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 주가급락에 6600억원 평가손실 산은-수은 의사결정 배경 의혹 휩싸여
8일 금융권에 따르면 KAI의 최대주주인 수출입은행은 최근 주가급락으로 약 6000억원의 평가손실을 내면서 재무건전성에 다시 빨간불이 들어왔다. 자본 확충을 위해 산업은행에서 긴급 수혈받은 KAI 주식 가치가 비리 의혹에 휩싸여 급락했기 때문이다.
수은은 지난해 5월과 올해 6월 두 차례에 걸쳐 산은으로부터 현물출자 방식을 통해 약 5000억원과 1조1000억원 등 총 1억6000만원 규모의 주식을 넘겨받았다. 대우조선해양 등 구조조정 지원 여파로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 하락이 우려되자 산은이 넘겨준 KAI 주식으로 자본금을 끌어올리기 위함이다. 지난 6월말 기준으로 수은이 보유한 KAI 주식은 2574만5964주로 지분율은 26.41%다.
하지만 이 같은 처방은 결과적으로 수은에 적잖은 손실을 불러왔다. KAI가 수리온 헬기 결함 등 방산비리 의혹과 분식회계 혐의에 휘말리면서 수은이 보유한 주식의 가치도 크게 떨어진 것이다. 취득 당시 주당 약 6만4000원이던 주식은 현재 4만원 아래로 곤두박질쳤다. 이로 인해 수은이 입은 손실도 6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에 금융권 일각에서는 자회사 관리·감독에 실패한 산업은행의 책임론이 불거진 한편 이덕훈 전 수은 행장을 향한 지적의 목소리도 흘러나오고 있다. KAI 지분 현물출자에 대한 의사결정이 이 전 행장의 재임 중 이뤄진 만큼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이유다.
이 전 행장은 국정감사 등 공식석상에서 현물출자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또한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과도 단독으로 면담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안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가 이뤄졌을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기도 했다.
문제는 현물출자의 대상으로 KAI 지분을 선정했다는 점이다. 특히 지난 2015년말 감사원이 KAI에 대한 감사에 착수한 뒤 검찰에 고발한 시점 이후에 지분이 옮겨가기 시작해 산은과 수은 사이의 현물출자 과정에 석연찮은 부분이 있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이와 관련해 수은 측은 산은과의 이해관계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일축했다. KAI가 우량기업인데다 분식회계 혐의도 2013년에 일어난 일이라 확인할 방법이 없었다는 해명이다.
그러나 지분을 넘겨받기에 앞서 충분한 검토가 없었다는 점은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수은은 그간 조선업 구조조정을 주도할 정도로 수주산업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갖고 있어 KAI의 분식회계 혐의를 충분히 찾아낼 수 있었을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향후 KAI에 대한 검찰 수사가 계속되면서 이번 사태의 책임을 둘러싼 산은과 수은의 공방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돼 이덕훈 전 행장에게까지 여파가 미칠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와 관련 수출입은행 관계자는 “회계규정에 따라 KAI 주식을 ‘지분법투자주식’으로 계상 중이어서 기업의 주가 등락이 곧바로 손익에 반영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다만 KAI의 기업존립에 영향을 미칠 만한 중대한 손실이 발생하는 등 손상차손 인식이 필요할 경우 결산시점에 평가손실을 재무제표에 반영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차재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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