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 국장 “회의 투명성 위한 지침 없애려 조직적 방해”“녹음기록 남기자 했으나 바뀐 지침에는 폐기 방침” 녹음파일 폐기는 공공기관 기록물 관리법 위반 사안
유 국장은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내부 개혁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윗선의 조직적 방해가 있었다고 밝혔다. 유 국장은 지난 15일 국감 증인으로 출석해 “전원회의나 소회의에서 위원들 간에 오간 논의 내용을 기재하고 표결 결과와 녹음 기록 등을 남기도록 한 지침을 내부에서 폐지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다”며 “이후 정상화해 달라고 요청했는데 갑자기 ‘갑질을 했다’며 직무 정지를 당했다”고 폭로했다.
당시 김 위원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그는 “회의록 작성 등 사건절차 개선과 관련해 (유 국장과) 원만히 조정되지 못한 것은 정책에 대한 판단이 달리했던 문제였다”고 해명했다.
그렇다면 회의록 지침이 대체 뭐길래 이렇게 난리가 난 것일까.
회의록 지침은 전원회의나 소회의에서의 위원별 발언 내용이나 표결 결과를 회의록에 기록하고, 필요한 경우 그 일부를 공개하도록 한 규정이다. 공정위는 기업 사건 처리와 관련된 의혹이 자주 제기돼 심의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이 같은 규정을 마련했다.
유 국장은 회의록 지침을 공정위 내부에서 ‘관리 방침’이라는 내부 보고서 수준으로 격하시키려는 움직임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유 국장은 올해 초 문재인 대통령 지시사항에 따라 내부지침을 예규로 올려 법령정보시스템으로 등록하는 절차를 마무리했었다고 한다.
그러나 올해 8월 사무처장 결재까지 끝난 기존 지침을 갑자기 폐기한 뒤 법적 구속력이 없는 가이드라인 수준의 회의록 지침에 결제를 강요했다는 것이다. 바뀐 회의록 지침에는 ‘녹음기록 폐기’도 들어가 있었다고 유 국장은 주장했다.
여기서 ‘녹음기록 폐기’는 매우 중요한 쟁점이다. 녹음기록을 남기는 것은 공공기관 기록물 관리법에 명시돼 있는 사안이다. 제 17조(기록물의 생산의무) 2항에 따르면 공공기관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주요 회의의 회의록, 속기록 또는 녹음기록을 작성하여야 한다.
녹음기록이 중요한 이유는 전원회의의 녹음기록이 빠지게 되면 정확한 사실관계를 파악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향후 사건과 관련해 회의록만 볼 경우 사실과 다르게 해석할 여지가 있기 때문에 반드시 녹음기록이 같이 남아있어야 한다.
유 국장은 “공정위 전원회의에서 회의록만 남긴 채 녹음기록이 없으면 문제가 생긴다. 직원들이 순화해서 회의록을 작성하게 될 시 정확한 사실을 알 수 없다”며 “내가 주장하는 것은 녹음기록을 남기자는 것이지 일반인들 앞에서 공개하자는 것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공정위의 회의록 작성이 부실화되면 석연치 않은 심의 결과가 나왔을 때 그 이유나 책임 소재를 확인하기 힘들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앞서 심의 결과가 논란을 불러왔던 ‘가습기살균제 허위광고’ 등의 사건에서는 조사관이나 위원의 발언을 기록한 회의록 자료가 중요한 실마리를 제공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회의록 파기가 아니라) 합의사항 녹음파일 폐기인데 (외압이 아니라) 합의사항은 외부에 유출되면 안 되기 때문에 합의문을 작성하면 위원 간 확인 후에 파기하기로 위원회 9인의 의결을 통해 결정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밝힌 회의록 합의사항 녹음파일 폐기는 결국 공공기관 기록물 관리법에 위반되는 사안이다. 회의록에는 주로 전원회의에 참석하는 위원들의 발언이 담겨 있어 껄끄러울 수 밖에 없기 때문에 녹음기록 폐기를 진행한 것으로 보인다. 또 공정위 내부 출신이 많은 사무처장이나 상임위원들은 과거에도 회의록 작성이나 의견청취절차 등 투명성 강화에 난색을 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법에 명시된 회의록 지침을 격하해 보고서 수준 관리방안으로 만든 뒤 결제 압박을 했지만 유 국장이 이에 반발하자 전결권을 차례대로 무력화 시키고 다단계에 거쳐 사실상 업무배제를 한 것이다. 이 과정에 유 국장은 ‘갑질’ 신고를 당하게 됐고 김 위원장은 직접 유 국장을 직무정지 시켰다.
이와 관련해 김 위원장은 국회에서 “다수의 갑질 신고가 있었기에 사실 확인을 위해 제 권한과 책임에 따라서 일시적이고 잠정적으로 한 것”이라며 “공공부문 갑질 근절 대책과 관련한 범정부 종합대책을 보면 피해자가 희망할 때 가능하다”고 답했다.
유 국장은 "기존 관행이던 퇴직자 면담을 금지하는 내용으로 개정을 추진하다 (김상조) 위원장이 취임하기 전 윗분들로부터 의견 절차를 사문화시키겠다는 압박을 했다”고 밝혔다. 그는 “올해 4월부터 사무처장이 나를 불러서 ‘이곳은 준사법기관이 아니다. 1심 법원이 아니다. 전결권을 박탈할 테니 지시대로 하거나 알아서 하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뉴스웨이 주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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