장은 이를 의식한 듯 내정 이후부터 “재벌개혁을 몰아치듯 하지 않겠다”, “재벌은 소중한 자산”, “기업 스스로 모범사례를 만들어가는 ‘포지티브 캠페인’ 방식으로 개혁하겠다”고 유화적 제스처를 보냈다. 기업을 압박하고 흔드는 과거의 재벌개혁 개념을 벗어나 현실적인 부분을 고려하고 완급을 조절하겠다는 뜻을 나타낸 것이다. 적어도 직접 메스를 들이대기 전 자발적 변화의 기회를 부여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자신의 별명을 증명하듯 취임 후 첫 행보에서부터 재벌을 상대로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지난달 23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삼성전자·현대자동차·LG·SK텔레콤 등 국내 4대 그룹 최고경영자(CEO)들과 만난 김 위원장은 “급변하는 경제 환경 속에 대기업 집단의 경영전략과 의사결정구조도 진화해야 함에도 사회와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 점이 없지 않았다”며 “소수의 상위 재벌그룹들은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는데 다수 국민의 삶은 오히려 팍팍해진 것은 뭔가 큰 문제가 있다는 의미”라고 질타를 쏟아냈다. 앞서 그는 “(재벌의 자정 노력이) 기대에 부합하지 않으면 공정위를 비롯한 행정부가 갖고 있는 모든 수단을 통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김 위원장의 지휘 아래 공정위는 신속하게 움직이고 있다. 공정위는 재벌 총수 일가의 부당 내부거래를 통한 사적 이익 추구 행위를 엄격히 차단하기 위한 목적으로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 기준이 되는 총수일가 지분율을 현행 상장사 30%, 비상장사 20% 이상에서 각각 10%씩 하향 조정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지난 3월부터 45개 대기업 집단의 일감 몰아주기 실태를 점검한 자료를 분석 중이다.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은 친척이 최대 지분을 갖고 있는 7개 회사를 계열사로 신고하지 않는 등 계열사 현황 자료를 10년 넘게 허위로 작성해온 혐의로 공정위에 의해 검찰에 고발됐다. 한화그룹은 김승연 회장의 아들 3형제가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는 한화S&C의 대주주 보유 지분을 대거 매각키로 했다. 한진그룹의 경우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이 IT 자회사 지분을 처분하고 5개 계열사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났다.

프랜차이즈업계의 ‘갑질’ 관행에도 제동이 걸렸다. 미스터피자 창업주인 정우현 MP 회장은 친인척이 운영하는 업체로부터 치즈를 가맹점에 강제 공급하면서 시중 가격보다 높은 대금을 받아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고 회장직을 사퇴했다.

김 위원장은 공정위가 현행법을 엄격하게 집행하고 행정력을 통해 해결할 수 있는 부분부터 먼저 하겠다는 계획이다. 여소야대 정국의 특성상 법을 뜯어고치거나 새로 제정하는 방법이 쉽지 않은 만큼 시행령과 고시 등 행정규제를 강화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공정위는 향후 법인세 인상을 비롯해 순환출자 해소와 금산분리 강화, 상법개정 등 다양한 카드를 검토할 것으로 관측된다.

범여권 전반이 똘똘 뭉치는 분위기를 형성하고 있는 것도 공정위에 힘이 실리는 이유 중 하나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김 위원장을 만난 자리에서 “국민들은 갑을 관계가 바로 잡히고 시장질서가 정상화되는 날을 손꼽아 기다려왔다”고 기대 섞인 격려를 건넸다. 김영주 최고위원은 “치밀한 재벌개혁 로드맵과 함께 엄격한 법집행에 힘써달라”며 “갑질로 피해를 보는 가맹점과 하도급업체, 영세 상인들의 입장에 서서 엄정한 법집행으로 재벌 대기업의 갑질을 근절해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최근 임명된 한승희 국세청장도 “대기업과 대재산가의 변칙적인 상속·증여는 그 과정을 면밀하게 검증해야 한다”며 “기업자금의 불법 유출과 사적 이용, 조세회피처를 이용한 역외탈세 등 지능적 탈세를 엄단할 것”이라고 말해 재벌개혁에 동조할 것임을 예고했다.

김 위원장이 기업에 대한 일방적인 제재보다는 소통에 주력하겠다는 방침을 수차례 강조하면서도 이처럼 확실한 ‘액션’을 취함에 따라 재계에서는 불안감을 완전히 털어내지 못하는 모양새다. 이 같은 우려에는 과도한 압박과 규제로 인해 기업 활동이 위축되고 경기 부진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에 대한 공포감이 깔려 있다.

<뉴스웨이>가 국내 주요 기업 CEO 100명을 대상으로 ‘하반기 경제대전망’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48%는 기업 경영에 있어 가장 큰 변수로 ‘새 정부 등 정치상황’을 꼽았다. 금리(24%)·유가(13%)·환율(10%)·노사문제(5%) 등 나머지 변수들과 맞먹는 수치다.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으로 정권교체가 이뤄지고 새로운 정부가 출범하는 등 정치적 혼란을 경계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다른 의미로는 여전히 정부 정책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여전히 적지 않음을 증명하는 대목으로도 분석된다.

‘어떤 규제가 기업 경영에 가장 타격이 클 것으로 보는가’라는 질문에는 ‘법인세 인상 등 세제 개편’이라는 응답이 56%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순환출자 해소(20%), 자회사 지분 의무보유비율 상향조정(13%), 금산분리 강화(6%) 등의 응답도 나왔다. 이는 모두 재벌개혁의 방법론으로 거론됐던 대표적 규제들이다.

규제강화 일변도의 정책이 계속될 경우 경기 변화에 대응해야 하는 기업들의 움직임도 움츠러들 수밖에 없는 것이 사실이다. 실제로 설문조사에서 저성장 장기화에 따른 기업들의 대책으로는 기술 및 제품 개발(41%)과 신흥시장 개척(32%) 등이 언급됐다. 이는 위축된 경영 상황에서는 성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방법들이다. 결국 ‘을의 눈물’ 닦아주기가 ‘갑 죽이기’로 잘못 이어질 수 있는 재벌개혁의 역기능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일각에서는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제시한 ‘혁신성장론’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그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불필요한 규제를 제거하고 기술 혁신을 이뤄 서비스 산업을 육성하는 성장 전략을 천명했다. 서민과 중산층의 소득을 늘리고 소비를 확대하는 내수 중심의 ‘소득주도 성장’과는 결을 달리한 것이다. 김 부총리의 혁신성장론을 실행하기 위한 조치로는 각종 규제 철폐를 비롯해 인허가 절차 간소화, 기업의 해외진출 지원 확대, 세제 혜택 등이 꼽힌다.

이는 김 위원장과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등에 의해 재벌개혁으로 쏠릴 수 있는 경제 정책의 중심을 잡아줄 수 있다는 기대를 받고 있다. 양쪽의 정책적 균형 유지에 ‘제이(J)노믹스’의 성패가 달렸다는 전망까지 나오는 배경이다.

뉴스웨이 이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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