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었던’ 6월물마저 20→11달러 43% 폭락기준물인 브렌트유도 하락, 공급과잉 심각OPEC+ 화상회의·트럼프 추가 대책예고
가장 거래가 많은 미국 WTI 6월물의 가격은 이날 하루에만 40% 폭락해 배럴당 10달러 붕괴를 목전에 뒀다. ‘글로벌 벤치마크’ 유종인 6월물 브렌트유까지 25% 가까이 밀려 배럴당 20달러선이 무너졌다.
21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6월 인도분 WTI는 전날보다 배럴당 43.4%(8.86달러) 하락한 11.57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배럴당 20달러에서 11달러로 거의 ‘반토막’으로 주저앉은 셈이다. 장중 70% 가까이 밀리면서 6.50달러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는 1999년 2월 이후로 21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상대적으로 가격 지지력을 보였던 브렌트유도 20달러 선이 무너졌다. 이날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6월물 브렌트유는 오후 4시 30분 현재 22.49%(5.75달러) 하락한 19.82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국제유가의 기준물로 꼽히는 북해산 브렌트유가 10달러대로 떨어진 것은 미국 원유시장뿐만 아니라 전세계 전반적으로 공급과잉이 심각하다는 뜻이다.
국제유가가 이틀째 폭락 쇼크를 맞자 산유국들도 다급해진 모습이다. OPEC+(OPEC과 10개 주요 산유국의 연대체)가 지난 12일 화상회의를 열어 5∼6월 두 달간 하루 970만 배럴의 원유를 감산하기로 합의했지만, 오히려 유가 폭락세에는 속도가 붙었다.
산유국들이 역대 최대 규모의 감산 합의를 끌어내기는 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공급과잉을 해소하기에 미흡하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원유 수요가 하루 3000만 배럴 감소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유조선에 실린 채 바다 위에 떠 있는 재고분만 1억6000만 배럴로 추정된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OPEC+ 에너지 장관들은 이날 예정에 없는 긴급 콘퍼런스콜을 진행했지만 어떤 해법도 내놓지 못했다고 전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현재의 원유시장 상황을 브레인스토밍하기 위한 비공식 대화”라고 설명했다.
OPEC 좌장 격인 사우디아라비아도 성명을 통해 추가적인 조처를 할 준비가 돼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셰일 업계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트럼프는 “우리는 위대한 미국의 원유·가스 산업을 결코 실망하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시장에서는 추가적인 유가 하락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산유국들이 역대 최대인 ‘970만 배럴’을 웃도는 추가 감산합의를 이끌어내기 어려워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략 비축유를 더 사겠다는 입장이지만, 멕시코만 일대에 위치한 비축유 저장시설의 여력이 많지 않다.
이미 선물 투자자들도 6월물을 건너뛰고 곧바로 7월물로 갈아타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날 6월물 WTI가 폭락한 것도 이런 기류를 반영한다. 6월물 만기(5월 19일)까지도 원유공급 과잉이 해소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6월물 WTI도 마이너스로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뉴스웨이 고병훈 기자
kbh6416@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