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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 행동주의 확산’···거리로 나선 소액주주들

‘주주 행동주의 확산’···거리로 나선 소액주주들

등록 2019.05.20 16:15

이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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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주의펀드 경험한 소액주주들 기업에 ‘책임경영’ 강조한국전력··KT·삼성바이오·티슈진 주주들 집회·소송 제기 기업 실적악화·주가 급락에 대해 기업 배상 책임 물어

소액주주들의 집단행동이 줄을 잇고 있다. 기업의 실적 악화와 투자손실에 대해 기업과 경영진을 상대로 집단소송에 나서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특히 최근 ‘주주 행동주의’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증가하며 소액주주들의 적극적인 행동을 이끌어 낸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전력공사(015760) 소액주주들은 20일 오후 2시 서울 서초구 강남대로 한전 강남지사 앞에서 ‘한전 주가 하락 피해 탄원 및 김종갑 한전 사장의 흑자경영 촉구를 위한 소액주주 집회’를 개최했다.

이들은 한전 강남지사와 경영진의 서울 사무실이 있는 서초구 한전 아트센터에서 무기한 집회를 열 방침이며 한전 경영진을 상대로 민형사 소송도 제기할 계획이다.

한국전력 주가는 2016년 5월 13일 6만3700원으로 최고점을 찍은 뒤 줄곧 하락세를 보여왔다. 지난 20일 종가는 2만5400원으로 2016년 5월 대비 60.13% 빠진 상태다. 올초 대비로도 25.40% 하락했다.

한국전력 1분기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소액주주 주식 보유비율은 전체 35.08%에 달한다.

주가부진의 가장 큰 원인은 실적악화다. 한국전력의 영업이익은 2016년 12조16억원을 기록한 뒤 2017년 4조9532억원으로 급감했으며 지난해에는 2080억원 적자를 냈다.

실적부진이 이어지며 현금배당 또한 2016년 1980원에서 2017년 790원으로 줄어든 뒤 지난해에는 순손실로 현금배당이 전무했다.

‘주주 행동주의 확산’···거리로 나선 소액주주들 기사의 사진

이날 열린 집회에서 소액주주들은 “박근혜 정부 말기 12조원이던 당기순이익이 탈원전 에너지 정책 때문에 작년에는 1조원 적자가 됐다”며 “정부 낙하산으로 내려온 산업부 차관 출신 김종갑 한전 사장은 즉각 사퇴하라”고 주장했다.

KT(030200) 소액주주들도 황창규 KT 회장과 이석채 전 회장에게 불법경영 책임을 묻는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KT 소액주주 비율은 전체 48.10%에 달한다.

KT전국민주동지회와 KT노동인권센터는 지난 16일 서울 KT 광화문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KT 소액주주 35명이 이석채 전 회장과 황창규 회장을 상대로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이석채 전 회장의 경우 무궁화3호 인공위성을 정부 승인 없이 매각해 손해를 끼쳤다며 211억2900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황 회장에게는 아현국사 관리 유지 의무를 다하지 못해 489억원의 손해를 냈고 불법 비자금을 조성해 정치인에게 후원했다며 544억1000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분식회계 이슈로 주가가 추락한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의 소액주주들도 회사를 상대로 민사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소액주주 355명은 지난 4월말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정·안진회계법인, 금융감독원과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으며 사건은 서울중앙지법 민사31부(조미옥 부장판사)에 배당됐다.

이들은 소장에서 “삼성바이오는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 지분 회계 처리를 하면서 분식 회계를 했고 그에 따라 허위로 사업보고서 등을 작성·공시했다”며 “이를 믿고 삼성바이오 주식을 거래하는 과정에서 손해가 났으니 배상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소액주주들은 지난해 11월 14일 종가인 주당 33만4500원 기준, 피해 규모를 120억원 상당으로 추산했으며 이 중 84억여원을 삼성바이오 등이 물어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소액주주 비율은 21.23% 정도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분식회계 이슈가 불거지며 작년 4월 13일 60만원을 터치했던 주가가 20일 종가기준 29만3500원으로 반토막난 상태다.

‘인보사 사태’로 투자손실을 입은 코오롱티슈진(950160) 소액주주들 또한 이웅열 전 코오롱그룹 회장 등을 검찰에 고소하기로 결정했다.

제일합동법률사무소에 따르면 코오롱티슈진 소액주주 100여명은 늦어도 오는 24일까지 회사 및 경영진을 상대로 형사 고소 및 민사 소송을 낼 예정이다.

특히 이들은 코오롱티슈진의 사실상 모회사인 코오롱생명과학(102940)의 사내이사 회장직을 작년까지 맡았던 이웅열 전 회장도 고소 대상에 넣기로 했다.

코오롱티슈진의 경우 인보사 이슈가 불거지며 주가가 연초대비 76.04% 하락했다. 1분기 기준 소액주주 보유비율은 36.66%다.

한편 이 같은 소액주주들의 적극적인 행동은 연초 행동주의 펀드들의 ‘주주 행동주의’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KCGI 등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며 기업가치 개선에 영향을 주자 소액주주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박사는 “소액주주들이 최근 행동주의 펀드의 성공을 몇차례 경험하며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가 기업가치와 투자수익을 개선시킬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이에 적절하지 못한 의사결정이 나타났을 때, 집단 소송 등 소송과정에서 피해를 구제받는 합리적인 선택이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도 이런 움직임은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며 “집단 소송의 경우 많은 시간이 소요되고 보상 규모도 크지 않지만 기업들에게 경각심을 심어주는 것이 시장 발전차원에서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의식이 확대되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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