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빅4, 최근 3년간 영업점 246개 폐점당국發 ‘점포 축소 은행에 불이익 부과설’ 퍼져은행 점포 운영 관련 당국-은행 소통부재 심각정확한 규제 수준·금융 취약계층 대안 공유해야
9일 은행권에 따르면 주요 시중은행은 최근 3년간 국내 영업점(출장소 제외)의 숫자를 지속적으로 줄여나가고 있다.
국민은행, 우리은행, 신한은행, KEB하나은행 등 소위 시중은행 빅4가 최근 발간한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6년 말 기준 3333개에 달했던 4개 은행의 국내 영업점 수가 2018년 말에는 3087개로 줄었다. 2년 사이 246개의 점포가 사라졌고 감소율은 7.4%로 집계됐다.
2016년 말까지 1000개 이상의 영업점을 운영했던 국민은행은 지난해 말 907개로 줄었고 KEB하나은행은 2016년 말 785개였던 영업점 수가 지난해 말에는 680개로 줄어들어 집계 대상 은행 중 가장 가파른 점포 감소세를 나타냈다.
은행들은 지속적인 영업점 통폐합을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말하고 있다. PC 기반의 인터넷뱅킹과 스마트폰 기반의 모바일뱅킹 등 비대면 거래가 은행 이용 행태의 대세로 떠오른 현 상황에서 은행 영업점 운영은 오히려 손해가 된다는 것이 은행권의 목소리다.
한 은행 관계자는 “은행 점포도 일정 수준의 수익을 내야 하지만 영업점 방문객 숫자의 지속적 감소로 내방 고객을 통해 창출되는 수익보다 점포 운영비용이 더 많이 나가는 경우가 있다”며 “손해를 보면서 사업을 하고 싶어 할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문제는 은행권의 이같은 ‘다운사이징’에 대해 금융당국이 제동을 걸겠다는 말이 흘러나왔다는 점이다. 지난 8일 금융권 일각에서는 금융감독원이 무분별한 영업점 감축 현황이 보이는 은행에는 경영실태평가 때 불이익을 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불거졌다.
영업점 감축 은행의 ‘경영평가 불이익 부여설’이 퍼지자 금감원은 “은행 점포 폐쇄 여부를 경영실태평가와 연계하는 방안은 검토한 바 없다”고 즉시 해명하고 나섰다. 그러나 은행권 일각에서는 “그 말을 어떻게 믿느냐”며 시큰둥한 반응을 나타냈다.
은행 점포 축소와 그에 대한 당국의 경영평가 불이익 부여 논란은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은행권 안팎에서는 이를 단순 해프닝으로 넘길 문제가 아니라고 보고 있다. 향후 은행 점포 운영 문제에 대한 은행권과 당국의 소통 부재가 그만큼 심각하다는 증거라는 해석이다.
사실 은행권과 당국은 지난해 은행 영업점 폐쇄와 관련한 모범규준을 발표하기로 했다. 그러나 은행과 당국이 모범 규준 마련을 위한 대화 과정에서 서로 간의 의견만을 고집했고 결국 지난해 안에 모범 규준을 발표하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다행히 큰 틀의 합의는 이뤄졌다. 은행 점포 폐쇄에 대한 전권은 은행에 주되 점포를 없애기 전에 취약계층의 금융 접근성을 따지는 사전영향평가를 거치고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는 곳에 대해서는 해당 지역 우체국을 은행의 대체재로 활용하자는 쪽으로 뜻이 모아졌다.
이 같은 내용은 늦어도 이달 안에 은행연합회 측이 발표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난데없이 금융당국의 영업점 축소 은행 경영평가 불이익 부과설이 불거지면서 당국과 은행권 사이의 분위기는 다시 급랭했고 둘 사이의 오해가 더 깊어졌다는 관측이다.
한 은행의 관계자는 “당국이 은행 경영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선에서 정책을 낸다면 은행이 이를 마다할 리 없다”며 “당국이 은행권과 영업점 운영 문제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경영평가와 연계하지 않겠다고 아예 확언을 했다면 이 같은 오해도 없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금융당국 관계자도 “은행 영업점 축소 문제를 경영평가와 연계하겠다는 말이 어떻게 나왔는지는 모르겠지만 각자의 오해 때문에 생긴 문제로 본다”며 “은행 점포를 무조건 줄이지 말라는 식의 규제는 하지 않을 것이며 문제가 될 만한 부분은 토의를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정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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