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람코 석유시설 2곳 가동중단···국제유가↑에쓰오일, 유가상승 호재 ‘선입선출법’ 도입재고평가익 확대 등 단기 반사이익 누릴 듯SK이노 등 ‘총평균법’ 적용···수혜 제한 관측
16일 정유업계 등에 따르면 사우디 국영 석유회사인 아람코가 소유한 최대 석유 시설 2곳인 아브카이크와 쿠라이스가 지난 14일(현지시간) 예맨 반군의 공격을 받아 가동을 중단했다.
사우디는 세계 최대 산유국인데, 이번 공격으로 사우디 전체 산유량의 절반인 하루 평균 약 570만 배럴의 원유 생산 차질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는 전세계 원유 공급량의 5~6%에 달하는 수준이다.
아민 H. 나세르(Amin H. Nasser) 사우디 아람코 사장 겸 CEO는 사고 발생 직후 “현재 생산 복원 작업이 진행 중”이라고 밝혔지만, 정상 가동 시기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언급하고 있지 않다.
사우디 당국은 가동 중단 기간 동안 비축된 재고를 풀어 원유 공급 부족분을 상쇄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원유 수급 불안감이 확산되면서 국제유가는 폭등하고 있다.
싱가포르거래소에서 브렌트유 선물은 장 초반 배럴당 11.73달러 오른 71.95달러로, 전 거래일보다 20% 급등했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브렌트유는 배럴당 12.35% 상승한 67.66달러에,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배럴당 15% 치솟은 63.34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미국은 국제 원유시장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전략비축유(SPR) 방출을 결정했다. 외신에 따르면 미 정부가 실제로 SPR을 사용할지 여부는 사우디 원유시설의 생산 재개 시점에 따라 결정될 전망이다.
시장에서는 국제유가 상승이 불가피한 상황 속에서 에쓰오일이 단기적으로 반사이익을 누릴 것이란 관측을 내놓는다. 통상 정유사는 원유를 구입한 뒤 2~3개월간 비축해 둔다. 에쓰오일은 먼저 구매한 원유를 제품으로 만들어 판매하는 방식의 선입선출법을 사용한다. 판매하고 남은 재고가 가장 최근에 구입한 원유로 만들어진 것이어서, 단가도 최근 값이 적용된다. 유가 상승분이 재고평가이익으로 직결된다는 얘기다.
2달 전인 7월 셋째주 기준 국제유가(브렌트유)는 배럴당 62.47달러로, 현재 거래되는 가격과 비교할 때 약 10달러 차이가 난다. 에쓰오일이 더 비싼 가격에 제품을 되팔수 있어 재고평가이익이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달리 SK이노베이션과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는 총평균법을 채택하고 있다. 기존 재고와 새로 구입한 물량 가격을 평균으로 내는 것인데, 재고와 당기매입 원유를 매출 원가로 반영하고, 남은 물량은 다음달에 반영한다. 유가 상승보다는 유가 하락에 따른 손실을 줄이는데 유리하다.
정제마진 개선 효과는 국내 정유사 모두가 누릴 것이란 진단이 나온다. 국제유가가 오르면 수급 불안정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되면서 정제마진도 오른다. 투기적 수요까지 더해지면 정제마진 강세는 더욱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수요 증가가 아닌, 지정학적 위험 상승에 따른 공급 차질에 따른 가격 인상이라는 점에서 재고평가이익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수 있다는 목소리가 존재한다. 중동산 원유 차질로 미국산 원유의 경쟁력이 강화될 가능성도 열어둬야 한다. 이 경우 아람코 자회사인 에쓰오일이나 아람코가 2대주주인 현대오일뱅크는 상대적으로 손해를 보는 반면, 미국산 원유 비중이 높은 SK이노베이션 등은 원가우위를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정유업계 한 관계자는 “사우디 석유시설 가동 중단에 따른 국제유가 불확실성이 장기화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면서 “단기적인 유가 상승은 제품가격 상승과 수요 개선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유가가 폭등하면 다른 정유사에 비해 에쓰오일이 유리한 것은 사실”이라며 “국제유가가 안정을 되찾기까지 수주가 걸릴 것으로 예상되고, 이 기간 동안 국내 정유사들이 재고평가이익을 낼 전망”이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이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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