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그룹 가운데 지배구조 개편 작업 가장 더뎌오너 지분 강화vs지주사 전환 밑그림조차 안나와‘9인체제’ 부회장단 인적쇄신 목소리도 꾸준히 제기재계 일각선 “정몽구 회장 결단해야” 지적
이 가운데 삼성그룹에 이어 재계서열 2위인 현대자동차그룹의 경우 발등의 불이 떨어진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적지 않다. “기업 자율에 맡기겠다”며 김상조 위원장이 제시한 자발적 개혁 시한이 다가오고 있지만 지배구조 개편 작업이 가장 더디고 이에 따른 조직 내 세대교체 시기도 늦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현재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지배구조를 이루고 있다. 여기에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현대모비스 6.96%, 현대자동차 5.17%를 보유하며 그룹 전체를 지배하고 있다.
순환출자에 대한 김상조 위원장의 입장은 확고하다. 경영권 방어를 목적으로 조성한 순환출자는 반드시 해소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김 위원장은 취임 직후 대기업의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해 현대차그룹을 직접 지목해 언급한 바 있다. 당시 그는 “순환출자가 지배권 승계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기업은 사실상 현대차그룹 하나 밖에 남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지난 8월에도 김 위원장은 “현대차그룹의 복잡한 순환출자 구조가 커다란 지배구조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만큼 순환출자 해소를 서둘러야 한다”며 “당장 순환출자 문제를 해소할 순 없겠지만 회사 측도 해결 방안을 찾기 위해 노력중”이라고 재차 언급하기도 했다.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선 작업은 지지부진하다. 기존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할 수 있는 다양한 시나리오가 제기되지만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적지 않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된다는 게 재계 안팎의 공통된 반응이다.
현재 현대차그룹이 사용할 수 있는 카드로는 기아차가 보유한 현대모비스 지분을 오너일가가 매입하거나 현대차와 기아차, 현대모비스를 분할·합병해 지주사를 세우는 방안 등이 꼽힌다.
전자의 경우 순환출자고리를 해소하는 것은 물론 오너일가의 지배력 강화도 꾀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가장 단순한 방식으로 분류된다. 다만 3조원이 넘는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오너일가가 보유한 현금 및 그룹 계열사 지분 매각이 필요하다는 점이 부담이다.
지주사를 설립해 주요 계열사를 거느리는 방식 역시 쉽지 않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해당 지주사 지분을 취득함으로써 자연스러운 경영권 승계도 가능하지만 다른 계열사 간 상호출자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이를 모두 해소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후속조치가 뒤따라야만 한다.
지배구조 개편이 속도를 내지 못하면서 세대교체 작업도 차일피일 미뤄지는 모습이다. 현재 현대차그룹 부회장 직급은 총 9명으로 정의선 부회장을 비롯해 김용환 전략기획담당 부회장, 이형근 기아차 부회장, 윤여철 현대차 노무담당 부회장, 양웅철 연구개발 총괄담당 부회장, 권문식 연구개발본부 부회장, 우유철 현대제철 부회장,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 김해진 현대파워텍 부회장 등이다.
이 가운데 정의선 부회장과 정태영 부회장을 제외한 나머지 인사들은 정몽구 회장과 오랜 시간 함께 일한 ‘가신(家臣)’ 그룹으로 분류된다. 회사 경영에 누구보다도 밝은 경륜을 지녔지만 치열한 글로벌 경쟁에 과감하게 도전하는 신선함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앞서 삼성그룹은 사장단 인사를 통해 50대 경영진을 전진배치하는 등 세대교체를 단행했다. 실질적 오너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된 상황임에도 예상을 뛰어넘는 파격적인 결정을 내렸다.
결국 지배구조와 세대교체 등 그룹이 처한 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오너인 정몽구 회장의 결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1938년생인 정 회장은 고령의 나이에도 경영상 주요 결정을 직접 내릴 만큼 회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이다.
정 회장이 아들인 정의선 부회장에 대한 승계 작업을 명확히 할 경우 그룹 지배구조 개편도 급물살을 탈 수 있다. 이를 통해 정 부회장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동시에 인적 쇄신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 또한 일정 부분 충족시키는 효과를 볼 수 있을 전망이다.
이에 대해 재계 한 관계자는 “오너 공백 중인 삼성을 제외하면 SK와 LG, 롯데 모두 경영권 승계나 지배구조 문제 모두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다”며 “불확실성을 해소할 수 있는 과감한 결정이 필요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뉴스웨이 김민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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