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인 채택되면 간다”→“일본 출장으로 불참”‘재계 어른’ 경총 회장의 반사적 약속이었다?장고 끝 뒤바뀐 결정에 재계 의심의 눈초리
손 회장 스스로 증인 참석을 확답했던 상황이어서 의외라는 반응이 대다수다. 그만큼 재계에선 이 부회장에게 힘을 실어주는 증언을 손 회장이 쏟아낼 것으로 예상했던 터였다.
삼성에서는 손 회장 불출석에 크게 동요하지 않는 분위기다. 하지만 이 부회장 변호인단 입장에서는 계획이 어그러졌다. 이 부회장의 억울함을 주장하는 동시에 손 회장 증언까지 더해 설득력을 높이는 그림이 깨졌기 때문이다.
◇“나서겠다” 했지만···뒤늦게 CJ 이미지 고려 = 손 회장이 불필요한 잡음을 만들지 않기 위해 선을 그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는 분위기다. CJ그룹 이미지를 뒤늦게 고려했다는 해석이다.
‘재계 어른’으로서 반사적으로 증인 출석을 약속했지만 장고 끝에 결정을 뒤바꿨다는 얘기다. 이는 최근 준법경영 방안을 세운 삼성의 쇄신안에 구태여 손 회장이 무리수를 더하지 않기로 했다는 낙관론으로도 이어진다. 널리 알려졌듯 손 회장은 이재용 부회장과 사촌지간인 이재현 CJ 회장의 외삼촌이다.
특히 CJ그룹 후계자로 꼽히는 이재현 회장의 아들 이선호씨는 마약 혐의로 재판을 받는 등 최근 사법 판단에 시달려야 했다. 재계 관계자는 “손 회장이 경총(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직을 겸하고 있지만 법원에 출석하고 관련 사태에 연관되는 것 자체가 CJ에 부담이었을 것”이라며 “이렇게 확대될 수 있는 여지를 아예 차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잊고 있던 일본 출장?···예정 시점에 의문 = 손 회장이 불출석 사유로 내건 ‘일본 출장’이 논란에 불을 지피는 모양새다. 손 회장이 스스로 증인 참석하겠다고 밝힌 시점과 갑작스레 법원에 불출석 의사를 밝힌 51일간의 기간이 짧지 않아서다.
일찌감치 일본 출장이 예정돼 있던 것을 손 회장이 알았다면 좀 더 빨리 불참 의사를 밝혔을 것이란 추론이 제기된다. 재판을 고작 사흘 앞두고 외부에서 확인하기 쉽지 않은 해외 출장을 이유로 꼽은 것에 면피성이란 꼬리표가 따라붙는 이유다.
손 회장이 이 부회장 재판에 증인 출석 입장을 밝힌 것은 지난해 11월 25일이다. 이날 손 회장은 “재판부에서 오라고 하시면 국민된 도리로서 가겠다”고 취재진에게 말했다. 이로써 오는 17일 열리는 4차 공판에서 정유라씨에 대한 삼성의 승마 지원이 ‘수동적 뇌물공여’라는 주장을 손 회장이 증언으로 뒷받침하는 상황이 예상됐다. 하지만 손 회장은 증인 출석 사흘 전인 지난 14일 이 부회장 파기환송심을 맡은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정준영)에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이와 관련 CJ 관계자는 “재판 당일인 17일에는 아예 손 회장이 한국에 없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일본 출장이 구체적으로 언제 확정됐는지와 출국 날짜에는 “확인하기 어렵다”고 말을 아꼈다. 손 회장이 일본 출장을 모르고 있었을 가능성에는 “경총 일정까지 워낙 많다”고 짧게 답했다.
반대로 경총 관계자는 “현재까지 통보받은 (손 회장) 일본 출장 일정은 없다”고 답했다. 이번 출장이 손 회장이 겸직 중인 경총 회장직과는 무관하며 CJ 차원의 출장임이 확인된 셈이다.
◇경총 회장과 CJ 회장의 상충 딜레마? = 손 회장이 경총과 CJ에서 회장을 겸직하고 있어 이런 불분명함을 고려해 뒤늦게 불참 결정을 한 것이라는 시선도 나온다. 경총 회장 입장과 개별 대표인 CJ그룹 회장 위치가 묘하게 얽혀 충돌했다는 분석이다. 손 회장이 경총 회장 자격이면 이 부회장의 억울함을 강변하는데 거침없는 게 당연하다.
실제 손 회장은 이 부회장 재판에 증인으로 나서겠다고 한 이후 ▲류자이 중국 산둥성 당위원회 서기 면담(12월3일·서울 CJ인재원) ▲경영발전자문위원회 참석(12월4일·서울 웨스틴조선호텔) ▲고(故) 구자경 LG 명예회장 빈소 방문(12월15일·서울 모처) ▲문 대통령 주최 확대경제장관회의 배석(12월19일·청와대) ▲문 대통령 주최 신년회 참가(1월2일·청와대) ▲2020 중소기업인 신년인사회 참석(1월6일·중기중앙회) ▲고용노동부 주최 노사정 신년 인사회(1월8일·서울 포스트타워) 등 대외 활동에 활발했다.
서울 CJ인재원에서 열린 중국 서기 면담 외에는 전부 경총 회장 자격으로 이름을 올렸다. 이런 자리에서 손 회장이 강조한 것은 기업 경영 활성화를 위한 노동제도 유연화와 규제 완화 등 재계를 대표한 정책이다.
반면 이런 행보와 달리 재판부가 CJ 회장 자격으로 손 회장을 인식할 것이므로 여기에 부담을 느꼈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이런 관측은 결국 손 회장 스스로 사법적인 사안에 뛰어 들어갈 필요까지는 없다고 결론 내렸다는 판단으로 이어진다.
앞서 손 회장이 2018년 1월 박근혜 전 대통령 국정농단 사건 1심에서 증인으로 출석해 이미경 CJ 부회장의 퇴진압박을 받았다는 취지의 증언을 한 것도 ‘CJ 회장’ 자격으로 받아들여졌다.
뉴스웨이 임정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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