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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적 기류’ 현대중-대우조선 ‘빅딜’···산업은행 플랜B는 있나

‘부정적 기류’ 현대중-대우조선 ‘빅딜’···산업은행 플랜B는 있나

등록 2019.02.28 09:10

수정 2019.02.28 10:22

차재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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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걸 “리스크 많지만 승산 50% 이상” 해외 당국 기업 결합심사가 최대 걸림돌 중국·일본 등 경쟁국 ‘반대표’ 던질 수도“20% 점유율이 금지사유인지 따져봐야”“아직 공개는 어렵지만 ‘플랜B’도 있어”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대우조선해양 민영화 관련 기자간담회’. 사진=이수길 기자 leo2004@newsway.co.kr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대우조선해양 민영화 관련 기자간담회’. 사진=이수길 기자 leo2004@newsway.co.kr

“대우조선해양 인수합병에 리스크가 많지만 승산은 50% 이상이라고 본다. ”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현재 추진 중인 대우조선 민영화의 성사 가능성을 절반 정도로 점쳤다. 해외 공정거래 당국의 기업결합 승인 문제로 애초에 쉽지 않다는 것은 예상했던 부분이나 생각보다 조심스런 접근에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여기에 산은 차원에서도 최악의 결과를 고려한 ‘플랜B’를 준비 중인 것으로 감지돼 대우조선 매각을 둘러싼 논란이 식지 않을 전망이다.

이동걸 회장은 지난 26일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잠재적 리스크를 모르고 시작한 것은 아니며 수학적으로 근거를 낼 수도 없지만 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면서 대우조선 매각의 당위성을 피력했다.

또 “현재 조선업은 합리화가 이뤄지기 전엔 불황에서 빠져나오기 힘든 구조”라면서 “다행히 작년 하반기부터 업황이 개선되고는 있으나 완전히 회복된 게 아닌 만큼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고 거듭 역설했다.

이는 대우조선 매각을 위한 산업은행과 현대중공업의 거래가 완전히 끝을 맺기까지 넘어야할 산이 많다는 점을 재확인해준 발언이다. 실사와 ‘조선통합법인’ 공동 설립 등 복잡한 과정이 남아있는데다 최대 난관으로 여겨지는 국내외 공정거래당국의 심사도 통과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동걸 회장도 ▲노조와 지역사회의 반대 ▲수출입은행과 현대중공업의 2조3000억원대 영구채 협상 ▲해외 경쟁당국의 승인 등 세 가지를 대우조선 매각의 위험요인으로 지목했다.

그 중 업계가 주목하는 것은 단연 해외 당국의 승인 이슈다. 앞선 두 개는 어떻게든 해결할 수 있지만 세 번째는 의지만으로 풀어낼 수 없는 문제라서다. 조선업 주도권을 놓고 경쟁을 펼치는 일본과 중국을 비롯해 주요 시장인 미국과 유럽연합(EU) 등에서도 동의를 얻어야 하는데 이들이 결코 우호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적지 않다.

무엇보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의 합병으로 ‘매머드급’ 조선사가 탄생한다는 데 글로벌 조선업계는 긴장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은 지난해말 기준 각 1만1145CGT(표준화물선 환산톤수)와 5844CGT의 수주잔량으로 1·2위를 차지했다. 두 회사의 일감을 합치면 점유율은 21.1%에 달한다. 최근 호황인 LNG선과 VL탱커만 놓고 따지면 합계 점유율은 50%를 웃돈다. 합병 이후 방산 부문이 사실상 독점구도로 흘러가는 것도 걸림돌이다.

이렇다보니 일본 조선업계는 벌써부터 타격을 입을까 우려하는 분위기다. 이에 LNG선의 독과점을 문제 삼아 일본 당국이 제동을 걸 수 있다는 시나리오도 흘러나오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도 일본 당국은 한국 정부가 공적자금을 투입한 대우조선이 저가 수주로 시장가격을 왜곡하고 있다는 논리로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려는 움직임을 취했다.

산업은행이 대우조선 민영화 방안을 내놓자 이미 증권가에서는 이 같은 상황을 예견한 바 있다.

김세용 KB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최상위권 기업 간 결합은 인수 이전 주요국 정부의 반독점 승인이 선행되는 게 일반적”이라며 “정책금융기관이 자금을 투입한 대우조선해양과 현대중공업의 결합은 주요국의 반독점 승인 시 중요한 이슈가 될 개연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박무현 하나금융투자 연구원도 “두 조선소의 합병의 핵심은 주력선박과 국내 방산 분야에서의 독과점 심사”라며 “세계무역기구(WTO)와 EU무역위원회의 독과점 심사를 넘기 어려운 수치이고 국내방산(잠수함) 독점도 걸림돌”이라고 진단했다.

따라서 산업은행과 현대중공업이 이를 어떻게 돌파하느냐가 대우조선 민영화의 성패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경우에 따라서는 인수합병이 장기화하는 것은 물론 별다른 소득 없이 거래를 접어야할 수도 있다. 일단 우리나라 공정거래위원회의 검토에만 최장 120일이 소요되며 국제 정세 변화에 민감한 해외 당국의 심사는 그 기간을 가늠하기 어렵다.

STX프랑스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탈리아 조선업체 핀칸티에리는 2017년 1월 STX프랑스의 새 주인으로 낙점됐지만 경쟁국가의 꾸준한 견제에 아직까지 인수를 확정짓지 못한 상태다.

박무현 연구원은 “핀칸티에리가 STX프랑스를 인수하려던 2016~2017년 초반엔 STX프랑스의 수주잔고가 거의 바닥을 드러내고 있어 합병 과정이 순조로워 보였다”면서도 “그러나 최근 1~2년 사이 크루즈선 교체수요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경쟁국가로부터 독과점 문제를 제기하는 탄원이 제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우조선은 이와 반대로 전세계 조선소 중 가장 많은 수주잔고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 이들의 합병을 경쟁국이 지켜보고 있을 가능성은 매우 낮아 보인다”고 우려했다.

물론 이동걸 회장에게도 나름의 논리는 있다. 20%의 점유율이 과연 기업결합을 금지할 만한 이유인지, 시장 전체를 볼 것인지 아니면 특정 선박을 볼 것인지 등은 따져봐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아울러 “시장점유율이 협상력을 선도하는 능력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적고 경쟁구도 재편으로 적정수준의 가격을 받을 가능성을 높이면 산업과 클라이언트 모두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럼에도 산업은행 측은 거래가 무산될 가능성에 대비해 다른 선택지도 준비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른바 ‘플랜B’다. 이동걸 회장이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하진 않았지만 거래를 중단하고 산은이 관리하는 현 체제를 이어가겠다는 복안으로 해석된다. 다만 거래 무산 시 대외 신인도 하락 등에 따른 대우조선의 기업가치가 훼손될 수 있는 만큼 고강도의 구조조정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이동걸 회장은 “위험요소를 인지한 만큼 여러 가지로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달라”면서 “리스크로 대우조선의 기업가치가 훼손되면 그 정도에 따라 플랜B는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지금으로서는 ‘플랜A’가 가장 절실하고 필요한 조치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 계획이 성사되도록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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