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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락하는 공모주의 ‘거품 방정식’

[빅히트 쇼크]추락하는 공모주의 ‘거품 방정식’

등록 2020.10.27 08:30

허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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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가격 산정 시 PER 대신 EV/EBITDA 적용②피어그룹에 SM 대신 네이버·카카오 포함③‘BTS 몰빵’이 위기 아닌 강점으로 부각해

추락하는 공모주의 ‘거품 방정식’ 기사의 사진

방탄소년단(BTS) 소속사 빅히트가 상장 7거래일째 급락하면서 공모가 고평가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당초 지나치게 높게 산정된 공모가가 문제라면서 빅히트와 상장 주관사의 책임론이 대두되는 가운데 공모가 산정 방식을 조사해 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도 등장했다.

26일 유가증권시장에서 빅히트는 전일보다 9.57%(1만6500원) 내린 15만6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17만3000원에 출발한 주가는 장중 17만원선과 16만원선을 연거푸 내주며 15만6000원에 마감했다. 상장 첫날 기록한 장중 고점(35만1000원) 대비 55.6%나 하락했다.

13만5000원인 빅히트 공모가까지는 단 2만1000원만을 남겨뒀다. 지난 16일 하루새 5만7500원이 급락한 점을 감안하면 주가가 조만간 공모가를 밑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공모가 대비 수익률도 상장 첫날 160%에서 현재 15.6%로 쪼그라들었다.

◇순이익 대신 영업이익, SM엔터 대신 네이버·카카오=빅히트의 공모가 고평가 논란은 희망밴드 선정 당시부터 불거졌다. 공모가는 기업공개(IPO) 주관사가 기업 가치를 평가해 희망밴드를 산정한 뒤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을 통해 최종 확정된다. 빅히트의 희망밴드는 10만5000~13만5000원이었고, 최종 공모가는 13만5000원으로 결정됐다.

빅히트는 공모가 산정을 위한 기업가치 평가 단계에서 통상 사용하는 주가수익비율(PER)이 아닌 상각 및 세전 영업이익 대비 기업가치(EV/EBITDA)를 사용했다. PER이 주가를 주당 순이익을 배율로 따진다면 EV/EBITDA는 상각 및 세전 영업이익(EBITDA)로 따진다. 순이익이 아닌 영업이익을 기준으로 시총 계산을 했다고 이해하면 쉽다.

PER은 흔히 안정적인 순이익을 내는 기업에, EV/EBITDA는 큰 규모의 고정자산이 필요하거나 대규모 장치사업을 하는 제조업 기업에 주로 사용된다. 엔터테인먼트 기업인 빅히트가 EV/EBITDA를 사용한 건 이례적이라는 반응이다.

빅히트 피어그룹도 논란이 됐다.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빅히트 피어그룹엔 국내 엔터테인먼트사인 JYP와 YG, YG플러스와 네이버, 카카오 등 5개사가 담겼다. ‘3대 기획사’로 불리는 SM엔터테인먼트는 3차 비교군인 6개사에 포함됐으나 지난 5월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된 전적이 있다는 이유로 최종 결정에서 제외됐다.

이들 기업의 EV/EBITDA는 카카오(32.30배), YG(31.04배), 네이버(26.02배), JYP(18.30배), YG플러스(15.03배), 등으로 평균 24.5배에 달한다. 최종 피어그룹에서 빠진 SM엔터 역시 10.47배를 기록했다. 만약 EV/EBITDA가 높은 카카오나 네이버가 빠지고 SM엔터테인먼트가 포함됐다면 빅히트 공모가는 더 낮아질 수 있었다는 지적이다.

추락하는 공모주의 ‘거품 방정식’ 기사의 사진

◇BTS 믿고 투자했는데···주관사 책임론도 대두=BTS 매출 비중이 지나치게 높다는 점도 논란이 된다. 빅히트에서 BTS가 차지하는 매출 비중은 지난해 97.4%, 올해 상반기 87.7%에 육박했다. 통상 일반 기업은 특정 부문에 매출이 집중되면 투자 위험이 높은 것으로 판단하지만 빅히트는 정 반대였다. 멤버 7명의 군입대 리스크 역시 장기간 공백으로 이어질 수 있다.

빅히트 역시 이 부분을 부정하지 않았다. 증권신고서에서 빅히트는 “특정 아티스트에 대한 높은 매출 의존도를 보이고 있다”며 “아티스트의 군입대 등으로 활동중단이 발생할 경우 회사의 수익성 및 성장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BTS와의 계약 기간은 지난 2018년 조기 재계약을 통해 2024년 말까지 연장했다”고 설명했다.

고평가 논란이 계속되며 상장 주관사의 책임론도 커지고 있다. 빅히트는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 JP모건이 대표 주관을 맡았는데 이들 주관사는 지난 3월부터 5월까지 총 10차례의 기업 심사를 진행했다. 하지만 최종 공모가가 부풀려지는 걸 막지 못했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빅히트 공모가 산정 방식을 조사해달라는 국민청원도 등장했다. 지난 19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빅히트의 공모가격 어떻게 결정됐는지 밝혀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글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모든 것이 계획이라도 된 듯 문제점을 알고도 공모가격이 부풀려졌다”며 “팬들은 단순히 회사와 언론을 믿고 이틀 만에 투자금액의 절반을 잃었다”고 호소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공모가격이 적정 수준보다 높게 결정되면 상장 후 주가가 하락하는 등 투자수익에 부정적 영향이 있으므로 공모가 산정 방법과 근거를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며 “또 상장 주관사의 과거 IPO 실적을 참고하고, 기관투자자 수요예측 결과를 확인한 뒤 의무보유확약 물량 확인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뉴스웨이 허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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