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90년 당시 여름, 목판본 그림 ‘성산계류탁열도’장면 재연풍류남도 나들이, 25일 환벽당 일원에서
광주문화재단은 오는 25일 오후3시 광주광역시 북구 충효동에 위치한 환벽당 일원에서 1590년 당시 선비들의 풍류모임이 담긴 ‘성산계류탁열도’의 장면을 재연한다.
‘성산계류탁열도’는 16세기 혼돈의 정치상황 속에서 입신양명을 쫏는 대신 학문과 자기수양에 힘썼던 선비들이 환벽당 앞 성산계류에 모여 여름 더위를 식히며 시회를 즐기는 풍경을 담은 그림으로 김성원, 김복억, 김부륜, 오운 등 11명의 선비들이 등장한다. 김성원의 문집인 ‘서하당유고’와 정암수의 문집인 ‘창랑유집’에 목판본으로 전해져 내려온다.
이번 재연행사는 서하당 김성원의 ‘환벽당’에 대한 설명으로 시작한다. 이 자리에 모인 선비들이 환벽당으로 올라가 시국과 학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자리를 옮겨 증암천 용소 앞 바위 조대로 내려가 탁족을 하며 시를 읊고 거문고를 연주하며 시조창을 하고 그림을 그리는 풍류를 선보이고, 복달임 음식인 닭죽을 함께 나누는 장면들을 연출한다.
‘탁족’은 흐르는 물에 발을 씻는 것으로 단지 더위를 이겨내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 중국 굴원의 고사 ‘어부사’에 등장하는 ‘탁영탁족’의 의미를 담아 당시 선비들이 시대를 조망하며 그들의 표현법인 시와 행위로 나타낸 것이다. 굴원은 초나라의 시인이자 정치가로 세속의 더러움에 물들지 않고 준엄한 선비정신을 지키며 살다 모함을 당해 추방되어 비극적인 삶을 살았던 충의지사로 평가받는다. 이러한 의미가 16세기 호남 사림이 처한 시대상황과 맞물린다.
특히 이 모임은 예순여섯 된 김성원과 스물아홉살의 임회가 한자리에 모이고 지방 수령인 목사, 부사, 현감이 함께했음에도 예의와 격식을 벗어내고 갓끈을 풀고 버선을 벗고 함께 즐겼던 자리로, 장유유서가 엄격히 지켜졌던 시대였는데도 자연 속에서 더불어 하나가 되었던 모습이 무등(無等)의 정신과 일맥 상통하다.
무등산의 누정을 전통적 공간으로만 바라보던 것에서 더 나아가 그 공간 속에서 선비들이 학문을 연찬하고, 교류와 소통의 장을 이루며 무등의 정신을 실천한 모습을 실감나게 재연하는 이번 행사는 관객들에게 그 당시 선비들의 풍류정신을 경험하게 해줄 것으로 기대된다.
뉴스웨이 김재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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