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하나금융·은행 특별검사 시작검사 결과에 따라 유형·범위 등 확대최 원장 의식한 듯 제2금융권엔 신중단순 추천도 부정채용 간주할지 주목
수장이 의혹에 휘말려 자존심을 구긴 금감원은 하나은행에 대한 특별검사를 시작으로 검사 강도를 높인다. 최 원장 사임의 발단이 된 단순 추천 역시 부정채용으로 간주해 검사 범위를 확대할지 주목된다.
금감원은 13일 최성일 전략감독담당 부원장보를 단장으로 하는 특별검사단을 구성하고 오는 4월 2일까지 15영업일간 하나금융지주와 하나은행에 대한 검사를 실시한다.
특별검사단은 최 원장의 하나은행 채용비리 관련 의혹을 확인하기 위해 구성됐다. 최 원장 본인이 전날 사의를 표명하기 전 검사단 구성 방침을 밝혔다.
최 원장은 하나금융 사장으로 재직 중이던 2013년 대학 동기의 부탁을 받고 하나은행 직원 채용에 지원한 동기 아들을 은행에 추천해 특혜를 줬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검사 대상 기간은 최 원장이 하나금융 재직 당시 하나은행에 친구 아들을 추천한 2013년이다.
특별검사단은 검사총괄반, 내부통제반, IT반 등 총 3개반으로 구성됐다. 필요한 경우 검사 기간을 연장하거나 대상을 확대할 예정이다.
특별검사단은 검사 후 최종 결과만을 감사에게 보고할 계획이다. 검사의 독립성과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결정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채용과 관련된 비위행위가 발견될 경우 관련 자료 일체를 검찰에 넘겨 수사에 협조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이번 특별검사 결과에 따라 금융권 채용비리에 대한 검사가 전방위로 확산될 것으로 보고 있다. 새로운 채용비리 정황이 추가로 포착되거나 비리 유형과 범위가 확대될 경우 향후 검사 방향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금감원은 이미 은행권에 이어 보험사와 증권사 등 제2금융권으로 채용비리에 대한 점검을 확대한 상태다.
금감원은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 두 차례 은행권에 대한 검사를 통해 채용비리가 의심되는 5개 은행의 사례 22건을 적발했다. 의심 사례는 KEB하나은행이 13건으로 가장 많고 KB국민은행과 대구은행 각 3건, 부산은행 2건, 광주은행 1건이다.
검찰은 금감원으로부터 검사 결과를 넘겨받아 은행을 압수수색하는 등 수사를 진행 중이다. 이달 7일에는 서울 을지로에 위치한 하나은행 본사를 2차 압수수색했다.
제2금융권은 지배주주가 경영권을 행사하는 경우가 많아 은행에 비해 민간회사의 성격이 강한 만큼 내부 고발을 유도하고 있다. 금감원 홈페이지의 ‘불법금융신고센터’ 내 ‘금융부조리신고’를 통해 채용비리 관련 제보를 접수 중이다.
윤창의 금감원 중소서민금융담당 부원장보는 이날 ‘카드사 영업관행 개선 방안’ 관련 브리핑에서 제2금융권 채용비리 점검 진행 경과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을 받았다.
그러나 윤 부원장보는 최 원장의 채용비리 의혹을 의식한 듯 “제2금융권 전체를 담당하고 있지 않아 대답하기 곤란하다”며 말을 아꼈다.
일각에서는 최 원장을 둘러싼 의혹의 직접적 원인이 된 지원자 추천도 부정채용의 범위에 포함시켜 검사를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이 같은 방식을 적용할 경우 일명 ‘VIP 채용 리스트’로 불리는 하나은행의 추천인 명단에 기재된 55명이 모두 부정채용으로 간주될 수 있다. 금감원은 앞서 이 중 6명만 부정채용으로 적발했으며 면접점수 조작 등을 통해 합격한 7명과 함께 의심 사례로 분류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주사와 같은 상위 조직이나 고위경영진 등 상급자의 추천은 그 자체가 채용에 대한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금감원장이 이러한 문제와 관련해 자리에서 물러난 만큼 금융권 전반에 대한 검사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장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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