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직 전환 부작용···직능원 120명·KEI 50명 해고예산 줄어 정규직 고용 회피···2년 초과 무기계약직만
16일 경제인문사회연구회에 따르면 26개 산하 국책연구기관 중 10여 곳이 정규직 전환계획을 확정했다. 이 중 여러 연구기관이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 기존 비정규직 연구원 상당수의 계약해지를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은 비정규직 직원 130여 명 중 50명 가량에게 계약 해지를 통보할 예정이다. 직업능력개발원에서도 260여 명 중 120명 정도는 연구소를 나가야 할 처지다. 전환계획을 확정 지은 다른 연구기관도 많게는 수십 명이 이미 해고됐거나 계약해지를 앞두고 있다.
이번에 해고되는 비정규직은 주로 단기계약직 연구원이거나 위촉연구원이다. 그동안 비정규직을 대폭 늘려놨던 국책연구기관들은 별도의 인건비 예산 없이 정규직 전환을 추진하려다 보니 비정규직 상당수를 한꺼번에 내보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국책 연구기관은 정부 출연금과 외부 수탁 과제로 얻는 수익으로 운영된다. 인건비 예산 지원 없이 정규직화를 종용하니 전체 인력을 유지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그러다 보니 단기 계약직 연구원, 위촉연구원은 정부 가이드라인상 정규직 전환 대상이라도 계약 만료가 돌아오면 서둘러 내보내 비정규직 비율을 낮추는 것이다.
한 연구원 관계자는 “아직 정규직 전환 계획을 확정 짓지 못한 연구기관은 계약 만료 기간이 돌아오는 비정규직은 전환 대상에 넣지 않고 무작정 계약 해지를 하고 있다”며 “전환 대상 비정규직 숫자를 미리 줄여 전환율을 높게 보이게 하려는 의도”라고 설명했다.
이들에 따르면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한다고 하더라도 근로기간 2년을 초과한 무기계약직에만 국한되어 있을 뿐이며, 근로기간 2년 미만의 한시적 계약직의 경우에는 정규직 전환 대상 제외 및 정규직 전환 시험 응시 자격마저 주어지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법령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4장 차별적 처우의 금지 및 시정 제8조(차별적 처우의 금지) 1항에 의하면 사용자는 기간제 근로자임을 이유로 당해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동종 또는 유사한 업무에 종사하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에 비해 차별적 처우를 하여서는 안 된다고 명시됐다.
아울러 2항에서는 사용자는 단시간근로자임을 이유로 당해 사업 또는 사업장의 동종 또는 유사한 업무에 종사하는 통상근로자에 비해 차별적 처우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공공기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은 무기계약직만을 대상으로 삼고 있고, 인건비 절약을 위한 한시계약직은 제외된 것이다.
한 비정규직 연구원은 “올해 12개 과제를 배정받아 진행하고 있었는데 연구조 9명 중 나를 포함한 6명이 해고를 통보받았다”며 “비정규직의 고용 안정성을 보장하기 위해 정규직화를 하는 것인데 이 정책 때문에 오히려 연구조원이 해고됐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비정규직 연구원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은 차별 없이 한시계약직, 무기계약직 모두 포함되어야 한다”며 “한시계약직, 무기계약직 모두 비정규직인데 정규직 전환 대상에서 한시계약직만을 제외하는 것은 명백한 차별이다”고 강조했다.
뉴스웨이 주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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