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항소4부는 이모씨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국가가 1000만원과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30번 환자인 이씨는 2015년 5월 22일 발목을 다쳐 대전의 대청병원에 입원했다가 16번 환자가 같은 병실에 입원해 메르스에 걸렸다. 16번 환자는 메르스 최초 감염자인 1번 환자가 입원했던 평택성모병원 8층 내 다른 병실에 입원해 메르스에 옮았다.
1번 환자와 16번 환자 모두 4명 이상에게 메르스를 전파한 ‘슈퍼전파자’다. 1번 환자는 28명, 16번 환자는 23명에게 바이러스를 감염시켰다.
30번 환자는 메르스 완치 판정을 받은 뒤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1심은 국가의 과실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항소심은 국가가 초기 방역에 조금만 더 주의했다면 1번 환자에서 16번 환자, 또 30번 환자 순으로 이어진 감염 경로를 차단할 수 있었다며 국가 과실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우선 1번 환자가 삼성서울병원에서 최초 의심환자로 신고됐을 때 질병관리본부가 진단검사나 역학조사를 지연한 과실을 인정했다.
삼성서울병원 의료진은 1번 환자가 중동 지역인 바레인을 다녀왔다며 같은해 5월 18일 오전 의심환자 신고를 하고 진단검사를 요청했다. 그러나 질병관리본부는 바레인이 메르스 발생 국가가 아니라는 이유로 검사 요청을 거부했다.
질병관리본부는 다음날인 19일 오후에야 병원에 역학조사관 1명을 보내 2시간가량 조사했다. 그날 저녁 1번 환자의 검체를 채취했다. 1번 환자는 다음날인 5월 20일 오전 6시에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았다.
재판부는 1번 환자의 확진 후 그가 거쳐 간 병원들에 대한 역학조사도 부실하게 이뤄졌다고 밝혔다. 질병관리본부는 1번 확진 환자가 5월 15일∼17일 입원해 있던 평택성모병원에 5월 20일과 21일 역학조사관 3명을 보냈다.
역학조사를 통해 1번 환자와 밀접하게 접촉한 이들에게만 격리 등을 조치했다. 의료진 등 병원 직원들, 1번 환자와 같은 병실을 사용한 환자, 1번 환자가 이동한 접수창구 등에서 접촉한 이들이 대상이다.
이후 시일이 지난 5월 28일 평택성모병원에서 1번 환자와는 다른 병실을 쓴 6번 환자가 확진 판정을 받았다. 질병관리본부는 그제서야 1번 환자와 같은 병동에 입원했던 환자나 보호자로 조사범위를 확대해 5월 30일 16번 환자를 추적했다.
재판부는 이런 사정을 토대로 만약 1번 환자가 의심 신고됐을 때 곧바로 제대로 된 조사가 이뤄졌다면 16번 환자의 추적 시기를 앞당겼을 것으로 판단했다. 또 평택성모병원 내의 접촉자 조사만이라도 제대로 이뤄졌다면 대청병원에서 30번 환자와의 격리가 이뤄졌을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한 것이다.
뉴스웨이 전규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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