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100명 ‘야유’ 받으면서 정부 입장 당당히 밝혀5선 심재철 상대로 밀리지 않고 차분한 카리스마 뽐내조목조목 해명하면서도 “해당 자료 반납하라” 지적해“의원님 해외출장비도 있다” 자극적인 경고성 발언도
2일 국회 대정부질문 경제분야에서 심재철 의원에 맞서 김동연 부총리가 답변자로 나섰다. 심 의원은 그간 보도자료를 통해 정부의 업무추진비가 부적절하게 사용됐다고 지적했다. 이날은 김 부총리가 적극적인 해명과 동시에 오히려 기세등등한 모습으로 심 의원을 쏘아 붙였다.
심재철 의원은 “(정부 업무추진비 내역에서) 외국에서 호텔을 사용했는데, 한방병원으로 나왔다”며 “중국식당 사용했는데 남성전용 이발관으로 둔갑했다”고 문제 삼았다. 이에 김동연 부총리는 “문제는 의원님이 불법적으로 얻은 정보를 가지고 계속 말씀하고 계신데”라고 언급했다. 이후 한국당 의석에서 항의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김 부총리는 말을 잠시 멈추고 “카드 코드와 디브레인 코드가 불일치하는 경우가 있다”고 해명했다.
심 의원은 “재정관리가 굉장히 허술하다는 게 드러났다”고 지적했는데, 이를 두고 김 부총리는 “콜럼버스 달걀이다”라고 비유했다. 흔히 이러한 표현은 단순하고 쉬워 보이지만 쉽게 떠올릴 수 없는 생각을 의미한다. 그러면서 김 부총리는 “문제는 우연히 비인가 영역에 들어갔다고 치더라도 100만 건 이상을 다운로드 받고, 그 정보를 반납해달라고 요청해도 반납하지 않았다”며 오히려 심 의원을 질책했다.
계속해서 심 의원이 부적절한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을 제시하자, 김 부총리는 “(심 의원이) 그렇게 한건 한건 말하는 거 자체가, 그걸 비인가 정보로 해놓은 이유”라며 “(이런 정보를 공개해서) 많은 국민이 오해를 사게 하는 것은 책임 있는 공직자의 자세가 아니다”라고 쏘아붙였다. 이때 의석에 앉아있던 한국당 의원들이 큰소리로 반발을 일으키기도 했다.
사실상 의석에 앉은 한국당 의원은 100여명인데, 홀로 정부측 대변인으로 나선 김 부총리는 ‘일당백’을 하면서도 밀리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오히려 김 부총리는 “의원님, 해외출장비로 쓰신 것도 있다”라고 말하면서 오히려 상대방의 민감한 부분을 건드렸다. 심 의원은 “내가 잘못한 게 있으면 공개하라”고 맞받아쳤지만, 김 부총리는 “공개대상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5선의 베테랑 의원도 김 부총리가 계속해서 위법성을 지적하자 단단히 뿔이 났다. 심 의원은 “아까 보여드렸듯이 뻥 뚫려있었다”며 “클릭만 하면 누구나 다 들어갈 수 있게 돼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대로 차분한 어조를 지킨 김 부총리는 “적법성 문제는 사법당국의 판단에 맡기는 게 좋겠다”며 “다만 100만 건 이상 받은 자료에 대해서는 빨리 반납을 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심 의원이 을지훈련 도중에 점주를 이용한 것을 가지고 문제 삼자, 김 부총리는 “을지훈련이라고 해서 전원이 다 벙커에 들어가서 하는 거 아니다”라며 “내용을 봐야 한다. 외부에서 손님이 올 수도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심 의원이 백화점에서 사용한 기록을 문제 삼자, 김 부총리는 “외국 손님한테 선물을 구입할 때 백화점을 갈 수 있다”면서 “정해진 금액 안에서 재래시장도 갈수 있고 백화점도 갈수 있다”고 답했다.
심 의원은 질문을 위해 일간지 사설을 한가득 준비했다. 사설의 내용들은 정부의 업무추진비 사용내역을 비판하는 내용이었다. 일일이 사설의 내용을 읽은 심 의원을 향해 김 부총리는 “의원님이 빌미를 제공하고 있다”며 “언론에서 그걸 보고 내용을 받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마지막 답변에서 김 부총리는 “(비공개 정보에 접근한 것이) 계획된 것이 아니라 우연히라고 치자, 좋다 거기까지 백번 양보해도 최대 100만 건 이상 다운로드해 공개하는 건 전혀 적절하지 않다”며 “다운로드한 거 반납해달라”고 촉구했다. 이에 심 의원은 “압수수색해서 다 털어갔다”면서 검찰의 수색을 받은 것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평소 김 부총리는 국회에 출석해 의원들의 ‘송곳질문’이 쏟아져도 유연하게 답변하는 편이었다. 특히, 소신 있는 발언으로 야당에서도 지지를 받는 국무위원이었다. 그러나 이날은 김 부총리의 ‘재발견’으로 평가될 정도로 5선의원을 상대로 강경하게 맞서는 모습을 보여줬다. 김 부총리가 이처럼 결기 있는 모습을 보인 건 한국당도 쉽게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뉴스웨이 임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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