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분야에서는 설립 10년 이하에 기업가치가 10억 달러(1조 원) 이상인 비상장 스타트업을 ‘유니콘 기업’이라 부른다. 설립한 지 오래되지 않은 신생 벤처기업이 상장도 하지 않고 그 정도의 가치를 평가받는 일은, 상상 속에서나 존재하는 유니콘처럼, 그만큼 보기 어렵다는 의미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CB 인사이트’에 따르면 지난 5월을 기준으로 세계에는 총 347개의 유니콘 기업이 존재한다. 미국의 우버·에어비앤비·스냅챗과 중국의 샤오미·디디 등이 대표적이며, 전체에서 두 나라의 비중은 각각 49.8%, 25.6%에 달한다.
그렇다면 이 중 한국 기업은 과연 몇 개나 될까?
지난 11일, 국내 한 기업이 싱가포르 투자청(GIC) 등으로부터 총 1억 8,000만 달러, 한화로 약 2,128억 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며 유니콘 기업 대열에 합류했다. 온라인 여행 플랫폼 ‘야놀자’가 이뤄낸 성과다.
이로써 우리나라의 유니콘 기업은 전부 8개가 됐다. 야놀자를 비롯해 전자상거래 분야의 위메프와 쿠팡, 옐로모바일(데이터 플랫폼), 우아한형제들(푸드테크), 비바리퍼블리카(핀테크), 크래프톤(게임), L&P코스메틱(화장품)이 그 주인공들이다.
2014년 불과 한 개에 불과했던 게 2015년 2개, 2018년 3개 그리고 올해 8개 기업에 이르며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하지만 아직까지 헬스케어·빅데이터 등 미래 먹거리 산업에서 한국 기업의 존재는 전무한데다, 전체 글로벌 유니콘 기업의 단 2%에 불과하다.
투자 유치도, 투자금 회수도 어려운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유니콘 기업의 탄생은 말 그대로 ‘전설’이라 부를 만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에 관해 한국경제연구원은 국내 벤처기업들이 차세대 유니콘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척박한 환경의 개선이 우선이라고 제언한 바 있다.
현재 유니콘 기업은 대부분 외국계 자본에 의존하는 상황(주요 투자사 17곳 중 외국 투자사 12개), 앞으로는 민간 투자에 대한 제도를 개선해 국내 투자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연구원은 더 다양한 분야에서 유니콘 기업이 나올 수 있도록 산업별 규제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도 언급했다. 법률 및 정책을 바탕으로 가능한 것만 허용하는 현재의 ‘포지티브(Positive) 규제’를, 불가능한 것만 빼고 모두 허용하는 ‘네거티브(Negative)’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게 골자다.
물론 규제 개혁으로 유니콘 기업의 수만 많아지는 게 능사는 아닐 수 있다. 일각에서 혁신과 내실 없는 기업들을 두고 제기되는 ‘유니콘 거품’에 대한 우려도 꾸준하다.
실제로 한때 4조 원대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던 원조 유니콘 옐로모바일은 최근 전에 없던 위기를 겪고 있다. 회계감사에서 2년 연속 의견거절을 통보받은 데 이어 핵심 계열사들의 사업 부진으로 부채비율이 자본총액의 2배를 초과해 공정위로부터 4억 5천만 원 규모의 과징금이 부과된 것이다.
몇 년 사이 유니콘 기업이 폭발적으로 증가해 89개에 이른 중국의 전망도 마냥 밝지만은 않다. 성공 가능성이 커 보이는 일부 기업에만 자본이 몰리면서 기업가치가 과도하게 부풀려졌다는 것. 이미 위험 수위에 닿았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수년 안에 상당수 기업이 사라질 거라는 전망도 나온다.
그럼에도 날카로운 아이디어와 탄탄한 기술력을 갖춘 스타트업은 일자리 창출과 경제 성장을 위해 꼭 필요한 처방으로 꼽힌다. 우리 정부 역시 이를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보고 규제 샌드박스* 도입을 비롯한 스타트업 친화 정책들을 추진 중이다.
*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가 출시될 때 일정 기간 기존 규제를 면제, 유예시켜주는 제도.
실제로 2022년까지 신규 벤처에 5조 원을 투자해 유니콘 기업 20개를 만들어 내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는가 하면, 전용펀드 마련 및 해외 벤처투자자 연계 등 기존 기업의 성장을 위한 지원 방안도 다양하게 마련하고 있다.
지금도 적지 않은 스타트업이 유니콘 기업 진입을 앞둔 가운데, 이렇게 정부의 지원까지 더해지는 상황.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는 앞으로 달라질 환경에서 얼마나 진화할 수 있을까? 또 ‘세계의 유니콘 기업’이라는 지도에는 어떤 흔적들을 남기게 될까? 지켜볼 일이다.
뉴스웨이 박정아 기자
pja@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