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구 위원장, 휴가 조율해가며 ‘강행군’ 7일 간담회 열고 ‘은산분리 완화’ 메시지 경실련·참여연대, 같은 날 토론회로 맞불 “인터넷은행 위해 정책 근간 흔들어서야”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7일 인터넷은행 활성화를 위한 현장간담회에 참석해 애로사항을 청취하는 한편 정책적 지원방안 마련을 위해 인터넷은행 관계자와 머리를 맞댈 예정이다.
외부에서는 최종구 위원장이 이번 행사를 통해 또 한 차례 강경한 메시지를 던질 것으로 보고 있다. 그간 각종 행사와 정무위 업무보고에서 은산분리 완화에 일관된 입장을 밝혀온 만큼 사실상 국회에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더욱이 최 위원장은 간담회 참석을 위해 휴가 일정까지도 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국회 정무위에는 비금융주력자(산업자본)가 은행 지분 50%를 보유할 수 있게 하는 ‘은행법 개정안’과 인터넷은행에 대해서만 34%까지 지분 보유를 허용한 뒤 5년마다 재심사를 하는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 등 5건의 법안이 계류돼 있다.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보유를 10%(의결권 있는 주식 4%)로 제한하는 현행법에서는 인터넷은행의 성장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인식에서 마련됐다. 현재로서는 ‘특례법’을 제정하는 방안으로 무게가 실리고 있다.
그러나 정치권 내에서도 온도차가 큰 데다 시민단체나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 등이 반대의 뜻을 굽히지 않고 있어 규제가 완화되기까지 치열한 공방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주요 시민단체부터 의견이 엇갈린다. 금융소비자연맹은 규제 완화에 환영하는 반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과 참여연대는 금융시스템의 안정성을 훼손할 것이라며 강한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먼저 금융소비자연맹은 이날 공식 자료를 통해 “1982년 은행법 제정 당시와 현재의 금융환경은 크게 달라졌다”면서 “인터넷은행 등 핀테크 산업을 활성화시키기 위해선 은산분리 규제를 대폭 완화해 ICT 기업에 책임 경영 토대를 마련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금융당국과 똑같은 논리다. 최 위원장은 지난달 국회 업무보고에서 “‘은산분리’는 국유화됐던 시중은행을 민영화는 과정에서 재벌의 사금고화 우려를 반영해 도입된 것”이라며 “원칙 적용방식을 재점검해야 한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에 맞서는 경실련과 참여연대는 완고하다. ‘은산분리 규제’는 재벌로 경제력이 집중되는 것을 막고 금융산업 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원칙’이며 이를 완화한다면 결국 소비자 피해로 이어질 것이라는 뜻을 고수하고 있다.
금융노조도 마찬가지다. 노조 측은 성명을 통해 “인터넷은행의 부진을 계기로 은산분리 완화 주장을 펴는 것은 본질을 호도하는 전형적인 물타기”라면서 “이들의 경영실패를 보전하기 위해 국가 금융정책의 근간을 훼손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금융소외 계층을 지원한다는 도입 목표와 달리 시중은행처럼 ‘이자 장사’에 치중하는 인터넷은행의 영업 행태를 지적하고 나선 것이다.
이 가운데 경실련과 참여연대는 오는 7일 정의당 정책위원회와 은산분리 완화 반대 관련 국회 토론회를 연다. 은산분리 규제의 역사적 맥락을 짚어보고 규제 완화 논리의 문제점을 진단한다는 취지다. 최 위원장이 참여하는 현장간담회와 같은 날에 토론회를 개최하는 만큼 은산분리 규제 완화를 둘러싼 이해관계자들의 장외설전이 다시 한 번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산분리 완화’가 인터넷은행의 성장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면서도 “이 같은 분위기가 인터넷은행에 그치지 않고 시중은행으로 확산될 경우 시스템이 흔들릴 수 있다는 부분을 간과해선 안된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차재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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