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사, 일본업체 수주 5% 불과기자재 국산화율 90% 영향 ‘미미’ 중소 해운사 의존도 높아 다소 우려
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 대우조선, 삼성중공업을 포함한 국내 조선업계는 선박 기자재의 국산화율이 90%가 넘어 일본이 추가 수출규제를 해도 영향이 적다는 평가가 나온다.
조선업계에선 일본에서 넘어오는 중간재 수입은 많지 않고, 모두 독일 등 유럽으로 대체 가능해 일본과의 통상 마찰에서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선박 건조용 철판인 후판은 국내 조선사들이 포스코에서 주로 공급받는다. 일본산 후판을 수입해 쓰는 경우가 있으나 일시적인 수급조절용이어서 수출규제 영향이 미미할 것이란 관측이다.
국내 조선사들이 지난해 해외 발주량의 과반수 이상 수주를 따낸 액화천연가스(LNG)운반선에는 일부 극저온 설비가 필요한 기자재와 향해통신장비 등 일본 부품이 사용된다. 하지만 이는 일본산 부품이 없으면 제작이 불가능한 것이 아니라 직접 제조해서 쓰면 비용이 더 들기 때문에 일본에서 부품을 공유하고 있다는 게 업계 평가다.
한국 조선업의 글로벌 시장 수주에서 올 상반기 기준 유럽연합(EU)은 45%로 가장 많다. 그 다음은 한국과 중국이며 일본은 5% 안팎에 불과하다. 올해도 그 비중은 계속되고 있다. 대우조선의 경우 일본 업체로부터의 수주는 한 건도 없고, 연내까지 계획 잡혀 있는 수주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최광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본은 대부분의 선박을 자국 수주에 의존하며, LNG선의 절반은 한국에 발주한다”며 “한국 발주를 중단하면 일본 상사들의 LNG선 관련 투자와 수입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일관계 악화가 장기화 국면으로 빠져들면 일본이 국내 업체 발주 물량을 연기시킬 가능성은 존재한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LNG선은 그나마 한국 발주가 많은데 일본이 경제보복 등을 감안해 향후 발주를 꺼리게 되면 수주 매출 영향을 받을 순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본이 한국에 LNG선을 발주해야 할 경우 기술력이 월등히 앞서 있는 한국산 대신 신뢰가 떨어지는 중국산을 택할 확률은 굉장히 낮다"고 지적했다.
일본이 ‘화이트리스트(수출 우대국)’ 명단에서 한국을 빼는 등 2차 경제보복에 나서자 시장에선 일본이 다른 방향으로 한국 조선업을 견제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이미 일본은 산업은행의 대우조선에 대한 공적자금 지원 등을 불공정 무역(보조금 위반)으로 판단하고 국제무역기구(WTO)에 분쟁 절차를 밟고 있다. 아베 정부는 WTO 제소 건을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 합병 심사에서도 같이 보겠다고 벼르고 있다.
또 일본 최대 조선사인 이마바리조선의 히가키 유키토 사장은 지난달 말 기자회견을 열어 한국 조선산업의 저가 수주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어떻게 해서든 국내 조선사들의 수주 활동에 제동을 걸겠다는 속셈이다.
해운업의 경우 아시아 역내(한국~일본 등)만 운항하는 고려해운, 장금상선, 흥아해운 등 중소 근해선사들의 물동량 감소폭이 클 것으로 우려된다. 한국과 일본을 오가는 물동량은 2017년 159만TEU(1TEU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 1개), 지난해 162만TEU 등 지난 몇 년간 증가 추세다.
국내 대표 국적 선사인 현대상선은 일본 해운사 원(ONE)이 소속된 새로운 해운동맹 ‘디 얼라이언스’에 내년 4월부터 가입하지만 일본과 거래가 없는 원양 선사여서 한일관계와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디 얼라이언스는 독일, 대만 선사와 함께 동등한 정회원 자격을 갖춘 것으로 동맹 업체들 간에 피해를 줄 수도 없고, 피해가 갈 수도 없다”면서 “운항 노선이 99% 이상 미주(북미), 구주(유럽)로 물동량 감소 우려는 없다”고 설명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현대상선뿐 아니라 미주 노선 중심인 SM상선은 영향이 적겠지만, 중소 해운사들은 일본 의존도가 상당히 크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김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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