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사장 본격경영 행보···IATA서 세대교체 공식화배당확대 전망에 주가폭등···오너家 상속부담 가중하락 땐 경영권 위협 확대···KCGI 매입 가능성 여전국민연금 보유지분 대량매각···경영권 분쟁서 발 빼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 주가는 상속세 이슈와 맞물리면서 등락을 이어가고 있다. 주가가 급등하자 3대주주인 국민연금은 보유 지분을 처분해 시세차익을 거뒀지만, 조 사장 등 오너일가가 내야하는 상속세 규모는 불어났다. 반대로 주가가 하락세를 타면서 조 사장 일가 부담은 다소 줄어든 모습이다. 하지만 경영권 위협은 여전히 존재한다. 2대주주인 KCGI가 추가 매집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됐다.
24일 재계와 항공업계 등에 따르면 조 사장은 선친의 장례가 끝난 다음날인 17일 회사로 복귀해 정상적인 업무를 보고 있다. 조 사장은 복귀 첫 날 사내게시판을 통해 임직원에 대한 감사의 뜻을 전하며 어수선한 내부 분위기를 추스렀다. 특히 조 사장은 “새로운 마음으로 다시 시작하자”는 메세지를 전달했는데, 이는 대한항공과 한진그룹을 책임지고 이끌겠다는 강한 의지를 나타낸 것으로 해석된다.
조 사장은 오는 6월 서울에서 개최되는 세계항공운송협회(IATA) 총회의 의장으로 나서며 공식적인 세대교체를 천명하게 된다. ‘항공업계의 유엔 총회’로 불리는 IATA는 120개국 287개 민간 항공사가 회원으로 가입하고 있다. 조 사장은 성공적인 회의 개최로 자신의 능력을 입증한다는 계획이다.
조 사장은 본격적인 경영보폭을 넓히며 그룹 총수 입지를 다져나가고 있지만, 경영권은 여전히 불안정하다. 조 회장의 지분 승계 작업이 아직 시작되지 않았고, 약 2000억원에 달하는 상속세 마련 방안과 상속시 지분 감소 등 위협적인 요소가 산재해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조 회장의 별세소식이 전해지기 전인 7일 2만5200원이던 한진칼 주가 다음날 3만400원으로 전 전거래 대비 20.6% 올랐다. 조 회장 사망 직후 경영권 분쟁과 배당 확대 가능성이 제기된 영향이다.
상승세는 12일까지 이어졌다. 당시 한진칼 주가는 4만4100원으로, 전일 대비 29.9%나 폭등했다. 우선주인 한진칼우 역시 30% 가까이 주가가 치솟으며 투자경고종목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한진칼 주가가 연일 강세를 보이자 조 사장 등 오너 일가가 부담해야할 상속세 금액도 덩달아 커졌다. 조 회장은 한진칼 지분 17.84%(약 1055만주)를 보유하고 있는데, 12일 종가로 계산하면 지분가치는 4653억원에 달한다.
현행 상속 및 증여세법(상증법)에 따르면 상장주식에 대한 상속세는 사망시점을 기준으로 전후 2개월씩 총 4개월간 주가의 평균으로 정해진다. 지난 2월 7일부터 오는 6월 7일까지가 기준이다. 정확한 상속세 규모는 아직 예측하기 힘들다. 하지만 올 초 2만원대 초반에 머물던 주가가 4만원대 가까이 뛰어오르면서 오너일가 부담은 가중될 수밖에 없다.
특히 최대주주 지분을 상속받을 경우엔 경영권 프리미엄 할증이 20~30% 붙게 되는데, 조 회장 지분은 50% 미만이어서 20% 할증 대상이 된다. 주가 고공행진이 지속된다면, 당초 업계가 예상한 상속세보다 규모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오너가 경영을 탐탁치 않게 여기던 국민연금이 시세차익을 목적으로 잇따라 지분을 처분한 점은 조 사장에게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국민연금은 이달 들어서만 총 7차례에 걸쳐 지분을 매각했다. 처분단가는 주당 3만2000원에서 4만6000원 사이로, 300억원 이상의 차익실현을 거둔 것으로 추산된다. 보유 지분은 지난해 말 지분 7.34%에서 4.11%로 낮아졌다.
국민연금의 주식 매각은 한진칼 경영권 분쟁에서 한 발 물러나 있겠다는 의도도 내포된 것으로 보인다. 조 사장 일가와 KCGI는 한진칼 경영권을 둘러싼 갈등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공적기관으로서 어느 한 편을 들어주기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최근 들어 한진칼 주가가 우하향 그래프를 그리고 있지만, 마냥 반길수 만은 없는 상황이다. 23일은 전날 대비 7.21% 떨어진 3만67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단기간에 주가 급등한 상황에서 주가 하락을 염두에 둔 공매도가 몰린 여파로 풀이된다. 공매도는 우선 주식을 빌려서 팔고, 나중에 주가가 떨어지면 재구매해 빌린 주식을 갚아 차익을 챙기는 방식이다.
오너가의 상속세 부담은 완화될 수 있지만, 호시탐탐 오너가를 위협하는 KCGI의 추가 매집 가능성이 높아진다. 주가가 하락세인 틈을 타 입지을 더 확대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KCGI의 지분율은 13.47%다. 지난해 11월 한진칼 지분 9%를 사들이며 단숨에 2대주주로 올라선 KCGI는 약 한 달 뒤 지분율을 10.81%로 늘렸다. 올 3월에는 12.68%로까지 확대했고, 이달 들어서도 0.79%포인트를 추가 확보했다.
현재 조원태(2.34%), 조현아(2.31%), 조현민(2.30%) 등 조 회장 세 자녀의 지분은 각각 3%에 못 미친다. 승계시 상속세율은 50%에 달하는데, 지분 상속 과정에서 일부를 처분할 경우 특수관계자 지분은 28.95%에서 20.03%로 떨어진다. KCGI와의 지분율 격차도 기존 15%대에서 6%대로 줄어 경영권 방어가 쉽지 않다.
뉴스웨이 이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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