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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손보험료 엉터리 책정···40만명 100억 더 냈다

실손보험료 엉터리 책정···40만명 100억 더 냈다

등록 2017.08.27 12:00

장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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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실손보험 감리 결과 발표표준화 전 상품 등 보험료 인하

권순찬 금융감독원 부원장보가 25일 ‘실손의료보험 감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사진제공: 금융감독원권순찬 금융감독원 부원장보가 25일 ‘실손의료보험 감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사진제공: 금융감독원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강화하는 일명 ‘문재인 케어’의 영향으로 실손의료보험료 인하론이 탄력을 받고 있는 가운데 보험사의 엉터리 가격 책정으로 약 40만명의 실손보험 가입자가 100억원 이상의 보험료를 더 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른 금융당국의 권고로 내년부터 일부 생명보험사가 상품 표준화 이전 판매한 실손보험의 갱신보험료가 약 15% 인하되고, 일부 손해보험사의 표준화 실손보험 보험료도 최대 2% 내려간다.

당국은 문제점이 확인된 보험사의 소명과 법 위반 여부를 검토해 소비자들이 추가로 낸 보험료의 환급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금융감독원은 실손보험을 판매 중인 24개 생명‧손해보험사가 2008년 5월 이후 판매한 상품을 대상으로 실시한 ‘실손보험 감리 결과’를 27일 발표했다.

이번 감리 결과에 따르면 21개 보험사에서 특정 상품 또는 연령에서 보험료 산출 기준을 불합리하게 적용하는 등 5가지 문제점(7개사 중복)이 발견돼 기초서류 변경을 권고했다.

변경 권고 유형은 △생보사 표준화 전후 상품간 요율 역전(9개사) △노후실손보험 보험료 결정 방식 불합리(10개사) △보험료 산출 시 손해진전계수(LDF) 적용 기준 불합리(6개사) △추세모형 적용을 위한 내부통제기준 미준수(1개사) △부가보험료(사업비 재원) 과다 책정(2개사)이다.

권순찬 금감원 부원장보는 앞선 25일 사전 브리핑을 통해 “문제가 있는 계약은 40만건 정도로, 전체 실손보험 계약에 비해서는 크지 않은 규모”라며 “보험료가 부당하게 책정되지 않았다는 것은 경험통계 등에 따라 최적 가정에 의해 보험료를 합리적으로 책정했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감리 과정에서 부당한 부분이 적발됐다”고 말했다.

이창욱 금감원 보험감리실장은 “현재 각 보험사에 기존 계약자들로부터 보험료를 얼마나 더 받았는지에 대한 소명을 요구한 상태”라며 “계약을 세부적으로 들여다봐야 알겠지만 최소 100억원 이상으로 추산된다”고 설명했다.

2008년 5월 실손보험 판매를 시작한 생보사 중 일부는 매년 보험료 갱신 시 2009년 10월 표준화 전 상품에 대해 통계량이 적다는 이유로 보험료를 동결했다. 이로 인해 보장률이 80%인 표준화 전 상품의 보험료가 보장률이 90%인 표준화 후 상품보다 높아졌다. 생보사들은 실손보험 표준화 전까지 20%의 자기부담률을 적용하다, 표준화 이후 10%로 하향 조정했다.

이 같은 보험료 역전 현상은 주로 60세 이상 고령층에서 발생했다. 표준화 전 실손보험에 가입한 고령층은 보장률에 비해 보험료가 과도하게 책정됐다는 게 금감원의 지적이다.

금감원은 표준화 이전 실손보험 가입자에게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표준화 전후 계약의 보험료 역전 현상을 해소토록 했다.

지난 2014년 8월부터 판매된 고령층 대상 노후실손보험은 안정적인 손해율 흐름에도 불구하고, 일반실손보험과 동일한 보험료 인상률을 적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노후실손보험은 자기부담률이 30%로, 비교적 안정적인 70%대 손해율을 유지하고 있다. 일반실손보험의 경우 자기부담률이 10% 또는 20%로, 손해율이 120~130%대에 달한다.

그러나 일부 보험사는 노후실손보험 판매 초기 경험통계가 없다는 이유로 일반실손보험 경험통계를 연계해 보험료를 산출했다. 이에 따라 손해율이 100%를 크게 밑도는 노후실손보험의 보험료가 지속적으로 인상됐다.

