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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와 닮은꼴 광물공사 통폐합

LH와 닮은꼴 광물공사 통폐합

등록 2018.03.08 08:24

수정 2018.03.08 10:31

주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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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물자원공사, 유관기관과 통폐합 가닥국책사업 부채, 노조 반발 등 공통점LH 통폐합 후에도 부채 해결 방안 없어광물公 통폐합 시 적자 공기업 우려 시선

광물자원공사 본사 사옥(左) 한국토지주택공사 본사 사옥(右)광물자원공사 본사 사옥(左) 한국토지주택공사 본사 사옥(右)

이명박 정부 시절 무리한 해외자원개발로 자본잠식에 빠진 한국광물자원공사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최근 해외자원개발 혁신 TF가 광물공사를 유관기관과 통합하는 방안을 주무 부처에 권고했기 때문이다. 이같은 상황은 과거 한국토지주택공사(LH) 통합 과정과 여러모로 닮은 모습이다.

공기업의 해외자원개발사업에 대한 개선 방안을 마련 중인 ‘해외자원개발 혁신 TF’가 지난 5일 제3차 전체회의를 개최하고 광물공사를 유관기관과 통합하는 방안을 산업통상자원부에 권고했다. TF는 권고안에서 통합 대상 기관을 명시하지 않았지만, 이전 회의에서 한국광해관리공단과 통합하는 방안도 거론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TF 권고안을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서 심의·의결할 계획이며 이 과정에서 대상 기관을 결정할 방침이다.

이러한 광물자원공사 통폐합 전망은 과거 LH가 통폐합하던 모습과 매우 흡사하다. 한국토지공사와 한국주택공사는 부채의 규모가 천문학적인 수치에 이르러 결국에는 정치적인 결단으로 2009년 10월 1일 자로 LH로 통폐합돼 출범했다. 당시 주택공사와 토지공사의 통합 공사 출범에 가장 큰 장애물 중 하나는 부채 문제였다. 통합되기 전 양 기관의 부채는 주택공사가 51조8200여억원, 토지공사가 33조9200여억원에 달했다.

아울러 택지나 아파트 분양 선수금 등을 제외한 금융 부채도 주택공사가 41조3700여억원, 토지공사가 13조6700여억원에 이르러 통합 후에 거대 부실 공기업만 만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그러나 결국 통폐합을 강행한 끝에 LH라는 공룡 공기업으로 출범했다. 이후 LH 재무상황을 살펴보면 2011년 130조원, 2012년 138조원, 2013년 142조원으로 계속 부채는 늘어났고, 지난해 130조원으로 통합 당시와 비슷한 수준인 것으로 확인됐다. 꼬박꼬박 갚아야 하는 금융부채는 2011년 98억원에서 지난해 77억원으로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큰 액수다.

LH 재무재표.LH 재무재표.

빚과 이자가 지금처럼 유지된다면 각종 사업을 진행하는 데 차질을 빚는 것은 물론 공사의 존립 자체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 출범 당시 택지개발 등 중복된 업무를 조정하는 등 구조조정을 통해 부채를 감축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전혀 나아진 게 없는 상황이다. 관련 업계 관계자는 “공기업이 아니라 일반기업이었다면 진작에 망하고도 남았다”면서 “LH 통합 당시 부실기업이 될 것이라는 우려에도 결국 통폐합을 강행했고 100조가 넘는 빚은 여전히 청산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물론 광물자원공사의 부채 5조원과 100조원이 넘는 LH를 비교하기는 사실상 어렵지만 적어도 토지공사와 주택공사가 나뉘어 운영할 때보다 LH로 통합 이후 빚이 늘어난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즉 광물자원공사도 통폐합될 경우 현재보다 빚이 늘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해외자원개발 TF는 광물자원공사가 통폐합될 경우 자본잠식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광물자원공사가 관리·감독권을 쥐고 있는 해외자원개발 사업은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등에 이관해 매각 작업을 추진시키고 나머지 부채에 대해서는 정부 출자로 해소할 것이라는 판단이다.

LH와 광물자원공사는 지난 정부의 폐해를 직격탄으로 맞은 공기업인 점도 비슷하다. LH는 노무현 정부 때 추진한 과도한 국책사업을 떠맡으면서 부채가 급증했다. 국민임대주택 건설과 세종시, 혁신도시 등 신도시, 미군기지 이전, 각종 산업단지와 택지개발 등이 단기간에 집중되면서 2000년만 해도 5조 원가량에 불과했던 연간 사업비가 2006년엔 30조 원 안팎으로 늘었다. 그만큼 빚도 빠른 속도로 쌓인 것이다.

광물공사 재무재표.광물공사 재무재표.

광물자원공사 또한 이명박 정부 시절 해외자원개발 사업으로 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난 상황이다. 현재 광물자원공사는 해외자원개발 사업 부실로 부채 규모가 2008년 5000억원에서 2016년 5조2000억원으로 급증해 완전자본잠식에 빠졌다. TF에 따르면 광물자원공사는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7403억원 외에 내년 9610억원, 2020년 7355억원, 2021년 1조1843억원 등 총 5조2595억원의 차입금과 사채를 갚아야 한다. 누적 회수액(5000억원)은 총 투자액(5조2000억원)의 10% 수준에 불과하며 확정된 누적 손실액(19억4000만달러)은 총 투자액의 41% 수준이다.

LH 합병 당시 양 공사의 노조들 반발이 들고 일어났던 점 역시 비슷하다. 당시 주택공사와 토지공사 노조들은 인력 감원, 부채 처리 문제, 기능 조정, 본사 이전지 등을 두고 대립했다. 그 결과 LH 안에서 주택공사 출신 노조, 토지공사 출신 노조, LH 통합 노조 이렇게 세 노조가 생겨 지금까지 좀처럼 화합이 잘 안 되는 상황이다.

광물자원공사와 광해관리공단 노조도 해외자원개발 TF의 권고안에 대해 반발이 심한 상태다. 광물자원공사 노동조합은 성명에서 “조합원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강제적이고 인위적인 인력 구조조정 방안에 대해 그 어떠한 논의도 거부한다”고 말했다. 광해관리공단 노동조합도 “근본적인 부채 해결방안 없이 동반부실을 초래하는 기관통합안에 절대 반대한다”며 “이전 정권 적폐의 산물인 부실 해외자원개발의 책임을 떠넘기지 말고 책임자 처벌과 국민 상식에 맞는 구조조정방안을 시행하라”고 주장했다.

이처럼 광물자원공사와 광해관리공단의 무리한 통폐합은 결국 제 2의 LH 같은 부실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 한 전문가는 “LH 부채가 커진 가장 큰 원인은 중복투자였고 그런 병폐를 없애자고 통합했지만 지금도 과거와 사업 방식이 비슷하다”며 “통합 당시의 목적에 맞게 중복 사업을 줄이고 민간에서 하지 못하는 공공임대주택사업, 토지비축사업 같은 공익사업에 집중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공기업 부채는 스스로 번 돈으로 갚지 못하면 결국 정부가 상환을 책임져야 하고 국민의 세금부담으로 돌아오게 된다. 그렇지 않아도 정부 지출을 줄여 재정을 건전화하는 것이 당면 현안인 상황에서 이들의 부채 급증은 결코 간과할 일이 아니다. 더욱이 지자체와 이들의 산하 지방공기업들이 빚더미에 올라 정부에 큰 부담이 되는 현실을 고려하면 무리한 통폐합은 또 다른 거대 부실 공기업을 양산하는 일이 될 수도 있다.

뉴스웨이 주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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