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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확실성 둘러쌓인 삼성 이재용, 그래도 ‘현장·투자·인재’ 강조했다

불확실성 둘러쌓인 삼성 이재용, 그래도 ‘현장·투자·인재’ 강조했다

등록 2020.07.02 15:51

김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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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간 수사 스트레스 불구 상반기 현장 12차례“어려울수록 과감한 투자”···이건희式 경영 닮은꼴지속되는 인재 채용 열의 ‘고용 약속’ 충실히 이행

이재용 부회장이 올 상반기 검찰 수사와 코로나19 영향권에서도 국내외 사업장을 둘러보며 경영 구상과 사업전략 점검에 몰두했다.이재용 부회장이 올 상반기 검찰 수사와 코로나19 영향권에서도 국내외 사업장을 둘러보며 경영 구상과 사업전략 점검에 몰두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 방식이 ‘현장 행보, 투자 가속, 인재 육성’ 3가지로 압축되고 있다. 불확실성이 가중될수록 현장을 찾아가고 투자를 늘리고, 또 좋은 인력을 확보하는 데 상당히 힘이 실리는 모습이다.

2일 삼성과 재계 등을 종합하면 국내 기업 총수 중에서 이재용 부회장의 계속되는 현장 경영 행보는 단연 눈에 띈다. 새해 첫 날 시무식 행사 대신 화성 반도체연구소를 찾은 것을 시작으로 상반기 마지막 날(지난 30일) 삼성전자 반도체 자회사(세메스)의 천안사업장을 찾기까지 무려 12차례나 대외 활동을 이어갔다.

가뜩이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대기업 CEO들의 경영 활동 보폭이 좁아지고 있는 가운데, 이 부회장은 유난히 강행군을 펼치며 외부 시선을 삼성 쪽으로 돌려놨다.

이색적인 장면도 있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과 삼성SDI 천안사업장에서 이뤄진 재계 1,2위 총수 간 첫 단독 만남은 재계 안팎에서 큰 관심을 불러모았다. 현대차는 장거리용 전기차를 준비 중이며 삼성은 주행거리를 늘린 차세대 전고체 배터리 양산을 계획하고 있어 2차전지 배터리 사업을 둘러싼 협업 분위기도 무르익었다.

무엇보다 이 부회장의 계속되는 현장 경영 움직임을 놓고 재계에선 경영 승계 의혹과 관련한 검찰의 계속되는 수사망에 대한 스트레스를 외부로 드러내고 있다는 시선도 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아 기업의 경영 환경이 불투명해지고 글로벌 기업 간의 경쟁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즉각적인 위기 대응 능력을 갖추지 못하면 언제든 도태될 수 있다는 불안감을 이 부회장이 떠안고 있다는 게 삼성 측 반응이다.

각계 전문가들조차도 검찰 수사가 2년에 걸쳐 계속되는 동안 삼성은 정상적인 경영 활동에 상당히 방해를 받았을 것으로 본다. 박인환 전 건국대 교수는 “삼성 임원 110명 이상이 430회 검찰에 소환 조사를 받았고 삼성전자 사무실 등 사업장이 50회 이상 압수수색을 받으면 사실상 정상적으로 경영 활동을 할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런 가운데서도 약속했던 삼성의 투자는 충실히 계속됐다. “업황이 어려울수록 과감한 투자로 위기를 돌파해야 한다”고 강조했던 부친 이건희 회장의 경영철학은 아들인 이 부회장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1분기 삼성전자의 반도체 시설투자엔 6조원이 투입됐고, 평택캠퍼스 파운드리(시스템반도체 위탁생산) 생산라인 구축에 10조원 투자에 이어 낸드플래시 생산라인 증설에 8조원 안팎의 투자를 발표했다.

올 1월부터 6월까지 10조원이 넘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연구개발 비용도 포함하면 상반기에만 적어도 40조원 이상 주력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쓰여 졌을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의 전장사업 확대를 위해 조 단위 투자금이 들어간 하만 인수 이후 대형 인수합병(M&A)이 없다는 점에서 이 부회장이 인공지능(AI), 바이오 등 미래 먹거리로 삼은 사업부문에서 투자 발표 시기를 검토하고 있다는 관측은 꾸준히 제기된다. 지난 1분기 말 기준 사내 현금 유보금이 100조원을 넘어선 만큼, 이 부회장의 해외 투자처 찾기는 현재 진행형이다.

다만 언제 끝날지 모르는 재판 부담 탓에 시기를 결정해야 하는 전략적 투자가 상당한 차질을 빚고 있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특히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제기한 파기환송심 재판부 교체 요청 등의 심리 결과가 오는 9월께 나올 예정이어서 하반기엔 잠시 중단된 국정농단 관련 재판에 다시 임해야 한다. 삼성 안팎에선 파기환송심 결과는 해를 넘길 것으로 보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삼성이 전문경영인 체제를 갖췄기 때문에 총수 부재에 주저할 만한 기업은 아니지만 해외 출장길이 자유롭지 못한 현 시점에서 보면 오너의 결단이 필요한 즉각적인 투자 시기를 자칫 놓칠 수 있다는 삼성의 우려는 분명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일주일에 한 차례 재판이 있다면 준비만 일주일이 걸리고, 매주 재판이 열린다면 사실상 정상적인 업무가 불가능하다”며 “기업 본연의 역할인 투자와 일자리 만드는 활동에 제약이 따를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또 하나는 이 부회장의 인재 발굴에 대한 의지가 계속되고 있는 점이다. 삼성전자는 상반기 반도체 설계·인공지능(AI) 분야의 박사급 인력 500명을 채용했으며 연말까지 역대 최대인 1000여명을 뽑을 계획으로 알려졌다. 불확실한 경영 여건 속에서도 이 부회장의 ‘인재 중시 사명’에 따라 대규모 인재 확보에 나서는 모양새다.

지난 5월 삼성준법감시위원회 요청에 따른 대국민 기자회견을 열면서 “삼성은 앞으로도 성별과 학벌, 나아가 국적을 불문하고 훌륭한 인재를 모셔 와야 한다. 그 인재들이 주인의식과 사명감을 가지고 치열하게 일하면서 사업을 이끌어가도록 해야 한다”며 인재 채용에 열의를 드러냈다.

지난해 10월 디스플레이 신규투자 협약식에선 “세계 경기가 둔화되고 여러 불확실성으로 인해 어려운 시기이지만 흔들리지 않고 차세대 기술혁신과 인재 양성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1월 청와대에서 열린 ‘기업인과의 대화’ 자리에 참석해 ‘좋은 일자리 창출’을 약속했다. 당시 이 부회장은 “채용은 단순히 숫자의 문제가 아니라 질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그것이 기업의 의무”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김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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