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노동강도 강화’ 우려해 빈축 “아직 취임 전인데”···경영행보 제동 “대립 아닌 화합으로 발전 모색해야”
KEB하나은행 노조가 지성규 차기 행장 내정자를 향한 불필요한 요구로 빈축을 샀다. 새 행장 체제에서 업무 강도가 세질까 걱정된다는 것인데 공식 취임 전부터 내정자의 경영 행보에 제동을 걸었다는 지적이 흘러나오고 있다.
4일 KEB하나은행 노조는 공식 성명을 통해 “차기 행장 내정자는 흔들림 없는 정도경영을 실추된 이미지를 벗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은행으로 거듭나도록 해야 한다”면서 “정부의 가계대출 억제 정책, 인터넷 전문은행 경쟁 가속화 등으로 수익 감소가 예상되는 시장 여건에서 탁월한 경영능력을 발휘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인사·급여·복지 제도통합 원년인 올해부터 향후 2~3년간은 제도를 개선하고 보완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라면서 “포용의 리더십을 발휘해달라”고 덧붙였다.
특히 “노동 강도 강화와 과도한 영업 압박이 우려된다”면서 “자신의 몸을 돌보지 않으며 열심히 일하는 ‘워커홀릭’이란 평가에 도취돼 직원의 지속 가능한 노동, 저녁 있는 삶, 건전한 영업 문화를 저해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는 지성규 글로벌사업그룹 부행장이 차기 행장으로 내정된 데 따른 발언이다. 지난달 28일 은행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는 함영주 행장의 뒤를 이을 인물로 지 부행장을 추천한 바 있다.
다만 이를 바라보는 시선은 그리 곱지 않다. ‘정도경영’과 ‘소통’은 어느 조직의 노조에서나 제기할법한 통상적인 요구라 치더라도 ‘업무 강도’에 대한 언급은 다소 지나쳤다는 게 업계의 전반적인 견해다.
신임 행장으로서는 우호적이지 않은 환경 속에 성장을 이어가려면 각종 사업에 드라이브를 걸어야 하고 그 과정에서 일부 부서에 업무가 집중될 수 있는데 노조가 벌써부터 발목을 붙잡는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또 일각에서는 올해 마련한 인사와 급여, 복지제도 등 운영이 자신들의 이해에 부합하지 않으면 업무 강도를 빌미로 새로운 행장에 협조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로까지 읽고 있다.
게다가 노조는 새 행장 내정자에 대한 우려를 표시하면서도 약점을 부각시키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지 내정자의 국내 현장 영업 능력이 입증되지 않았다거나 인사·노사 관련 업무 경험이 없다는 대목이 대표적이다. 이에 대해선 그간 함영주 행장의 연임 반대에 목소리를 높였을 뿐 대안을 내놓지 못한 노조의 부적절한 처신이었다는 지적도 존재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차기 KEB하나은행장에 새로운 인물이 낙점되기까진 노조의 반대도 영향을 미쳤던 게 사실”이라며 “임추위 결과에 따라 전환점을 맞게 된 만큼 노사가 기존의 대립 구도에서 벗어나야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차재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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