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 사태’에 올해도 얼굴 붉힐 듯 금호타이어 매각 문제로 불편했던 관계지난해 ‘경영난’ 아시아나항공으로 번져 다음달 경영개선 MOU 연장 여부 관건채권 회수 또는 경영진 교체 권고 유력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아시아나항공이 회계법인으로부터 ‘한정’ 감사의견을 받자 서둘러 대책 논의에 착수했다. 회사의 신용등급과 자산유동화증권(ABS), 항공기금융 등에 미칠 영향을 상황별로 분석해 대응 방안을 구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아시아나항공의 ‘감사보고서 파장’에 따른 행보다. 아시아나항공이 지난 22일 감사보고서를 통해 삼일회계법인으로부터 ‘감사범위 제한으로 인한 한정’이라는 감사의견을 받았다고 공시했고 그 여파에 600억원 규모 상장채권(아시아나항공86)까지도 상장폐지 수순을 밟고 있어서다.
일단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감사의견에 대한 아시아나항공과 삼일회계법인의 협상 결과를 지켜본 뒤 실질적인 조치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최악엔 앞서 실행한 여신 회수에 나설 수 있고 지난해 4월 아시아나항공과 맺은 ‘재무구조개선 MOU’의 연장도 거절할 가능성도 존재해 사실상 이들에게 금호아시아나그룹의 명운이 걸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무엇보다 금융권에서는 산업은행과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줄곧 매끄럽지 못한 관계를 지속해왔다는 데 주목하고 있다. 어쨌거나 이동걸 회장으로서는 기업의 경영정상화 문제를 놓고 박삼구 회장과 다시 얼굴을 붉혀야할 상황에 놓인 셈이 됐기 때문이다.
이동걸 회장과 박삼구 회장의 악연은 201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취임 초 이동걸 회장은 금호타이어의 해외매각 문제를 풀어내고자 박삼구 회장과 면담을 가졌다. 매각의 최대 걸림돌로 지목되던 ‘우선매수권 문제’를 담판 짓기 위함이었다. 이 대결은 이동걸 회장의 승리로 일단락된다. 채권단의 자율협약 결의로 주도권을 빼앗긴 박삼구 회장이 경영권과 우선매수권을 포기하고 상표권 사용 문제도 협조하겠다고 약속하면서다. 그러나 박삼구 회장에게 금호타이어 재인수 기회를 완전히 빼앗았다는 점에서 이들 사이의 감정은 그리 좋지 않았던 것으로 여겨졌다. ‘박삼구 회장의 우선매수권이 금호타이어 매각 실패 이유’라는 이동걸 회장의 발언도 있었다.
그러던 두 사람은 지난해 아시아나항공을 놓고 묘한 신경전을 벌인다. 역시 갈등의 시작은 이동걸 회장이었다. 기내식 대란과 오너리스크, 기체 결함 등에 따른 아시아나항공의 경영위기가 우려되자 이 회장이 “현금흐름이 급격히 나빠진다면 바로 개입하겠다”고 경고하면서다.
물론 당시 산업은행이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즉각적인 ‘조치’에 나서지는 않았다. 자율협약이 끝난 상태라 더 이상의 개입은 ‘월권’이라는 이유였다. 이동걸 회장의 발언에도 어디까지나 ‘사안이 기업 경영에 심각한 영향을 미쳐 자구계획 등이 어긋난다면’이라는 단서가 붙었다. 이에 박삼구 회장도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여신 기한 연장을 목적으로 금호고속 보통주 14만8012주 등을 산은에 담보로 제공하는 선에서 황급히 불을 끈 것으로 감지된다.
하지만 올해는 분위기가 다르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자구계획이 틀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로 다가오자 외부에선 이동걸 회장이 결국 강력한 처방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흘러나오고 있다.
특히 채권단이 아시아나항공과 체결한 MOU를 연장해주느냐가 관건인데 부정적인 전망이 적지 않다. 아시아나항공이 약속했던 자본 확충에 실패해 채권단으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할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실제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15일 1500억원 규모 영구채 발행을 결정해 850억원을 모집했으나 이달말까지 추가로 모으려던 650억원은 감사보고서 사태로 무산된 상태다. 이 경우 채권단은 만기 도래 여신 회수나 경영진 교체 권고 등 조치를 취할 수 있어 이동걸 회장이 과연 어떠한 선택을 할지가 관심사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채권단에서도 아시아나항공 사태를 면밀히 들여다보고는 있지만 아직 구체적인 방안을 확정한 것은 아니다”면서 “재감사가 이뤄질 예정인 만큼 결과를 보고 결정해도 늦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차재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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