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무역적자 주범으로 지목하는 자동차와 철강 업종은 최악의 경우 대미 수출 물량에 대한 관세와 상계관세 부과 등으로 타격이 우려된다. 미국이 관세 철폐를 요구하는 농업 분야도 개정협상 동향을 예의주시 하고 있다.
자동차와 철강은 대표적인 대미(對美) 수출품으로 분류된다. 지난해 대미 수출액 665억달러 가운데 자동차는 154억9000만달러, 철강은 26억8523만달러로 전체 수출액의 약 28%를 차지한다.
미국은 한미FTA에 따라 한국 자동차에 부과하던 관세(2.5%)를 2012년 협정 발효 후 2015년까지 4년간 유지하다가 2016년 폐지했다. 반면 미국 시장에서 일본과 유럽산 자동차의 관세율은 2.5%다.
한국산 자동차는 관세 측면에서 이점을 누려왔던 만큼 FTA 개정협상 과정에서 관세가 부활하면 가격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
다만 미국 자동차 업체들의 한국 수출도 불리해질 공산이 크다. 한국 시장에서 미국 자동차의 관세율은 FTA 발효 전 8%였지만 현재는 완전히 없어졌다. 미국산 자동차의 국내 수입량은 2만8361대에서 6만99대로 4.4배 급증했다.
미국은 한미 FTA ‘불공정성’의 대표적인 예로 우리나라 철강 수출을 지적하고 있지만 한국산 철강제품의 대미 수출액은 FTA 체결 이전보다 오히려 감소했다.
FTA가 정식 발효된 2012년 국내 철강회사들의 대미 철강제품 수출액은 36억8000만달러였으나 지난해 26억8000만달러로 10억달러나 줄었다.
또한 철강은 세계무역기구(WTO)의 무관세 협정에 따라 한미 FTA 발효 이전인 2004년부터 미국에 무관세로 수출되고 있기 때문에 한미 FTA와는 관련이 없다.
오히려 미국에 수출하는 한국산 철강의 81%가량이 이미 반덤핑 및 상계관세를 적용받고 있다.
업계에서는 한미 FTA 개정협상으로 추가적인 반덤핑·상계관세가 적용되는 것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공급 과잉·수요 감소라는 업황 악화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전체 수출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대미 수출이 줄어들 경우 실적에도 곧바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농업계는 미국의 시장 추가 개방 요구로 긴장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미국은 미국산 농산물에 대한 한국의 관세를 당장 없애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 정부는 한미FTA 체결 당시 578개 품목은 발효 즉시 관세를 철폐했지만 나머지 1499개 품목은 짧게는 2년에서 길게는 20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철폐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이에 따라 현재까지 관세가 남은 농산물은 545개 품목으로 추정된다.
대표적인 품목은 쇠고기로 협상 체결 당시 15년에 걸쳐 관세를 철폐하기로 했다. 치즈와 버터, 설탕, 호두, 닭고기, 사과, 배, 마늘 등도 아직 관세 기간이 남아있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쌀을 포함한 농업 분야는 절대 양보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거듭 강조해왔던 만큼 양측이 첨예하게 대립할 전망이다.
뉴스웨이 강길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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