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원장은 즉시연금 관련 민원이 가장 많은 삼성생명을 겨냥한 듯 종합검사 대상 선정 기준으로 민원을 강조했다. 일찌감치 검사 대상 1순위로 거론돼 온 삼성생명은 다음 달 시작될 종합검사를 앞두고 바짝 긴장하고 있다.
윤 원장은 14일 서울 여의도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금융분쟁조정위원회(이하 분조위)의 보험금 지급 결정을 외면하는 대형 보험사에 대한 생각을 묻는 질문에 “대형사가 업계를 이끌면서 모범을 보여줬으면 하는 생각이 많다”며 “희망하는 것처럼 만족스럽지는 못하다”고 밝혔다.
그는 “대형사는 건전성 위험이 생겨도 감독기관에서 통제를 못하는 ‘투 빅 투 페일(Too big to fail·대마불사)’의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는 지난해 불명확한 약관을 이유로 과소 지급한 즉시연금을 일괄 지급하라는 권고를 거부한 생보업계 1·2위사 삼성생명과 한화생명을 겨냥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금감원은 2017년 11월 삼성생명 만기환급형 즉시연금 가입자 A씨에게 과소 지급한 연금을 지급토록 한 분조위의 결정에 따라 모든 가입자에게 미지급금을 일괄 지급할 것을 권고했다.
삼성생명은 2012년 9월 즉시연금에 가입한 A씨에게 만기보험금 지급 재원을 공제한 연금을 지급했으나, 상품의 약관에는 연금 지급 시 해당 재원을 공제한다는 내용이 없었다.
삼성생명은 지난해 2월 분조위의 결정을 수용해 A씨에게 과소 지급한 연금과 이자를 전액 지급했으나, 동일한 유형의 다른 가입자에게는 미지급금을 일괄 지급하지 않기로 했다.
삼성생명은 같은 해 7월 26일 이사회에서 금감원의 일괄 지급 권고를 거부하고 상품 가입설계서상의 최저보증이율 적용 시 예시 금액보다 적게 지급한 금액만 지급키로 했다.
삼성생명이 이후 지급한 즉시연금 미지급금은 71억원(2만2700건)으로, 금감원이 일괄 지급을 요구한 4300억원(5만5000건)의 60분의 1 수준이다.
삼성생명은 관련 민원을 제기한 즉시연금 가입자를 상대로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을 제기해 보험금 청구 소송비용 지원에 나선 금감원과 충돌했다. 삼성생명은 처음 소송을 제기했던 민원인이 분쟁조정 신청을 취하하자 다른 민원인을 상대로 동일한 소송을 제기했다.
삼성생명 즉시연금 미지급금 일괄 지급을 거부하자 한화생명, KDB생명, 미래에셋생명 등 다른 생보사들도 줄줄이 지급을 거부했다.
한화생명은 지난해 9월 만기환급형 즉시연금 가입자 B씨에게 과소 지급한 즉시연금을 지급하라는 분조위의 분쟁조정 결정에 대한 불수용 의견서를 금감원에 제출했다.
한화생명이 의견서를 통해 즉시연금 미지급금을 지급하지 않기로 한 것은 분쟁조정을 신청한 B씨 1명이지만, 이는 동일한 유형의 다른 가입자들에게도 일괄 지급할 의사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화생명은 약관의 연금 지급액 관련 항목에 ‘만기보험금을 고려해 공시이율에 의해 계산한 이자 상당액에서 소정의 사업비를 차감해 지급한다’는 문구가 있다.
한화생명의 즉시연금 미지급금은 850억원(2만5000건)으로 삼성생명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윤 원장은 이에 따른 삼성생명 종합검사 여부와 관련해 “즉시연금 부분에서 삼성생명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 관심을 갖는 것은 잘 알겠다”면서도 “그동안 언급했듯이 이 문제만으로 종합검사를 하는 게 아니다. 여러 요인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민원 같은 경우도 일종의 지표니까 그 부분이 많다면 종합검사를 할 수는 있다. 다만, 그 회사가 삼성생명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나 종합검사 대상 선정 기준으로 민원을 강조한 발언 역시 삼성생명을 정조준하고 있다.
실제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10~12월) 삼성생명의 자체 민원과 대외 민원 등 전체 민원 건수는 2006건으로 총자산 30조원 이상 8개 주요 생보사 중 가장 많았다.
삼성생명은 보유계약 10만건당 민원 건수 역시 11.61건으로 오렌지라이프(12.35건)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다.
특히 지난해 9월 개설된 금감원의 즉시연금 전용 코너를 통해 접수된 즉시연금 민원 건수는 삼성생명(67건), 한화생명(33건), 교보·동양생명(각 20건) 등의 순으로 많았다.
국내 최대 규모의 보험사로 금감원과 갈등을 빚어온 삼성생명은 종합검사 대상 1순위로 꾸준히 거론돼 왔다.
금감원은 즉시연금 소멸시효 중단을 위해 최종 판결 때까지 분쟁 처리를 보류하고 관련 소송에 적극 대응할 방침이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달 생보협회를 비롯한 각 금융협회에 올해 종합검사 대상 선정 지표를 전달했다.
종합검사 대상 선정 지표는 금융소비자 보호, 건전성, 내부통제·지배구조, 시장영향력 등 4개 핵심부문에 따라 공통 지표와 권역별 지표로 나뉜다.
보험사의 권역별 지표는 ▲불완전판매비율·보험금 부지급률(금융소비자 보호) ▲위험기준 지급여력(RBC)비율(건전성) ▲계열사 거래 비율(내부통제·지배구조) ▲자산 규모(시장영향력) 등이다.
윤 원장은 삼성생명이 엮여 있는 또 다른 분쟁 사안인 요양병원 암 입원보험금 지급 문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윤 원장은 “암보험은 조금씩 업계의 수용을 늘리는 방식으로 추진 중”이라며 “암보험은 환자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서둘러야 하지 않나 싶다. 초조한 감이 있다”고 밝혔다.
삼성생명은 지난해 요양병원 입원치료는 암 직접치료가 아니라며 보험금 지급을 거절했다가 금감원의 권고를 받아들여 보험금을 지급키로 했다.
금감원은 지난해 9월 분조위에서 삼성생명 암보험 가입자 A씨가 제기한 분쟁조정 신청에 대해 삼성생명의 보험금 지급 책임이 있다고 결정했다.
삼성생명은 암수술 후 요양병원 입원은 면역력 강화나 연명치료를 위한 것이어서 직접적인 암 치료 목적으로 보기 어렵다며 보험금 지급을 거절했었다.
금감원은 당시 분조위 결정과 판례 등에 따라 보험금 지급이 필요한 사안에 대해서는 지급을 적극 권고한다는 계획이다.
윤 원장은 “소비자에 대한 사전적 권익 보호를 강화하고 소비자 피해의 사후 구제 절차를 정비해 나가겠다”며 “금융 관행과 상품 판매, 서비스 절차를 소비자 중심으로 개선하고 금융 관련 주요 분쟁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원장의 이 같은 발언에 삼성생명 내부는 술렁이고 있다. 다음 달 종합검사 개시를 앞두고 검사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기 때문이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아직 종합검사 대상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여서 밝힐 입장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
뉴스웨이 장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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