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심 승소로 ‘R&D법인 설립’ 계획에 제동 “법인분할, 특별결의 대상”···비토권 인정 대법원 판결, 철수 가능성에 안심은 일러남은시간 한국GM 노사와 타협 이끌어야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날 서울고법 민사40부(배기열 수석부장판사)는 산업은행이 한국GM을 상대로 제기한 주주총회 의결효력 정지 신청 항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리며 산은 측 손을 들어줬다. 주총 결의에 정관 규정을 위반한 중대한 하자가 있다는 이유다.
한국GM은 지난달 19일 2대 주주인 산업은행(지분율 17.02%)과 노조의 반발 속에 주총을 열고 연구개발 법인 설립 안건을 통과시킨 바 있다. 당시 찬성 의결권 중 보통주 수는 3억4400여만주로 한국GM 보통주 총수의 82.9%에 해당했다. 산은이 노조의 저지로 주총장에 들어가지 못한 가운데 GM 측이 단독으로 ‘R&D법인 분할’을 통과시킨 결과다. 이미 대다수의 주주가 참석해 주총 성립 요건을 충족했고 해당 안건은 정관상 85% 이상의 찬성을 요하는 ‘특별결의사항’에도 해당하지 않아 절차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게 당시 사측의 생각이었다.
그러나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회사분할은 새 회사를 설립해 채무자의 권리와 의무 일부를 이전하는 행위이며 이 과정에서 지분에 변동을 초래하는 만큼 엄연한 ‘특별결의사항’이라는 해석을 내놨다.
특히 회사분할로 한국GM 주주 구성 비율에 변동이 없더라도 이로 인해 자본 규모에 변화가 나타난다면 회사의 실질적 지분 상황에 영향이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게 재판부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12월3일 법인 등기를 목표로 추진해오던 한국GM의 R&D법인 설립계획은 차질을 빚게 됐다. 한국GM 측은 즉각 항소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일정을 고려하면 연내 법인 분리를 마무리짓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GM의 R&D법인 설립 계획 자체가 무산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1심이 임시 주총 허용 여부를 다투는 과정이었다면 2심은 법인 분리가 특별결의사항에 해당하는지를 따져보는 절차였기 때문이다. 이는 곧 한국GM이 다시 주총을 열어 법인 분할을 추진하더라도 산은에 가로막힐 공산이 크다는 것을 뜻한다.
그래서 ‘비토권’의 영역을 명확히 규정할 수 있었던 이번 판결은 이동걸 회장에게도 큰 의미를 지닌다. 그간에는 ‘비토권’이 공장·토지 등 총자산의 20%를 초과하는 자산을 제3자에게 매각·양도하거나 취득할 때 거부할 수 있는 권한 정도로만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이동걸 회장이 아직 마음을 놓긴 이르다는 게 업계 전반의 시선이다. 법인분리에 제동을 걸긴 했지만 법정 분쟁이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닌데다 ‘철수’ 가능성이 존재하는 한 여전히 칼자루는 GM 측이 쥐고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는 이유다. 실제 최근 GM 본사는 북미 5곳, 해외 2곳 등 7곳의 공장 가동을 멈추겠다고 예고했다. 이 와중에 산은 측이 이번 판결을 앞세워 GM을 압박한다면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즉 GM이 이를 빌미로 한국 사업을 철수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에 일각에서는 전환점을 맞은 이동걸 회장이 이 기회를 어떻게 살려나갈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던 GM으로부터 법인 분할의 목적과 구체적인 사업계획을 받고 이들을 노조와의 대화테이블로 끌어낼지 여부가 관건이다.
지난달 이동걸 회장은 “한국GM의 R&D법인 설립이 진정 회사에 도움이 된다면 사측은 구체적인 자료로 설득할 의무가 있고 노조 역시 파업에 나설 게 아니라 적극 협조해야 한다”며 한국GM 노사가 참여하는 ‘3자 대화’를 제안한 바 있다.
다만 산은 측은 GM의 태도가 돌아서지 않는 한 앞서 예고한 조치를 그대로 이행해나가겠다는 방침이다. 그 일환으로 R&D법인 설립에 찬성한 한국GM 이사진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고 형사고발까지도 검토하고 있다.
뉴스웨이 차재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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