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연말 임원인사 부사장 승진 사실상 확정”9월 CEO 교체 김동관 시대 준비 세대교체 성격전무 4년차, 태양광 사업 호실적 승진 명분 강화한화켐-큐셀·첨소 합병으로 그룹 내 영향력 확대
25일 재계 등에 따르면 한화그룹은 오는 12월 초에 실시할 예정인 정기 임원인사에서 김승연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전무의 승진을 사실상 확정했다. 이와 관련 그룹 측에서는 “연말인사와 관련된 내용은 확인할 수 없다”며 말을 아꼈다.
현재 한화그룹 안팎에서는 김 전무의 부사장 승진 확률을 99%로 내다봤다. 앞서 9월 실시한 계열사 CEO 교체 인사 등을 볼 때 김 전무 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게 중론이다.
그룹은 지난 9월 한화케미칼과 ㈜한화 기계부문, 한화시스템 등 화학·방산 7개 계열사를 대상으로 CEO를 교체한 바 있다. 예년보다 한 달 가량 빨리 이뤄진 CEO 인사의 핵심 키워드는 ‘세대교체’ 였다.
특히 김 전무 전공분야인 태양광 사업을 강화할 인사들이 대거 선임됐다. 우선 한화케미칼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된 이구영 부사장은 태양광 전문가로 꼽힌다. 이 신임 대표는 한화솔라원, 한화큐셀 등에서 김 전무와 무려 6년 이상 합을 맞췄다.
류두형 한화첨단소재 신임 대표이사 부사장도 김 전무가 이끄는 태양광 사업을 뒷받침해 줄 인사로 꼽힌다. 한화에너지 대표를 역임한 류 대표는 태양광 발전과 투자 등의 부문에서 뛰어난 사업 역량을 발휘했다. 한화첨단소재로 자리를 옮긴 류 대표는 태양광 소재 사업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출 것으로 예상된다.
김 전무의 멘토로 알려진 김희철 한화큐셀 사장은 이번 인사 명단에서 제외되면서 자리를 유지하게 됐다. 김 사장은 김 전무가 한화그룹에 입사해 회장실에서 근무할 당시 경영기획실 전략팀장으로 근무하며 손발을 맞춘 바 있다. 또 지난해 한화큐셀 대표에 오른 이후 김 전무를 도와 태양광 사업의 성장을 이끌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한화는 새로운 리더들을 앞세워 대대적인 세대교체를 알렸다. 이는 사실상 ‘김동관 시대’를 여는 서막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더욱이 김 전무는 2015년 승진해 올해로 전무 4년차다. 다른 오너그룹 후계자들과 비교할 때 승진이 비교적 늦다는 점도 김 전무의 승진을 유력하게 보는 이유다. 당초 재계에서는 지난해 인사에서 김 전무의 승진을 점쳤지만, 예상은 빗나갔다. 태양광 성과가 시장 기대를 밑돌면서 김 전무 승진을 한 차례 미루자는 김 회장의 지시가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무는 올해 경영능력을 충분히 입증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화케미칼은 올 3분기에 주력사업인 석유화학 부진에도 불구, 태양광 사업 호실적에 힘입어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63% 증가했다. 이 기간 태양광 부문은 전년 대비 2배 이상 성장한 656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그룹이 화학 중간지주사격인 한화케미칼과 자회사 한화큐셀앤드첨단소재를 합병시키며 태양광 사업에 전폭적인 지원을 예고한 점도 고려해야 한다. 내년 1월1일 예정된 합병은 그룹 차원에서 추진 중인 계열사 수직계열화 일환으로 볼 수 있다. 동시에 태양광 사업의 탄력적 운영과 계열사별 분산된 사업을 합쳐 시너지를 내겠다는 전략이 깔려있다.
한화케미칼과 한화큐셀앤드첨단소재가 한 회사로 합병되고, 김 전무가 부사장으로 승진하면 태양광 사업에 국한되던 그의 지배력은 화학 계열사 전반으로 넓어지게 된다. 위상이 높아진 김 전무가 경영 전면에 나서면서 승계작업 역시 한층 빨라지게 될 전망이다.
김 회장 차남인 김동원 한화생명 상무와 삼남인 김동선 전 한화건설 팀장도 후계 구도에 올라있지만, 김 전무에게 힘이 모아줄 가능성이 크다. 김 전무가 승계 주축이 되고, 나머지 형제들이 일부 계열사를 맡아 이끄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재계 관계자는 “김 전무가 12월 예정된 인사 명단을 작성하는데 화학·방산 뿐 아니라 금융·유통 계열사 등 그룹 전반과 관련해 적극적으로 관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김 회장이 아직 건재하지만, 김 전무가 물밑에서 그룹 주요 사업이나 현안과 관련해 적지 않은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이번 인사로 김 전무는 본격적으로 경영무대에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뉴스웨이 이세정 기자
sj@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