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손실 5482억원···“원전 가동률 하락이 원인”80%→60%로 뚝, 안전 강화, 탈원전과는 무관 월성 1호기 폐쇄액 5652억원 한꺼번에 실적 반영회사채는 신규 원전 건설 때문, 더 발행한 적 있어
지난 21일 일부 언론은 한수원 이사회가 인재개발원 제2캠퍼스 건설을 위해 사뒀던 1만5000㎡ 규모의 부지를 팔기로 결정했다면서, 재무구조 악화와 무관하지 않다고 보도했다. 일각에선 기다렸다는 듯 발전 사업의 적자가 모두 탈핵 에너지 전환 정책 때문이라는 공격이 쏟아졌다.
공공 기관 경영 정보 시스템인 알리오에 따르면 2017년 한수원의 상반기 매출은 4조9875억원, 영업이익은 9425억원, 당기순이익은 6695억원에 그쳤다. 전년 동기 대비로 계산하면 매출은 약 13% 감소했고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57%, 55% 줄었다. 2016년에는 매출 11조2771억원, 영업이익 3조8472억원, 당기순이익 2조4721억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바 있다.
특히 올해 상반기 매출 3조9656억원, 당기순손실 5482억원을 기록하면서 상반기 6696억원 흑자에서 불과 1년 만에 대규모 적자로 돌아셨다.
올 상반기 한수원의 결산 실적이 공시되자 야당은 탈원전의 여파라며 연일 공세에 나섰다. 한국당 윤영석 수석대변인은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한수원이 1년 만에 ‘부실기업’이 됐다”며 “저렴한 단가의 원전 이용률을 줄이는 대신 값비싼 석유, 석탄, LNG 비중이 높아졌기 때문으로, 지난해 상반기에 비해 발전비용만 4조원 가까이 늘었다”고 지적했다.
◇원전 가동률 하락...늘어난 안전점검 일수 탓
한수원의 실적이 악화된 것은 원전가동률 영향이 크다. 한수원은 원전을 가동해 생산해 낸 전기를 모기업인 한국전력에 판매하는 것으로 수익을 낸다. 원전 가동률과 운영비, 전기 판매 단가 등에 따라 총 수익 규모가 결정되는데 이 중 실적과 가장 크게 직결되는 것이 바로 원전 가동률이다.
한수원에 따르면 지난해 원전 가동률은 71.3%에 그쳐 약 20년 만에 최저치(한수원 추산)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탈원전의 영향으로 80% 안팎이던 원전 가동률이 60%대로 뚝 떨어졌다”는 야당은 주장은 맞지 않다. 원전 이용률과 가동률 데이터를 보면, 탈원전 선언 이전인 2014년 전부터 원전 가동률과 이용률은 꾸준히 하락한 것으로 나타난다.
이렇게 된 배경은 지난해부터 원안위의 안전 검사가 강화되면서 계획 예방 정비 기간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원전은 18개월마다 원안위로부터 내부에 문제가 없는지 점검 받는다. 이후 원안위의 승인이 완료되면 다시 원전을 재가동할 수 있다. 산자부 관계자는 “상반기 원전 이용률이 낮아진 것은 탈원전 정책 때문이 아니라 격납건물 철판부식, 콘크리트 공극 등 과거 건설 원전의 부실시공을 보강하는 과정에서 원전 정비일수가 늘어났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탈원전을 추진하는 정부 기조로 인해 원전의 안전성을 이유로 원안위가 지나치게 까다로운 잣대를 적용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한 원자력업계 관계자는“원전 정기검사는 보통 두 달여 정도면 끝나는데 1년 가까이 지속되고 있으며 전체 원전의 3분의 1을 동시에 정비하는 것도 이례적이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한수원 관계자는 “계획예방정비기간이 길어져 발전률가동이 떨어졌지만 올해 거의 마무리되고 있다”며 “내년 상반기부터는 발동률이 높아지면서 가동률이 예년과 비슷해 질 것으로 본다. 일시적이 현상이다”고 설명했다.
