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GI, 한진칼 거버넌스위원회 참여 요청아시아나 인수전서 한진 정보 획득 가능성↑ 내년 주총 앞두고 경영권 위협 재시동 촉각
KCGI는 한진칼의 2대 주주로서 거버넌스위원회 참여를 요청한 데 이어 한진그룹의 주력 자회사인 대한항공의 부채비율 문제를 지적하고 나섰다. 앞서 KCGI는 전략적투자자(SI) 확보 실패로 인수 경쟁에 밀렸지만, 한진그룹을 공략할 수 있는 정보 획득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KCGI는 지난 15일 한진칼 거버넌스위원회 참여를 공식 요청했다. 사외이사의 독립성과 전문성이 의심된다는 이유에서다. 또 한진그룹의 주력 자회사인 대한한공의 과도한 부채 비율 문제를 조속하게 해결할 것을 촉구했다.
앞서 한진칼은 지난 8일 이사회를 열고 기업지배구조헌장 제정 및 이사회 산하에 거버넌스위원회와 보상위원회를 신설키로 결의했다. 대한항공은 7일 이사회에서 지배구조헌장의 제정,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독립성 강화, 보상위원회 설치 등을 결의했다.
그간 KCGI는 한진칼의 2대 주주(15.98%)로서, 한진그룹 지배구조의 개선을 요구해왔다. 특히 올해 초 ‘한진그룹의 신뢰회복을 위한 프로그램 5개년 계획’을 통해 기업지배구조헌장 도입, 지배구조위원회의 설치, 보상위원회의 설치 등을 제안했던 상황이다.
KCGI 측은 “한진그룹의 지배구조에 실질적인 개선을 가져오기 위해서 사외이사의 독립성과 전문성이 강화돼야 한다”며 “한진칼의 2대 주주로서 주주 가치에 직결되는 사안에 대해 타당성을 검토하는 거버넌스위원회에 단 한 명이라도 참여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KCGI가 거버넌스위원회 참여 정당성을 거론하는 이유는 그간 대주주를 비롯한 임원들에 대한 보수 지급이 법령과 정관에 따라 이뤄지지 않았다고 의심할 정황을 뒷받침 하는 근거가 나왔기 때문이다.
지난달 31일 서울중앙지방법원 제50민사부는 KCGI의 투자목적회사인 그레이스홀딩스가 한진칼을 상대로 제기한 검사인 선임 청구를 일부 인용했다. 고(故)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에 대한 보수와 퇴직금 지급에 있어 부정행위 또는 법령과 정관을 위반한 중대한 사실이 있다고 의심할 만한 사유가 있다고 판단했다.
주력 자회사인 대한항공 차입금 문제도 지적했다. 대한항공은 한진칼 무보증사채에 대해 연대보증을 제공하고 있다. 이는 한진칼의 회사채 신용등급은 대한항공의 회사채 신용등급과 연동되기 쉽다는 의미다. 올해 3분기말 대한항공의 부채 비율은 922.5%(영구채 1조8000억원 부채 인식 시 1616.4%) 수준이다.
이 같은 KCGI의 행보를 두고 주주들의 지지를 얻기 위한 전략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대한항공 주주들이 바라는 것은 장기적으로 차입금을 줄이는 것이다. 이들의 입장을 한 번 더 강조한다는 관점에서 힘을 얻을 수 있다”며 “KCGI측에서도 큰 투자를 했기 때문에 수익을 내기 위해선 대한항공의 가치가 올라가는 게 급선무”라고 설명했다.
앞서 한진그룹의 경영권을 넘보던 KCGI는 미국 델타항공의 등장과 자금난에 직면하며 자발적 휴전에 돌입했다. 여기에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 참전하면서 경영권 위협은 일단락 되는 듯 보였다. KCGI는 본입찰에 참여했지만 전략적투자자(SI) 확보에 실패하면서 인수 경쟁에서 밀려났다.
당시 대한항공의 지주사, 한진칼 지분을 가진 KCGI는 아시아나항공 실사에 참여하는 것만으로도 어느 정도 성과를 얻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진그룹을 공략할 수 있는 정보 획득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해서다.
또 다른 관계자는 “KCGI는 인수 후보 중에 유일하게 전략적투자자(SI)가 없었던 만큼, 사실상 적극성이 없었다”며 “이번 경영권 참여 의지는 단순히 한진칼의 거버너스위원회 신설에 따라 주주 목소리를 내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내년 주총을 앞두고 KCGI가 한진그룹의 경영권을 위협하기 위해 본격적으로 나섰다는 해석이 나온다.
한편 KCGI는 ‘한진그룹 비전 2023’의 이행과 아시아나항공 수준의 재무구조 개선을 촉구하고 있다. 아울러 송현동 부지매각 등 한진그룹 계열사 비업무용 자산의 매각도 이행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뉴스웨이 천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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