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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 HDC현산 제안 일단 받지만···시장선 아시아나 ‘노딜’ 99% 전망

금호, HDC현산 제안 일단 받지만···시장선 아시아나 ‘노딜’ 99% 전망

등록 2020.08.10 14:32

수정 2020.08.10 16:56

이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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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C현산, 태세전환···대면협상 하기로재실사 입장 여전···오너 아닌 CEO로 제안금호측, 우선 수용에 무게···거부 명분 없어양측 합의점 도출 난항···입장차만 확인할 듯

그래픽=박혜수 기자그래픽=박혜수 기자

아시아나항공 인수 우선협상대상자인 HDC현대산업개발이 매각 주체인 금호산업의 대면협상 제의를 받아들였다. 하지만 여전히 딜 클로징(거래종결)에 대해 비관론이 나온다. HDC현산이 극적인 협상 재개를 노리기보단, ‘노딜’ 책임을 피하기 위한 의도라는 시각이다.

HDC현산은 지난 9일 금호산업이 제안한 대면협상을 수락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재실사 협의를 거래종결을 위한 전제조건으로 제시했다.

HDC현산 측은 “양사 대표이사 간의 재실사를 대면협상을 제안한다”면서 “향후 인수절차를 원만하게 진행하기 위해 일정과 장소 등 협상을 위한 구체적인 사항은 금호산업의 제안을 최대한 받아들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대면협상을 거부해 온 HDC현산이 갑작스럽게 입장을 바꾼 배경은 금호산업의 주식매매계약(SPA) 해제 권한 보유를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금호산업과 채권단은 HDC현산이 대면협상에 나서지 않는 것을 두고 “진정성이 의심된다”고 지적해 왔다. 이에 대해 HDC현산은 지난 6일 “대면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고 진정성을 거론하는 것은 상식에서 벗어난 것”이라고 대응했다.

하지만 HDC현산은 사흘 만에 한 발 물러났다. 구두나 대면 협상보다, 서류로 협상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던 주장을 180도 바꾼 것이다.

결과적으로 금호산업이 SPA를 해제하는 상황이 도래한다면, 미온적 태도를 보여온 HDC현산의 책임이 더 크다는 여론 등을 의식했다는 분석이다.

금호산업과 채권단은 아시아나항공 인수 관련 데드라인을 오는 11일까지로 못 박았다. HDC현산이 기한까지 별다른 입장을 보이지 않으면, 금호산업이 자동적으로 12일부터 SPA 해제 권한을 가지게 된다고 보고 있다. 금호산업은 지난달 말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내용증명을 HDC현산에 통보한 바 있다.

금호산업은 현재 HDC현산의 제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우선 만남 자체는 수용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금호산업은 지난달 30일 “HDC현산이 진정성 있는 인수의사를 표명할 경우 거래종결이 이뤄지도록 최대한 협조하겠다”고 언급했다. 이달 6일에도 “이제 좀 만나서 협의하자”고 밝힌 만큼, 대면협상을 거절할 명분이 부족하다.

만남이 성사된다면 HDC현산에서는 권순호 대표이사 사장이나 정경구 대표이사 전무(경영기획본부장)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금호산업에서는 서재환 대표이사 사장이 유력하다.

하지만 협상 재개에도 진전을 보이기는 쉽지 않다. HDC현산은 재실사를 고수하고 있고, 금호산업과 채권단은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특히 책임소재를 놓고 시작된 양측간 진실공방이 비방전으로 번지며 감정의 골이 깊어진 점도 순조로운 딜 전개를 방해하는 요인이다. HDC현산은 거래종결의 선결조건이 미충족됐다고 주장한 반면, 금호산업은 7주간의 정밀실사 기간 동안 필요한 자료를 충분히 제공했고 위법 행위는 없었다고 반격했다.

시장에서는 양측 모두 쉽게 물러설 수 없는 상황이라고 본다. HDC현산과 금호산업 중 한 수 무르는 쪽이 인수합병(M&A) 협상 우위를 빼앗기는 것과 다름없다. 또 서로의 주장이 첨예하게 상반되는 상황에서 상대방의 요구를 수용해줄 경우, 딜 진행 과정에 대해 거짓말을 했다는 의혹까지 불거질 수 있다. 사실상 합의점을 찾을 수 없고, 간극만 더 벌리는 데 그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이번 M&A의 최종 결정 권한을 가진 정몽규 HDC 회장이 직접 협상에 나서지 않는다는 점도 인수 진정성이 의심되는 이유다. 최고경영자(CEO) 만남 자체로도 의미가 있지만, 이들은 오너의 생각을 전달하는 수준에 그친다.

재계 한 관계자는 “HDC현산이 우협으로 선정된 지난해 11월 정 회장이 직접 기자회견을 진행한 점과 대조된다”며 “오너에 따라 딜 방향이 정해진다. 정 회장과 박세창 사장, 혹은 정 회장과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등이 만나야만 M&A가 구체화되지 않겠나”고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양측이 딜 성사를 위해 적극적으로 협상에 임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면서도 “하지만 CEO 만남 이후 딜이 더욱 지연될 수 있다는 점도 열어둬야 한다”고 우려했다.

뉴스웨이 이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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