◇월성1호기 조기 폐쇄비용 회계 일시 반영
사실 이번 한수원 적자의 가장 큰 원인은 폐쇄 결정된 월성 1호기의 장부가액 5652억원이 회계처리 원칙상 영업외 비용으로 한꺼번에 실적에 반영된 데 있다. 지난 6월 폐쇄 결정이 난 월성1호기는 실제로는 한 해 1256억원씩 2022년 11월까지 분할해 감가상각 비용이 처리된다. 따라서 이 금액이 일시에 회계 처리된 것으로 경영손실과는 거리가 멀다.
한수원은 “부채증가원인은 지난해 방사성폐기물 관리비용과 원전해체비용 충당금 산정기준(2017.12.28. 정부고시)이 개정되면서 약 2.7조원의 충당부채가 추가로 늘어났기 때문”이라며 “에너지전환정책 영향으로 부채가 늘어났다고 하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야당은 지난 18일 한수원 국정감사에서 월성 원전 1호기 조기 폐쇄 결정과 비용을 두고 “월성 1호기 폐쇄 과정에서 한수원 사장은 출중한 행동대장으로서 역할을 했다”며 “정부 뜻에 따라 폐쇄 결론부터 미리 만들어 놓고 임의로 가동률을 낮춰 경제성이 없다는 이유를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야당의 주장과 달리 실제로 월성 1호기는 당초 설계수명 30년에 따라 지난 2012년 폐쇄될 예정이었다. 다만 지난 2015년 2월27일 원안위가 수명을 한 차례 연장하면서 오는 2022년 11월까지 운영될 예정이었다. 당시 노후설비 교체 및 안전성 강화를 위해 5600억원이 투입됐다.
월성 1호기의 이용률은 2016년 53.3%, 2017년 40.6%, 2018년 0%로 손익분기점인 54.4%보다 낮다. 발전단가(123원/㎾h)는 전력판매단가(61원/㎾h)보다 2배 이상 비싸다. 이 때문에 지난 10년 연평균 1036억원의 적자를 냈다. 30년 이상 오래된 원전을 최신 원전처럼 고쳐 쓰려 비용을 들이다 발전단가가 판매단가보다 비싸져버린 것이다.
◇건축불허가로 인재개발원 부지 매각 결정
21일 한수원에 따르면 한수원 이사회는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 상현동에 위치한 1만5,237.2㎡(4,609평) 부지 매각을 의결했다. 한수원은 지난 2015년 10월 인재개발원 미래경영아카데미 건립을 위해 경기도시공사로부터 상현동 부지를 평당 505만7000원, 총 233억1291만원에 매입했다. 이에 일부 언론은 정부의 ‘탈원전’ 여파로 올 상반기 5,000억원대의 적자를 낸 한수원이 부동산 매각을 통해 재무구조를 개선시키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하지만 한수원 측은 “연수원부지가 건축허가가 나지 않게 되면서 원래 목적으로 활용하지 못하게 됐다. 무용부동산을 갖게 되면 조세가 늘어나게 돼, 세금을 내는 것보다는 파는게 합리적이라는 판단을 했다”면서 “230억원대에 매입을 했는데 매각도 그 언저리에서 결정이 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당시 이사회 회의록에도 “용인시로부터 면적 1000㎡ 초과 건축물 신축 불가능 통보를 받아 매입 당시 목적으로 활용이 어렵다”고 적혀있다.
한수원은 잇따라 회사채를 발행하는 것도 탈원전 이후에 생긴 적자 때문이라는 일부 주장에 반박했다. 한수원은 올해 3월·5월·6월, 이달에 걸쳐 1조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한수원 측은 “한울 1·2호기와 신고리 5·6호기 건설 등이 진행되고 있어 건설자금이 계속 들어가고 있기 때문”이라며 “회사채는 더 발행한 적도 있다. 올해 상환액이 5000억 정도 늘어나서 상환 목적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한수원의 신규 원전 백지화 결정은 정부의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따른 것으로 ‘에너지 전환’ 정책에 따라 생긴 비용으로 볼 여지가 있다는 의견이 대체적이다. 한수원은 지난 6월 신규사업인 천지 1·2호기와 대진 1·2호기를 백지화하고 두 원전보다 비교적 투입비용이 많은 신한울 3·4호기는 백지화 여부를 신중하게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뉴스웨이 주혜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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