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 장악 못해” 노조 주장대로금감원 직원들 당황감 속 언급 자제하나금융 검사 보복성 논란도 부담일부 직원 일정 취소 등 몸 사리기
지난해 최흥식 전 금감원장 선임에 반발했던 노조의 주장이 현실화되면서 금감원 내부에는 침묵이 흐르고 있다.
특히 금감원이 피감기관인 하나금융지주와의 힘겨루기에서 밀린 것으로 비쳐지면서 자존심을 구긴 직원들은 한숨을 내쉬고 있다.
윤창의 금감원 중소서민금융담당 부원장보는 지난 13일 ‘카드사 영업관행 개선 방안’ 관련 브리핑에서 제2금융권 채용비리 점검 진행 경과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최 전 원장의 채용비리 의혹을 의식한 듯 “제2금융권 전체를 담당하고 있지 않아 대답하기 곤란하다”며 말을 아꼈다.
청와대는 이날 저녁 최 전 원장이 전날 제출한 사표를 수리했다. 최 전 원장은 2013년 하나금융 사장 재직 당시 친구 아들의 하나은행 채용에 특혜를 줬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금감원 직원들은 최 전 원장에 대한 의혹이 낙마로 이어지자 관련 언급을 극도로 꺼리고 있다.
금감원 노조는 지난해 9월 최 전 원장이 금감원장으로 내정되자 부적합한 인사라며 강력히 반발했다.
노조는 “금융시장 안정을 도모해야 하는 금감원장 인사가 오히려 시장에 혼란을 주고 있다”며 “청와대가 최흥식 대표를 금감원장에 내정한 것은 감독기구의 독립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판단”이라고 비판했다.
당시에도 최 전 원장을 둘러싼 의혹의 발단이 된 하나금융 사장 이력이 도마에 올랐다.
노조는 “하나은행이 최순실과 정유라를 지원하기 위해 불법대출을 하고 그 조력자가 승진한 게 최근의 일”이라며 “이에 대한 검사 결과가 발표되지 않은 가운데 하나금융 사장 출신을 금감원장으로 임명하는 것은 적폐청산이라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실제로 최 전 원장이 하나금융과 관련된 의혹으로 자리에서 내려오자 직원들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서울 여의도 금감원 본원 9층에 위치한 흡연구역을 찾은 직원들은 조심스러운 말투로 걱정 섞인 대화를 주고받는 모습을 보였다. 최 전 원장에 대한 얘기를 하다가도 주변에 다른 사람이 지나가면 서둘러 대화를 마무리하기도 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감원 내부에는 최 전 원장 사임 전부터 비트코인 내기 발언 등 돌출 발언을 놓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았다”며 “채용비리 의혹에 대한 대응과 처신에도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금감원이 특별검사단을 구성해 하나금융과 하나은행에 대한 검사에 돌입한 가운데 보복성 검사라는 논란이 번지면서 직원들의 부담은 가중되고 있다. 최성일 전략감독담당 부원장보를 단장으로 한 특별검사단은 오는 4월 2일까지 15영업일간 최 원장이 연루된 2013년 채용비리 정황을 들여다볼 예정이다.
이 같은 논란은 하나금융 또는 계열사에 대한 검사를 실시하거나 마찰을 빚을 때마다 반복될 수밖에 없어 금감원의 향후 행보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실제 하나생명에 대한 IT 검사는 정해진 일정에 따른 일상적 검사임에도 최 전 원장 낙마 사태와 연관 짓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다른 관계자는 “하나금융의 회장 선출 등 지배구조 문제로 대립한 이후 불거진 채용비리 의혹으로 최 전 원장이 물러난 만큼 직원들은 부담이 따를 수밖에 없다”며 “일부 직원들의 경우 최 전 원장이 사의를 표명한 직후 외부일정을 취소하는 등 몸을 사리고 있다”고 전했다.
뉴스웨이 장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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