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페이밴드·임금피크제 협의 수용 못 해”체육관서 밤샘 집회 진행···오전 9시부터 파업“모두에 고통 주는 파업” 은행장 만류도 허사은행 영업점 정상 개점···금융당국도 예의주시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KB국민은행지부(이하 국민은행 노조)는 7일 오후 경영진과의 2018년 임금·단체협약 교섭이 최종 결렬됐다면서 오는 8일 오전 9시부터 1차 경고성 총파업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노조는 1차 파업 결행에 앞서 7일 밤 9시부터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1만여명의 조합원들이 모인 가운데 파업 전야제를 겸한 밤샘 집회를 진행한다.
국민은행 노조가 파업 형태의 쟁의행위에 들어가는 것은 옛 국민은행과 주택은행의 합병을 저지하기 위해 강행했던 지난 2000년 파업 이후 19년 만이다.
류제강 국민은행 노조 수석부위원장은 “경영진이 보로금과 시간외수당을 합친 300% 상당의 성과 보상 계획을 제안했지만 페이밴드(호봉상한제)와 임금피크제 문제를 함께 논의하자는 조건이 달려 있어서 이를 수용할 수 없다”며 협상 결렬의 배경을 밝혔다.
국민은행 노조 측은 8일 파업 이후에도 경영진과 협상을 이어갈 계획이지만 향후 협상에서도 진전된 성과를 내지 못한다면 오는 31일부터 이틀간 2차 파업에 나설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2차 파업 후에도 노사 관계가 달라지지 않는다면 파업 강도를 더 높일 계획이다.
국민은행 노사는 지난 6일 저녁부터 7일 새벽까지 집중 교섭에 나섰고 이날 오후까지도 노사 대표단이 막판 협상을 통해 파업을 막기 위한 의견차 좁히기에 나섰다. 그러나 결국 19년 만의 파업이라는 파국을 막지는 못했다.
허인 국민은행장은 이날 오후 3시 ‘직원 여러분께 드리는 말씀’이라는 제목의 담화문을 사내방송을 통해 발표하고 임단협 교섭에 대한 경영진의 입장을 전함과 동시에 노조의 파업 강행을 만류했다.
허 행장은 “우리가 스스로 일터를 버리고 간다면 상상 이상의 고통이 우리에게 찾아올 것”이라며 노조를 말렸지만 파업 강행으로 허 행장의 만류도 허사가 되고 말았다.
이에 앞서 부행장급 이하 국민은행 경영진 54명은 지난 4일 파업 강행 시 그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며 허 행장 앞으로 사직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국민은행 노조가 경영진의 사표 제출을 두고 “노조를 협박하는 위장 쇼”라고 비판하면서 노사 갈등이 극에 달하게 됐다.
국민은행 노조가 결국 파업을 선택했으나 은행 영업은 정상적으로 이뤄질 계획이다. 국민은행 측은 지난해 연말에 마련한 비상 계획에 따라 전국 모든 영업점을 오전 9시에 정상적으로 연다. 모바일·인터넷·ATM 기반의 비대면 거래는 파업 중에도 정상 이용이 가능하다.
지점 정상 영업이 어려운 지역에 대해서는 지역별 거점점포를 운영해 오프라인을 통해 은행 거래를 해야 하는 고객들의 불편을 최소화할 방침이다. 그러나 자영업자나 대출 상담자 등 은행 영업점 상담이 필요한 고객의 불편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노조가 파업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됐지만 노사 간 물밑 협상이 이뤄지지 않겠느냐”며 “고객과 임직원 모두가 피해를 입지 않도록 끝까지 대화를 통해 파업이라는 파국을 막고자 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한편 금융당국도 시중은행 중 가장 규모가 큰 국민은행의 파업 여파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오는 8일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 본점에 조사인력을 파견해 전산 시스템의 안전 여부와 영업점 파행 운영으로 인한 금융 소비자 불편사항 여부를 점검할 계획이다.
뉴스웨이 정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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