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인사에 쏠린 눈]삼성전자 사장단 물갈이 불가피···물망 오르는 차기 경영자는?

2009년 이후 ‘역대급’ 세대교체 예상돼

인사 시기도 이르면 이달중으로 빨라져

윤부근·신종균 동반 사퇴 가능성도 거론

‘세대교체’에 방점···조직개편 이어질듯

사진=이수길 기자 [e-mail]

삼성의 인사 시계가 빨라지고 있다.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의 용퇴 결정이 그룹 전체 사장단인사를 촉발한 셈이다. 삼성은 미래전략실을 해체한 이후 계열사별로 인사를 단행한다. 삼성전자가 그룹 주력 계열사인 만큼 전자를 시작하면 전 계열사가 동참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인사의 폭은 ‘역대급’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사장단 인사를 건너 뛰었던 만큼 인사적체가 나타나고 있고 권 부회장의 사퇴로 인한 세대교체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권 부회장이 사퇴를 밝히면서 “지금이 바로 후배 경영진이 나서 비상한 각오로 경영을 쇄신해 새 출발할 때”라고 언급한 것도 세대교체를 예상케 한다.

인사 시기도 빨라질 가능성이 높다. 당장 DS(부품)부문과 삼성디스플레이의 대표 자리가 공석이 됐기 때문이다. 권 부회장이 내년 3월까지는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직을 수행하기로 했지만 DS(부품)부문 사업책임자 자리는 내려놓기로 했다. 겸직하고 있는 삼성디스플레이 대표이사직도 사임한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이르면 이번달 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왼쪽부터 권오현 부회장, 신종균 사장, 윤부근 사장.

세대교체가 화두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 윤부근 CE(소비자가전)부문 대표와 신종균 IM(IT·모바일)부문 대표의 동반 사퇴 가능성이 주목된다. 10년 전에도 비슷한 상황이 있었다. ‘삼성 특검’ 여파로 이건희 회장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나고 삼성전자를 이끌던 윤종용 부회장도 쇄신을 위해 퇴진했다. 이후 이기태 부회장과 황창규 사장 등 핵심 수뇌부도 동반퇴진을 결정했다.

이건희 회장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당시 상황은 이재용 부회장이 구속 상태인 현재 시점과 맞물리고 있다. 이에 따라 2009년 ‘인사태풍’이 올해 재현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결국 권 부회장을 시작으로 삼성전자를 이끌어왔던 핵심 수뇌부도 퇴진을 결정하면서 혁신을 위한 세대교체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삼성전자 3개 사업부문을 책임질 다양한 후보들은 벌써부터 물망에 오르고 있다. 권 부회장의 후임으로는 김기남 반도체총괄 사장이 유력하다. 또한 반도체총괄 사장는 진교영 메모리사업부장(부사장), 강인엽 LSI사업부장(부사장), 정은승 파운드리사업부장(부사장) 등 반도체부문 3개 사업부 수장 가운데 한명이 유력시 되된다.

왼쪽부터 김기남 사장, 고동진 사장, 김현석 사장.

삼성디스플레이 대표도 서둘러 선임해야 한다. 이에 따라 2개 사업부를 책임지고 있는 이동훈 OLED(유기발광다이오드)사업부장(부사장)과 한갑수 LCD(액정표시장치)사업부장(부사장) 가운데 한명이 대표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 2015년 OLED와 LCD 사업부를 분리하면서 두 사람을 각 사업부 수장으로 선임했다.

윤부근 사장과 신종균 사장이 물러나게 된다면 CE부문 대표는 김현석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사장)이, IM부문 대표는 고동진 무선사업부장(사장)이 맡게 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달 독일에서 열린 ‘2017 IFA’에 윤 사장이 김 사장과 윤 사장을 대동해 눈길을 끌었다. 또한 고 사장은 이미 전략 스마트폰 신제품 발표회 때마다 프레젠테이션을 직접 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외부 수혈 등 깜짝인사를 예상하기도 한다. 하지만 사업부를 맡는 경우라면 몰라도 사업부문 전체를 대표하는 자리에는 순혈 주의를 내세울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특히 반도체 부분은 매분기 최대 실적을 경신하고 있는 상황에서 외부 경쟁사사에서 인재를 찾기가 오히려 어려울 정도다. CE와 IM 역시 무난한 실적을 기록하고 있는 상황에서 내부 인재를 순차적으로 등용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각 사업부 대표가 선임된 이후에는 순차적으로 후속 임원인사가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왼쪽부터 진교영 부사장, 강인엽 부사장, 정은승 부사장.

삼성그룹은 미래전략실을 해체한 이후 각 계열사의 인사는 이사회를 통해 진행한다. 하지만 계열사간 이동도 있을 수 있는 만큼 삼성전자 이후 전 계열사가 인사시즌에 돌입할 가능성이 높다. 먼저 삼성전기, 삼성SDI 등 전자 계열사의 인사가 뒤따르고 이후 삼성물산, 삼성생명 등 주요 계열사를 중심으로 관련 계열사들의 인사가 도미노처럼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의 사장단인사를 통해 미래전략실 출신 임원이 본격적으로 경영에 복귀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도 나온다. 지난 3월 미전실 해체로 안식년에 들어갔던 전략1팀 소속의 김용관 부사장이 최근 삼성전자로 복귀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전실 인사지원팀장이었던 정현호 전 사장의 복귀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올해 사장단인사가 이뤄진 이후 대규모 조직개편이 이뤄지는 것도 확실시 된다. 삼성전자의 경우 윤 전 부회장이 물러난 이후 조직개편을 통해 4개 사업(디지털미디어·정보통신·반도체·LCD) 총괄 체제에서 2개 부문(DMC부문·DS부문) 체제로 변경한 바 있다. 이후 최지성 전 부회장과 이윤우 전 부회장이 ‘투톱 체제’가 구축된 바 있다.

또한 미래전략실을 대신할 컨트롤타워의 부활 가능성도 꾸준히 제기된다. 미전실 출신 임원들의 복귀 움직임도 컨트롤타워 부활 가능성을 보여준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도 컨트롤타워의 필요성을 피력할 만큼 삼성이 이에 부응할 가능성이 크다. 삼성이 전자, 물산, 생명의 ‘삼두체제’로 가고 있는 만큼 새로운 컨트롤타워는 이들 3개 회사의 ‘CEO 협의체’ 등의 형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