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디지털 콕핏’ 현대차 ‘모빌리티’배터리 논의넘어 자동차-IT 협력 예상
앞서 지난 5월 정 부회장이 삼성SDI 천안사업장을 찾은 데 이어 이번엔 이 부회장이 답방 차원으로 움직일 것으로 예상돼 두 총수가 이미 일정 부분 교감을 이뤘다는 게 중론이다.
20일 재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을 비롯한 삼성 임원진은 오는 21일 경기도 화성에 있는 현대차 남양연구소를 방문해 정 부회장을 비롯한 현대차 임원진과 머리를 맞댄다.
삼성전자와 현대차 모두 총수의 구체적인 일정이나 동선엔 말을 아끼고 있지만 이미 첫 번째 회동 분위기가 화기애애했다고 알려진 만큼 당시보다 더욱 진전된 논의가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커진 상황이다.
특히 이 부회장과 정 부회장의 평소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진 터라 만남 이후 전격적인 협력 계획이 발표될 것이란 예상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두 총수의 만남을 배터리 사업으로 국한해서 볼 것이 아니라 자동차를 접점으로 한 ‘미래차’로 확대해 봐야 한다는 분석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마침 이번 만남 장소인 남양연구소는 현대차 연구개발(R&D) 전초기지라는 점에서 두 총수가 최소 5년 뒤를 내다본 큰 그림을 함께 그릴 것으로 재계에선 내다보고 있다.
당장 예상되는 밑그림은 자율주행을 둘러싼 삼성과 현대차의 향후 동행이다. 삼성은 2017년 이 부회장 주도로 전장업체 하만을 인수한 이후 디스플레이, 램프, 인포테인먼트시스템, 공조장치(에어컨), 소재 등에 힘을 실었다. 삼성이 경쟁사와 비교해 관련 분야에서 아직은 후발주자로 여겨지지만 삼성이라는 상징성 덕분에 기술력 등만 갖춰지면 언제든 치고 나갈 수 있는 저력이 있는 것으로 인식된다.
이를 엿볼 수 있는 지점은 지난 1월 세계 최대 IT·가전쇼인 CES 2020에서 내놓은 삼성전자의 ‘디지털 콕핏’ 청사진이다. 삼성전자는 당시 운전석 8개 디스플레이를 토대로 5G 기술을 활용한 자동차 조종석인 디지털 콕핏을 깜짝 선보였다. 세계 최초 5G 기술을 활용한 차량용 통신장비(TCU)와 더욱 진화한 인공지능(AI) 플랫폼 ‘빅스비’가 운전자 안전을 위해 소통하는 게 골자다. 차량 후면 마이크로 LED는 운전 상황을 실시간으로 전달해 안전 운전에 힘을 보탰다.
삼성전자는 CES 2018에서 이를 처음으로 공개한 후 CES 2020에서 한층 진화한 모습을 보여 관람객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삼성전자와 하만이 공동 개발한 5G TCU는 2021년에 양산되는 BMW의 전기차 ‘아이넥스트(iNEXT)’에 탑재되는 데 이는 5G TCU가 실제 차량에 적용되는 첫 사례다. 삼성전자와 자동차 업체의 본격적인 협력이 신호탄을 쏜 만큼 이 부분에서 현대차와 협업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예상이 나온다.
현대차는 CES 2020에서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을 강조하며 UAM(도심항공 모빌리티)을 포함한 큰그림을 내보였다. 여기엔 5G를 비롯한 IT 기술 접목이 필수적이다.
정 부회장은 수시로 “세계 최고 기업들과 협업을 확대해 나가겠다”며 결국은 자동차 역시 IT 기술 집합체가 될 것을 내비친 바 있다. 재계에서 정 부회장은 ‘기술 마니아’로 불릴 만큼 신기술에 유독 각별한 관심을 가진 젊은 총수로 분류된다.
재계 관계자는 “두 총수가 1차 회동에서는 전고체 배터리에 많은 시간 할애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두 달 여 만에 다시 만난다는 것은 단순히 배터리 논의뿐만 아니라 현대차의 완성차 기술력과 삼성전자의 IT 능력을 접목한 보다 큰 차원의 논의를 주고받겠다는 의지로 보인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임정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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