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외행보 자제 반도, 의결권 행사 허용 소송이 과정서 ‘한진그룹 명예회장’ 요구 알려져조 회장, 불법녹음 지적···명예회장 언급 사실상 인정권 회장, 발언 당시 지분율에 경영참여 의도 가려질듯
◇전면 안 나서던 반도건설, ‘허위공시 논란’에 공격 태세 전환 = 반도건설은 조현아 전 대한항공, KCGI와 공동전선을 구축하면서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에 뛰어들었다. 3자 주주가 연합군을 결성할 당시만 해도, 반도그룹이 전면에 나서는 일은 없었다.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기보단, 우호세력이라는 점에 의미를 둔 듯 보였다.
하지만 반도건설은 지난달 3일 한진칼을 상대로 의결권 행사 허용 가처분 소송을 제기하면서 본격적인 공세에 나섰다. 시장을 떠도는 허위공시 논란을 의식한 행보다. 권 회장이 경영참여 의도를 숨기고 ‘단순투자’로 허위 공시했다가 투자 목적을 바꿨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의결권 행사가 불발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주식 보유목적 등을 거짓으로 보고할 경우 발행주식총수의 100분의 5를 초과하는 부분 중 위반 분에 대해 의결권 행사를 하지 못하게 돼 있다.
논란이 확산된 것은 의결권 행사 허용 소송의 두 번째 심문기일이 열린 지난 16일이다. 한진칼을 대리하는 법무법인 화우의 가처분 소송 답변서에는 권 회장이 지난해 8월과 12월 두 차례에 걸쳐 한진그룹 대주주를 만나 ‘본인을 한진그룹 명예회장으로 후보자 추천을 해달라’, ‘한진칼에 등기임원이나 감사를 선임할 수 있도록 해달라’, ‘부동산 개발권 등 회사 경영에 참여하게 해달라’ 등을 요구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권 회장의 한진그룹 명예회장 발언, 반박 자료서 사실상 인정=반도건설은 명예회장직 요구 논란에 대한 입장자료를 냈다. 골자는 두 사람이 나눈 대화를 조 회장이 몰래 녹음해 악의적으로 편집했다는 것이다.
반도건설 측은 “조 회장은 만남 자리에서 도와달라는 여러가지 제안을 먼저 했다”면서 “조 회장 측은 전체적인 내용과 취지를 왜곡하고 있다. 전체 대화 내용을 공개하지 않고 일부 내용만을 악의적으로 발췌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권 회장은 배신감에 할 말을 잃었다”면서 “도와달라고 만남을 요청해 놓고 몰래 대화 내용을 녹음해 악의적으로 이용하는 것이 과연 대기업 총수가 할 일인지 묻고 싶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권 회장의 명예회장 요구가 거짓 주장이라고는 밝히지 않았다. 사실상 권 회장이 이 같은 발언을 했다는 점을 시인한 셈이다.
반도건설 측은 조 회장의 녹음 행위가 불법이라고 꼬집었지만, 증거력을 가질 수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통신비밀보호법에 따르면 상대방에게 녹음과 관련된 사전 동의를 얻지 않더라도, 대화 당사자가 녹음하는 것은 합법으로 간주된다. 다만 원본에 대해서만 법적 효력이 인정된다.
◇명예회장 언급 당시 지분율···경영참여 의도 증명해야=양 측간 공방전은 권 회장이 명예회장을 언급한 시점에 따라 경영참여 의도 여부가 가려질 전망이다.
반도건설 측은 조 회장 요청에 의해 지난해 7월경부터 2~3차례 만남을 가졌다고 주장했다. 당시 보유하던 한진칼 지분은 0~3%대로, 권 회장의 명예회장 요청 등 경영참여 요구가 상식적으로 말이 안된다고 설명했다.
한진그룹도 8월부터 권 회장과 접촉이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하지만 권 회장의 요청으로 만남이 이뤄졌고, 지난해 12월 10일과 16일 두 차례 만났을 당시 명예회장을 요구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도그룹측의 지분율이 6.28% 였던 만큼, 권 회장의 제안은 협박에 가까웠다고 강조했다.
재계에서는 권 회장이 명예회장을 요구했을 당시 지분율이 3% 미만이었다면, 경영참여 의도를 입증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반대로 권 회장이 6%가 넘는 지분을 앞세워 조 회장에게 이 같은 요청을 했다면, 경영참여에 본심이 있을 것이라는 시각이다.
한진칼은 전날 금융감독원에 반도건설 측이 지난 1월 10일 기준 보유한 지분 8.28% 가운데 5%를 초과한 3.28%의 지분에 대해 주식처분 명령을 내려달라고 요청했다. 반도건설이 경영참여 목적을 변경하기 이전에 한진칼 대주주들에게 임원 선임이나 해임 등을 요구한 것이 사실상 영향력을 행사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한편, 3자 연합이 오는 27일 열리는 한진칼 주총에 대비해 확보한 지분은 31.98%다. 조 회장 측은 특수관계인을 포함한 지분 22.45%와 ‘백기사’ 델타항공 지분 10.00%, 대한항공 자가보험과 사우회 등 지분 3.8%를 더하면 36.25%다. GS칼텍스와 경동제약, 한일시멘트 등 잠재적 우군 지분까지 포함하면 36.91%로 양측간 지분차는 4.93%포인트다.
반도건설이 허위공시로 결론날 경우, 지난해 말 폐쇄된 주주명부 기준 3.20%에 대한 의결권이 금지된다. 이에 따라 조 회장과 3자연합간 지분차는 8%포인트대 이상으로 벌어지고, 3자 연합이 승기를 잡긴 힘들다.
뉴스웨이 이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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