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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창업자에겐 ‘차등의결권’이 절실하다

[경제법안돋보기]스타트업 창업자에겐 ‘차등의결권’이 절실하다

등록 2018.10.17 14:16

임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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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운열, 벤처기업육성 특별조치법 일부개정법률안 발의與, 벤처기업의 자금 융통 위해 차등의결권 도입 준비벤처기업에 한정해 1주당 2~10개 의결권 갖도록 허용시민단체 “재벌에게 새로운 세습플랜 제공하게 될 것”

그래픽=강기영 기자그래픽=강기영 기자

규모가 작고 사업을 시작한지 얼마 안된 벤처기업의 경우 일반적으로 투자를 받기가 힘들다. 신용이 명확하지 않고 담보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대출도 어려운 상황이다. 이 때문에 창업자가 경영권을 포기하고 주식을 팔아서 자금을 융통하는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

이러한 상황은 벤처기업이 자금을 융통하기 위해 경영권을 포기해야 하는 폐해를 일으킨다. 이 때문에 성장력이 있는 벤처기업은 대기업의 먹잇감이 되기가 일수고, 국내 벤처기업이 중견기업 이상으로 성장하지 못하는 이유로 꼽히기도 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차등의결권’을 도입해서 벤처기업의 경영권을 보호하자는 의견이 나왔다. 이러한 주장은 과거부터 이어졌지만, 이번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 해당 법안을 추진하겠다는 의지가 나온 것이라 주목을 끌고 있다. 당초 차등의결권은 재벌기업이 악용할 수단이 될 수 있다면서 민주당이 반대했던 사안이기 때문이다.

지난 ‘은산분리 완화’를 골자로 하는 인터넷전문은행법을 추진했던 상황과 비슷하다. 기존의 당의 입장과 다른 법안을 추진하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민주당 내부에서도 반대의 목소리가 나올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총회에서 은산분리에 반대하는 주장을 펼치는 시민단체. 사진=최신혜 기자 shchoi@newsway.co.kr더불어민주당 의원총회에서 은산분리에 반대하는 주장을 펼치는 시민단체. 사진=최신혜 기자 shchoi@newsway.co.kr

차등의결권의 긍정적인 측면만을 본다면, 도입에 큰 문제가 없어 보인다. 차등의결권 제도는 최대주주나 경영진이 실제 보유한 지분보다 많은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이 제도를 사용하면 적은 주식 수로도 경영권을 거머쥘 수 있다. 차등의결권은 창업주가 자신의 지분율을 희석시키지 않고도 외부 자금을 끌어들일 수 있는 게 장점이다.

이 제도는 현재 미국, 일본, 영국, 프랑스, 싱가포르 등은 도입했지만 한국은 허용하지 않고 있다. 페이스북, 알리바바 등 많은 혁신 기업이 차등의결권을 활용하고 있다. 미국 포드사의 대주주는 3.7%의 지분으로 40%의 의결권을 갖고 있다.

한국에선 자유한국당이 이 제도의 필요성을 역설하기도 했지만, 당시에는 민주당이 우려를 하면서 논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재벌기업들에게 악용될 우려가 많기 때문이다. 해당 제도가 생긴다면 재벌기업이 이를 이용해 자신들에게 유리하고 불평등하게 지배구조를 만들 수 있다는 점이다.

이 제도를 법안으로 발의한 건 최운열 민주당 의원이다. 최 의원은 지난 8월30일 차등의결권 도입을 주 골자로 하는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이 법안은 벤처기업에만 한정해 1주당 2개 이상 10개 이하 의결권을 갖도록 규정했다. 다만, 차등의결권주식을 양도하거나 상속하면 그 의결권은 1주마다 1개로 변한다.

최운열 의원은 차등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기업은 비상장 벤처기업으로 한정하고, 이를 위해선 총주주의 동의를 얻도록 규정해 재벌기업이 혜택을 보지 못하도록 계획했다. 이를 위해 자산규모를 일정 수준으로 정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다만, 자세한 규정은 관련 상임위에서 논의하거나 시행령으로 둘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이와 같은 방안은 앞서 국회를 통과한 인터넷은행법과 비슷하다. 당시엔 인터넷은행을 통해 산업자본을 34%까지 보유할 수 있는 요건을 ICT(정보통신기술)기업으로 한정했다. 그러면서 시행령에 규칙을 정하도록 했는데, 시행령은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시민단체의 반발이 있었다.

현재도 비슷한 상황이다. 권오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경제정책팀장은 “시행령은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면서 “차등의결권은 재벌에게 새로운 세습플랜을 만들어주는 것이나 마찬가지다”라고 지적했다. 권 팀장은 “예를 들어 재벌 2, 3세가 벤처기업을 만들어서 키운 다음에 핵심 지주사로 올린다던지. 벤처기업을 통해 일감몰아주기 등을 할 수도 있다”면서 “그러한 이유 때문에 과거부터 막으려 했던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문제를 지적하는 건 민주당 의원들도 마찬가지다. 익명을 요구한 민주당 소속 의원은 “차등의결권의 필요성은 존중하겠지만, 우리당이 염려했던 정책을 추진하려면 충분한 절차가 필요하다”면서 “지난번 은산분리 완화를 추진했을 당시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 인터넷은행법 같은 경우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논의를 거쳤지만, 찬성과 반대로 의견이 갈리면서 당론을 정하지 못했다. 그러면서 몇몇 민주당 의원은 소신을 지키면서 반대표를 행사하기도 했다.

결국, 쟁점은 민주당 내에서 생길 수 있다. ‘차등의결권을 추진할 것인가’를 놓고 찬반이 일어날 수 있고, 찬성한다면 ‘차등의결권을 허용하는 기업을 어떻게 정할 것인가’를 놓고 치열한 토론이 예상된다.

뉴스웨이 임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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