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대주주 KCGI, 경영권 압박에 방어전략 고심범한진家 지원 힘들어···기관투자자 등 협력 요청부정 여론 잠재워야···경영능력 입증할 성과도 필수
조원태 회장은 2대주주인 KCGI의 거친 공세에 대응하기 위해 우호세력을 최대한 확보해야 한다. 또 오너가 이미지 쇄신과 경영능력 입증이라는 과제도 짊어졌다.
재계에 따르면 조원태 회장은 지난 24일 한진그룹 신임 회장으로 취임했다. 8일 조 전 회장의 갑작스러운 별세로 우려된 경영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조원태 회장의 선임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장례가 끝난 지 일주일 만에 한진칼 이사회가 소집됐고, 조원태 회장은 대표이사 회장에 등극했다.
한진그룹은 지주회사인 한진칼을 통해 대한항공, ㈜한진 등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는데, 한진칼 대표이사 회장은 실질적으로 한진그룹의 총수 권한을 가진다.
조원태 회장이 공식적으로 총수 자리에 올랐지만, 실권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조 전 회장의 지분 승계가 마무리돼야 한다. 그룹을 장악하기 위해서는 한진칼 지분을 최대한 많이 확보하는 것이 유리하다.
오너일가의 한진칼 지분 구조를 살펴보면, 조 전 회장과 특수관계자 지분이 28.93%다. 조 전 회장은 우호지분의 약 62%에 달하는 17.84%(우선주 제외)를 가진 최대주주다. 조원태(2.34%), 조현아(2.31%), 조현민(2.30%) 등 세 자녀의 지분은 각각 3%에 못 미친다. 이 외 정석인하학원 2.14%, 정석물류학술재단 1.08% 등이다.
조 전 회장의 지분이 세 자녀에게 어떻게 배분될지는 아직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조 전 회장이 생전 남긴 유언이 가족들과 잘 협력해서 사이좋게 이끌어 나가라”는 점으로 미뤄볼 때, 조원태 회장에게 몰아줄 가능성은 크지 않다.
시장에서는 조 전 회장의 지분을 고루 나누고, 두 딸의 상속지분을 조원태 회장 우호지분으로 남겨두면 경영권 방어가 수월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하지만 지분 상속 과정에서 주식 일부를 처분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2000억원대로 추정되는 막대한 상속세를 감당할 수 없을 것이란 이유다. 금융권에서는 주식 처분 이후 오너일가의 우호지분이 20%로까지 떨어질 것이라 예상하는데, 이 경우 2대주주 KCGI와의 지분격차는 13%대에서 5%대로 뚝 떨어진다.
조원태 회장은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해 최우선적으로 우호지분 끌어모으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범한진가(家)의 도움을 받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백기사로 거론되던 조 전 회장의 막냇동생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은 지분경쟁에 참여하지 않겠다며 선을 그은 상태다. 조 전 회장의 바로 밑 동생인 조남호 전 한진중공업홀딩스 회장은 경영난을 이유로 사내이사 자리에서 물러나며 경영권을 상실했고, 한진해운은 파산했다.
결론적으로 외부 자본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블랙록과 뱅가드, 미래에셋 등 기관투자자들을 우호세력으로 확보하는 방안이 있다. 특히 외국인 투자자가 보유한 총 지분이 20%가 넘는 만큼, 배당 확대 등 주주가치제고 방안으로 이들을 설득할 것이란 관측이다.
대한항공과 긴밀한 협력관계를 구축해 온 기업들을 대상으로 지분 매입을 요청할 가능성도 있다. 대표적으로는 미국의 델타항공과 보잉사다. 대한항공은 델타항공과 태평양 노선 조인트벤처를 출범한 바 있다. 또 보잉사의 우량 고객사이기도 한데, 대한항공과 계열 저비용항공사(LCC)인 진에어는 보잉 항공기로 기재를 단일화했다. 운용 기재만 200대에 달한다.
기존 주주도 확실한 우군으로 만들어야 한다. 한진그룹은 올해 2월 ‘비전 2023’을 발표한 바 있다. 이 중장기 전략에는 당기순이익의 50% 수준으로 배당을 확대하는 방안과 자산 매각 등으로 부채비율을 낮추겠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주주 가치 극대화를 위해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경영 투명성을 높인다는 계획도 담겼다.
오너일가의 사회적 물의에 따른 부정적인 여론도 바꿔야 한다. 조 전 회장 사망으로 중단된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에 대한 외국인 가사도우미 불법 고용 혐의에 대한 재판이 재개될 예정이다. 재판 결과에 상관없이 오너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아질 수밖에 없다. KCGI가 경영 참여를 선언한 궁극적인 목적도 오너가 논란을 차단해 기업가치를 높이겠다는 것이다.
재계에서는 이를 종합해 볼 때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조현아 전 부사장과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복귀는 당분간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조원태 회장의 경영권이 안정화된 다음으로 미뤄질 것이란 분석이다.
대내외에서 조원태 회장의 경영능력이 미흡하다고 평가하는 점도 위협 요인이다. 조원태 회장은 그동안 조 전 회장 대신 공식적인 행사에 참석하며 입지를 넓혀나갔지만, 실질적인 현안은 조 전 회장의 손을 거쳤다. 특히 조원태 회장이 사장 자리에 오른 지 3년차에 불과한 상황에서 회장에 올랐고, 주도적으로 세운 업적이 많지 않다. 오너가에 대한 주주, 시장의 의구심과 견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모두가 인정할 만한 성과를 내놓아야 한다는 의견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조원태 회장이 경영능력을 입증하고, 오너가 이슈를 해소시키는 것 만으로도 KCGI를 견제할 수 있는 방어책”이라며 “다만 취약한 지분 구조를 어떻게 해결할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이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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