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고 경쟁률 기록한 회장 선거서 관료 출신 소통 능력 강점으로 당선디지털뱅킹·이미지 쇄신 등에서 성과취임 직후부터 강조한 규제완화는 ‘글쎄’핵심 과제인 예보료 인하는 갈 길 멀어
박 회장은 관료 출신 회장의 귀환이라는 점에서 취임 당시부터 주목받았다. 관료 출신이라는 점에서 논란이 일어나기도 했지만 금융당국과의 소통을 강점으로 내세워 회원사들의 마음을 얻었다.
박 회장은 제26회 행정고시에 합격해 재무부에서 일했으며 은성수 금융위원장(행시 27회)보다 한 기수 선배다. 참여정부 시절에는 청와대 정책조정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을 지냈고, 이후 기획재정부 국고국장, 금융정보분석원 원장을 거쳐 2012년부터 3년간 한국증권금융 사장을 역임했다.
◇디지털 사업 추진‧업계 이미지 제고 ‘성과’=박 회장은 취임 이후 저축은행업계의 디지털 사업 추진과 부정적 이미지를 지우는데 공을 들였다.
지난해 9월에는 모바일 기반 토털뱅킹 시스템인 저축은행 ‘SB톡톡 플러스’를 출시했다. 기존 SB톡톡을 강화한 것으로 박 회장은 출시 기념식에서 “저축은행이 4차 산업 혁명 시대 걸맞은 디지털 금융기관으로 자리잡는 초석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SB톡톡 플러스는 홈페이지와 인터넷뱅킹, 모바일뱅킹, 대출신청, 전자약정 등 분산된 웹 서비스를 하나의 앱으로 통합하면서 젊은 고객층의 접근성과 기존 고객들의 편의성을 높이는데 초점을 맞췄다.
그 결과 지난 9일 현재 기준 수신액 1조1885억을 돌파하며 순항 중이다. 출시 4개월 만에 수신액 1조원을 돌파한 것으로 저축은행중앙회는 SB톡톡과 SB톡톡 플러스 홈페이지 통합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른바 ‘저축은행 사태’로 얼룩진 업계 이미지를 쇄신하는데도 힘썼다. 지난해 11월부터 10년만에 TV 광고를 시작하면서 저축은행이 ‘서민금융’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담았다.
이박에도 저축은행 자영업자 컨설팅과 사업장 업그레이드를 지원하고 금융권 공동채용 박람회에 참가하는 등 업계 전체 이미지 전환을 이끌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금융당국과 소통은 늘었지만 규제완화는 ‘먼 길’=박 회장은 관료 출신 강점을 앞세워 지난 1년간 금융당국과의 소통 접점을 늘렸다.
취임 직후 윤석헌 금감원장과의 조찬 간담회를 시작으로 4월에는 국회 정무위원장 초청 간담회를 실시했다. 당시 간담회엔 박 회장을 비롯해 저축은행 대표 20명이 참석해 업계의 건전성 개선과 중금리 대출 확대, 자체 채무재조정 등 자율적인 노력을 강조하며 규제완화와 지원을 요청했다.
특히 저축은행 중장기 로드맵 마련을 위해 한국금융학회와 저축은행 중장기 발전방안 연구용역을 추진한 점은 눈에 띈다. 박 회장은 해당 결과를 바탕으로 차등 규제와 M&A(인수합병) 규제 완화 등이 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금융당국에 의견을 전달했다.
다만 규제완화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취임 직후부터 예보료 인하를 핵심 과제로 삼았다. 조직 개편을 통해 예보료 테스크포스(TF)팀을 신설하는 등 발빠르게 움직였지만 진전은 없는 상태다.
예보료는 금융회사가 고객의 돈(1인당 5,000만원 한도)을 지급하지 못하는 사태에 대비해 예금보험공사에 내는 돈이다. 금융 업권별로 위험성을 따져 예보료 요율이 책정된다. 시중은행이 0.08%로 가장 낮고 이어 보험·금융투자(0.15%), 저축은행(0.4%) 등의 순이다. 저축은행 업계에선 저축은행의 재무건전성이 은행과 같은 수준으로 개선됐음에도 업계 최고 수준으로 내는 예보료율(0.40%)을 현실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박 회장은 취임 직후 기자들과 만나 “저축은행에 적용된 과도한 규제 완화를 추진하겠다”며 “특히 저축은행들에 부담이 되는 예보료 인하를 가장 먼저 금융당국과 협의해나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저축은행 업계의 숙원과제를 해결하겠다고 강조했지만 금융당국과의 입장차는 여전히 크다.
지난 16일 은성수 금융위원장과의 올해 첫 간담회에서 전달한 업계 건의사항을 보면 M&A규제 완화와 소기업·소상공인 대상 보증부 대출상품에 대한 규제상 인센티브 부여,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지원 등의 지원방안만 담겨있다. 예보료 관련 내용은 빠졌는데, 금융당국이 해당 내용을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저축은행 부실사태에 투입된 공적자금을 보험사 등 다른 금융업권도 예보료로 부담하고 있는 상황에서 저축은행만 내리게 되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이유에서다.
저축은행업계 관계자는 “예보료 인하 등과 같은 규제완화는 숙원 과제인만큼 단기간에 이뤄질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데 대부분 동의하고 있다”면서 “박재식 회장이 남은 임기 동안 업계의 상황과 이해관계를 잘 대변하는 ‘힘 있는 회장’으로서의 역할을 여전히 기대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한재희 기자
han324@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