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태선 “장하성이 권유···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탈락”靑 “덕담으로 한 전화” 해명 후 3시간만에 사전교감 인정김성주 “탈락은 ‘중대 흠결’ 때문”···‘청와대 개입설’ 일축
‘국민연금 CIO 논란’은 상반기에 진행된 CIO 공모 과정에서 줄곧 1순위로 꼽혀온 곽태선 전 대표가 탈락하면서 번지기 시작했다. 곽 전 대표가 일부 언론에 “공모과정 전에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에게서 지원 권유 전화를 받았다”고 주장하면서 청와대 인사 개입설이나 내정설 등이 불거졌다.
김성주 이사장은 5일 이에 대해 “청와대 인사 개입은 없고, 코드인사도 없다”고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청와대 인사 개입 논란으로까지 번진 CIO 공모과정에 대해 김 이사장이 공개적으로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 이사장은 “CIO 공모에 누구나 자천타천으로 추천할 수 있지만 인사권자는 어디까지나 연금공단 이사장으로, 이사장인 제가 심사를 거쳐 올라온 3명의 후보자 중에서 결정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연금공단은 작년 7월17일 당시 강면욱 본부장이 일신상의 사유로 사표를 제출하고 물러난 뒤 지난 2월 19일 후임 공모에 들어갔다. 여기에는 16명이 지원해 8명이 1차 서류전형을 통과했고, 면접전형을 거쳐 최종적으로 곽태선 전 베어링자산운용 대표,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출신인 윤영목 제이슨인베스트먼트 자문역(부사장), 이동민 전 한국은행 외자운용원 투자운용부장 등 3명이 최종 후보자로 올라갔다.
이후 곽 전 대표가 ‘유력하다’거나 ‘내정됐다’는 등의 일부 추측이 언론 일각에서 나왔지만, 곽 전 대표를 포함한 최종 후보자 3명 모두 최근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인사 검증을 통과하지 못했다. 이에 국민연금공단은 “적격자가 없다”며 6일부터 재공모 절차에 들어갔다.
이와 관련, 곽 전 대표는 일부 언론에 “장하성 실장이 CIO 지원을 권유했다”며 국민연금 CIO 공모에 지원하기 전 청와대와의 커뮤니케이션이 있었음을 시인했다. 5일 일부 매체에 따르면 곽 전 대표는 “청와대의 권유를 받았기 때문에 내가 반드시 CIO로 선임되어야 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시간만 끌다 마땅한 이유 없이 떨어진 것은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곽 전 대표는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1월 30일 전화를 걸어 본부장에 지원할 것을 권유했다”고 밝혔다. 장 실장이 “해외 경험이나 경력 등 여러 면에서 김성주 국민연금 이사장이 곽 대표를 좋게 보더라”고 전했다는 것이다. 곽 전 대표는 “청와대 인사수석실에서도 ‘지원서 작성에 어려운 점이 있으면 얘기하라’고 연락해 왔다”고 말했다.
곽 전 대표의 폭로가 나오자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오전 8시쯤 기자들에게 문자를 보내 “장 실장이 추천한 것이 아니라 덕담으로 전화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곽 전 대표는 “장 실장과 잘 알고 지내는 사이도 아니었다”며 “장 실장은 ‘아무리 찾아도 국내에는 학연·지연 없는 사람이 안 보인다’며 본부장 공모에 참여할 것을 권했다”고 반박했다.
그러자 오전 11시쯤, 청와대 핵심 관계자가 기자들과 만나 “장 실장이 지원해보라고 전화로 권유한 것은 맞는다”며 “다만 심사는 무관하게 진행됐다”고 했다. 사실상 곽 전 대표의 주장을 인정한 것이다. 다른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병역도 있고 국적 문제도 있고, 검증해 보면 여러 문제가 있기 때문에 우리 정부의 기준에 맞지 않아서 탈락한 것”이라고 시인했다.
이에 곽 전 대표는 “4월 말 김성주 이사장을 만나 사실상 내정 통보를 받았다”고 했다. 하지만 김성주 이사장은 지난달 초 “임명이 어려울 것 같다”고 알려왔다.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이 외유성 출장 논란 등으로 사퇴하면서 기준이 엄격해졌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리고 지난달 27일 기금이사 추천위는 곽 전 대표에게 탈락 사실을 공식 통보했다.
곽 전 대표는 “몇 달간 선정하지 않고 시간을 끌다 나를 탈락시킨 것은 결격 사유가 누구한테나 보여줬을 때 납득할만한 이유가 아니기 때문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승희 자유한국당 의원실에 따르면 실제로 곽 전 대표가 서류와 면접 전형에서 후보자들 가운데 최고점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CIO 선임 절차에 대해 “겉으로는 공정한 척하지만 보이지 않게 간섭을 하는 식으로 공모 절차를 진행할 바에야 차라리 대통령·국무총리가 CIO 후보자 면접을 보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비난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김성주 이사장은 이날 “인사 추천은 광범위하게 이뤄지지만 그게 실제 (인선) 되는 것하고는 다르다”며 “장하성 실장이 어떻게 했는지 확인할 방법은 없지만, 청와대 유력 인사가 추천했는데 검증 벽 통과 안 된 것 자체가 현 정부의 인사 시스템의 정확함을 더 보여주는 게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유력후보였던 곽 전 대표가 최종 낙마한 이유에 대해서는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해야 하기에 구체적으로 얘기할 순 없다"”며 “검증만 없었다면 곽 후보에 대해서는 다 환영했다. 저도 흡족했다. 그러나 국민정서상 도저히 수용할 수 없는 치명적인 결격 사유가 있는데도 임명 강행했다가 문제가 될 경우 리스크를 감당할 수 없어 결국 포기했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지난해 11월 말 7대 비리 관련 고위공직 후보자 인사 검증 기준을 내놓으며 이 기준 가운데 하나라도 해당하면 임용을 원천 배제하고 있다. 7대 기준은 ▲ 병역기피 ▲ 세금탈루 ▲ 불법적 재산증식 ▲ 위장전입 ▲ 연구 부정행위 ▲ 음주 운전 ▲ 성 관련 범죄 등이다.
청와대도 이런 사실을 뒷받침했다. 청와대의 고위관계자는 “인사 검증을 하는 것이 있지 않나. 그 중에서 하나 걸렸다고 봐야 한다”며 “우리 정부의 기준에 부합하지 않아서 탈락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병역 관련 문제인지 질문에 “여러 가지 이야기가 있더라. 병역도 있고 국적 문제도 있고···”라며 “(통상) 검증을 해보면 여러 가지 문제가 나오곤 한다”고 설명했다.
뉴스웨이 주혜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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