금감원은 노후실손보험 가입자가 피해를 입지 않도록 과도하게 산출된 위험률에 해당 가입자 집단의 속성을 반영해 조정하거나 경험통계 부족 시 보험료를 동결토록 했다.

또 일부 보험사는 보험료와 지급준비금 산출 시 LDF를 각각 다른 기준으로 적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손보험료 산정을 위한 장래 예상손해율 추정 시 보험사고 시점(사고연도)과 보험금 지급 시점(지급연도)간 시차가 있는 점을 감안해 LDF를 반영한다.

금감원은 동일한 상품에 대해 보험료와 지급준지금 산출 시 다른 기준의 통계를 활용하는 것은 일관성과 타당성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LDF 적용 기준을 내규 등으로 정하지 않은 채 임의로 적용하는 등 객관성도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금감원은 실손보험의 보험료과 지급준비금 산출 시 LDF 적용 기준이 사고연도 기준으로 일치되도록 변경하라고 권고했다.

일부 보험사는 올해 실손보험료를 산출하면서 회사의 자체 보험료 산출 지침을 준수하지 않고, 추세모형을 임의로 선정하기도 했다.

보험사는 실손보험 위험률 산출 과정에서 과거 위험 수준의 변화가 장래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 추세를 반영하기 위해 선형‧로그‧지수모형 등 추세모형을 이용한다.

해당 회사의 내규는 추세모형을 테스트해 전년 위험률 변동폭과 가장 유사한 모형을 선택하도록 하고 있으나, 테스트 절차를 생략하고 인상률이 높게 나오는 지수 모형을 선택해 보험료가 과다 인상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자체 지침을 따랐을 경우 질병(입원‧외래) 담보 추세모형이 현재와 다른 선형모형이 적용돼 보험료가 낮게 책정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금감원은 보험료 산출 관련 내부통제기준에 따라 추세모형을 제대로 반영해 실손보험의 위험률을 산출토록 했다.

실손보험에서 사업비 재원에 해당하는 부가보험료를 총 보험료의 40% 이상으로 책정해 예정사업비율이 지나치게 높은 보험사도 있었다.

보험사들은 평균적으로 총 보험료의 30% 내외를 부가보험료로 책정한다. 감리 대상 보험사의 부가보험료 비중은 30%이상‧35% 미만이 11곳으로 가장 많았고, 25% 미만인 회사도 2곳이었다.

금감원은 부가보험료가 과도하게 설정된 실손보험에 대해서는 신계약부터 합리적인 수준으로 조정할 것을 권고했다.

금감원은 요율 변경에 3~4개월의 기간이 소요된다는 점을 감안해 내년 실손보험료 조정 시 변경 권고 사항을 반영토록 했다.

이에 따라 내년 일부 보험사의 실손보험료 보험료가 인하되거나, 보험료 인상폭이 축소된다.

일부 생보사의 표준화 전 실손보험 계약 약 5만건의 갱신보험료는 약 15% 인하되고, 일부 손보사 표준화 실손보험 계약 약 33만건의 보험료는 0.5~2% 인하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생‧손보사가 노후실손보험 계약 2만6000건의 보험료를 동결 또는 인하할 것으로 전망된다.

권 부원장보는 “보험사의 보험료 산출 관련 내부통제가 강화되고, 합리적인 보험료를 책정토록 유도하겠다”며 “가격 자율화에 걸맞게 보험사의 책임성을 강화하고, 소비자 피해와 민원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보험사들의 불합리한 가격 책정으로 가입자들이 더 낸 보험료를 돌려받을 수 있을 지는 불투명하다. 환급 여부는 금감원의 감리 결과에 대한 보험사의 소명 내용과 보험업법 위반 여부에 따라 결정된다.

권 부원장보는 “보험료 소급 인하 또는 환급은 감리 결과에 대한 보험사의 소명을 들어보고, 법 위반 여부에 대한 검토 결과에 따라 필요성을 판단할 예정”이라며 “환급하는 것이 맞다면 소급 적용토록 권고하고, 소급 적용하지 않는 보험사의 경우 현장검사와 함께 금융위원회에 시정 요구를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뉴스웨이 장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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