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사장 퇴진·수입차 반대 투쟁“이익 2%만 국내로 나머진 본사 몫”회사측 “국내 차종 수익 창출 어려워”
한국GM 노동조합이 20일 다시 파업에 돌입했다. 오는 27일까지 투쟁 수위를 높여가며 파업카드를 꺼내들었고, 쉐보레 수입차 불매운동을 하겠다고 사측과 강대강으로 맞붙고 있다.
노사가 올해 임금 협상을 놓고 팽팽하게 맞서면서 산업은행과 맺은 ‘10년 체류’ 협약 1년 만에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한국GM 노조는 지난 19일 사측과 9차 교섭을 진행했지만 양측 입장 차이는 전혀 좁혀지지 않았다. 지난달 8차 교섭 이후 37일 만에 협상이 재개됐지만 사측의 제시안이 없자 노조는 파업 일정을 확정했다. 집행부는 “공장 문을 닫고 깨끗하게 정리하던가, 획기적인 안을 제시하던가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하라”며 ‘끝장 투쟁’에 나설 채비다.
노조는 이날 전·후반조 4시간, 사무직 5시간씩 파업하고, 오는 24~27일 전·후반조 6시간씩 파업을 예고했다. 파업에 참여하는 조합원은 8000여 명이다. 오는 24일에는 카허 카젬 사장 퇴진 및 수입차 불매운동 전개 기자회견도 예정해 놨다.
노조는 오는 30일 중앙쟁의대책위를 열어 향후 투쟁 일정을 다시 정한다는 방침이다. 사측은 9월 말까지 진행될 파업으로 올해만 1만5000대 생산차질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했다.
한국GM은 지난해 군산공장 정리 이후 3000명의 직원을 구조조정 했다. 이 때문에 인건비 부담이 줄어 2020년부터는 흑자 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올해 판매량은 작년보다 더 줄어들면서 내년에도 영업이익을 낼지는 불확실하다.
노조는 임금 인상, 성과급 지급을 요구하고 있으나 카젬 사장은 회사가 흑자가 나기 전까지 임금 인상 불허 방침을 밝혔다. 노조는 조합에 급여 동결을 요구한 사측이 팀장 이상 간부급 직원들은 올해 1.8% 임금 인상과 성과급 약 20%(평균 1700만원)을 받아갔다고 반발하고 있다.
그런 불만이 급기야 회사 제품 불매운동까지 번질 조짐이다. 회사 정상화에 도움이 안 되는 쉐보레 수입차는 차라리 팔지 않는 게 낫다는 것이다.
노조 관계자는 “수입차 판매로 한국GM에 넘어오는 이익은 고작 2%, 나머지는 본사가 갖고 가는 구조”라며 “트래버스, 콜로라도 팔아봤자 마케팅 비용 등을 제외하면 남는 게 없어 회사 수익 개선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회사 정상화에 도움이 안 되는 차는 팔아봤자 남는 게 없으니 불매 투쟁을 하겠다고 일단 공지한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미국에서 들여와 판매한 임팔라의 경우 출시 초기 6개월 이상 대기 수요가 발생하는 등 연 3만대 이상 팔 수 있는 차종이었으나, 국내 생산 아닌 수입차로 팔면서 결국 1만대도 못 팔고 실패한 차로 전락했다는 게 노조 주장이다.
또 다른 노조 관계자는 “생산직은 월급제가 아니라 시간제여서 파업하면 급여가 준다”면서 “돈이 먼저가 아니라, 부평2공장은 3년 후 또 구조조정이 예견되고 있어 투쟁을 하겠다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GM은 글로벌 사업 재편을 위해 수익성이 없는 해외 공장은 정리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한국 사업장의 경우 지난해 군산공장을 매각한 데 이어 부평2공장도 2022년 이후 정리하고 부평1공장만 운영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GM 관계자는 “미국도 공장 문 닫고 구조조정을 진행 중인 상황에서도 지난해 신차 물량 2종을 배정 받았다”며 “자구안과 회생계획을 마련해 성과를 내는 모습을 보이는 게 임금 인상보다 먼저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 생산 차종으로 수익을 내기 어려운 만큼, 라인업을 늘릴 수 있는 대안은 수입차 밖에 없다는 게 사측 입장이다. 한국GM 관계자는 “신차 배정 2종을 확약한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지금 조합이 요구하는 새로운 신차 물량을 받을 순 없다”고 설명했다.
GM이 한국에서 생산하는 모델은 5종이며 판매를 앞둔 트래버스, 콜로라도를 포함하면 수입차는 6종이다. 노조는 수입차 중 일부 모델은 부평2공장에서 생산 전환할 수 있지 않느냐는 요구를 계속하고 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직원 1만명의 기본급을 올리면 임금 테이블이 확 올라가니 사측의 임금 인상 결정이 어려운 것”이라며 “기본급은 동결해도 성과급은 일회적인 비용이기 때문에 일부 인상하는 선에서 합의할 순 있으나 올해도 영업적자가 예상되는 사측으로선 쉽지 않은 선택”이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김정훈 기자
lennon@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