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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목 잡힌 서영이앤티···3세 승계 마무리 난항

[하이트진로는 지금③]발목 잡힌 서영이앤티···3세 승계 마무리 난항

등록 2020.11.05 13:42

김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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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열사 합치고 쪼개며 지배구조 개편 ‘박태영-서영이앤티-하이트진로홀딩스’승계 지분 증여 과제 상속세 마련 관건서영이앤티 ‘일감몰아주기’ 공정위 타깃

유통업계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맞아 유례없는 한 해를 보내고 있다. 전통적인 유통업이 정체됐고 정부의 규제, 일본과의 무역갈등, 중국의 한한령 등으로 요동치던 유통시장은 코로나19 팬데믹 사태까지 마주하며 한 치 앞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 놓여있다. 당장의 실적뿐만 아니라 향후 이 후폭풍이 어디까지 미칠지도 미지수다. 오랜 불황에서 살아남기 위해 그간 내놨던 처방들이 더 이상 답이 아닐 수 있다는 우려도 팽배하다. 각 유통사들은 비상경영체제를 선포하는 한편 사업전략을 재편하는 등 또 다시 새로운 자구책을 모색하고 있다. 이에 본지는 유통업계 그룹사를 중심으로 최근 현안과 경영 상황 등 현주소를 통해 짚어본다.[편집자주]

발목 잡힌 서영이앤티···3세 승계 마무리 난항 기사의 사진

맥주 시장 1위 탈환과 소주 신시장 발굴 등 사업에서 여러 과제를 안고 있는 하이트진로는 승계작업에서 난항을 겪고 있다. 故 박경복 명예회장은 지난 2001년 차남인 박문덕 회장(당시 사장)에게 경영권을 넘긴 이후 경영에서 물어나며 아들 체제로 바꿨다.

박 회장이 처음부터 후계자로 지목된 것은 아니었다. 장남인 박문효 하이트진로산업회장은 조선맥주(하이트진로 전신)에서 이사-전무-부사장을 거치면서 1987년 대표이사 자리에 오르게 된다. 당시 박문효 전 대표의 나이는 40세였다. 박 전 대표는 1989년 부회장으로 승진하면서 후계자로 낙점된 듯 했다.

그러나 1991년 박문덕 회장이 당시 부사장에서 조선맥주 대표이사 자리에 오르고 박 명예회장의 지분을 증여받아 최대주주가 되면서 판도가 뒤집어졌다. 박문효 전 부회장은 박문덕 회장에게 경영권이 넘어가자 보유하고 있던 지분(1.98%)을 정리하고 하이트진로산업 등기임원직만 유지했다. 박 회장 체제로 운영되던 하이트진로는 지난 2014년 박 회장이 일신상의 이유로 대표이사직에서 사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며 김인규 대표가 지휘봉을 잡고 있다.

◇박태영, 서영이앤티 통한 지배력 확대=박 회장은 지주회사인 하이트진로홀딩스 지분 29.49%를 보유하고 있다. 2대 주주는 27.66%의 지분을 가진 서영이앤티다. 서영이앤티는 박 회장의 장남인 박태영 하이트진로 부사장과 차남 박재홍 하이트진로 전무가 각각 58.44%, 21.62% 지분을 차지하고 있다. 뒤이어 박문덕 회장(14.69%), 박문효 전 부회장(5.16%) 지분을 합치면 거의 100%를 오너일가가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하이트진로홀딩스는 하이트진로 지분 50.86%, 진로소주 지분 100%를 가지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하이트진로산업, 하이트진로음료 등 13개 계열사의 지분을 적게는 84.92에서 최대 100%까지 보유한다. 결과적으로 서영이앤티가 하이트진로 지배구조의 정점에 올라있는 것이 된다. 서영이앤티가 하이트진로 승계작업에서의 마지막 퍼즐이라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박 부사장은 2007년 12월 생맥주 기기 납품업체인 서영이앤티를 인수했다. 이듬해 2월 박 회장은 자신이 지분 100%를 소유한 하이스코트를 서영이앤티에 무상으로 증여했다. 하이스코트는 당시 하이트맥주 지분을 9.81%를 보유하고 있었다. 같은 해 12월 서영이앤티는 박 회장이 지분 73.6%를 가지고 있는 근대화유통을 흡수합병했는데, 이 회사는 하이트맥주 지분 0.49%를 보유하고 있었다. 이 과정에서 서영이앤티는 하이트맥주 지분 1.19%를 보유하게 됐다.

2009년 1월 박 회장은 하이스코트를 위스키판매사 하이스코트와 투자회사 삼진인베스트로 분할했다. 이때 하이트맥주 지분 9.81%은 삼진인베스트가 가져갔다. 동시에 박 회장은 하이트맥주를 사업회사인 하이트맥주와 지주회사인 하이트홀딩스로 분할해 지주회사체제로 전환했다.

같은 해 8월 하이트홀딩스는 자회사 하이트맥주 지분을 보유한 박 회장, 삼진인베스트, 서영이앤티, 하이트문화재단을 대상으로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진행해 자회사 지분을 지주회사지분으로 교환했다. 그 결과 삼진인베스트가 보유한 하이트홀딩스 지분이 24.66%로 증가해 2대 주주가 됐다. 이 과정에서 박 부사장이 보유한 서영이앤티 지분도 73%에서 58.44%로 줄었다.

◇박 회장 지분 증여 과제···상속세 마련 어쩌나 =2010년 4월 박태영 부사장이 최대주주로 있던 서영이앤티는 삼진인베스트를 1대 0 비율로 흡수합병해 하이트홀딩스 2대 주주에 올랐다. 이듬해 하이트맥주는 진로와 합병해 하이트진로로 출범했다. 결과적으로 서영이앤티 최대주주인 박 부사장은 하이트진로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서게 됐다.

승계작업의 마무리는 박문덕 회장이 보유한 하이트진로, 하이트진로홀딩스 지분을 어떻게 넘기느냐는 것이다. 현재 박태영 부사장이 직접적으로 보유한 하이트진로홀딩스, 하이트진로 지분은 없는 상황이다. 박 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하이트진로 지분은 보통주(2.58%)와 우선주(0.02%) 포함 2.6%다. 하이트진로홀딩스는 보통주(29.49%)와 우선주(0.02%)를 합해 29.51%를 갖고 있다.

박 부사장이 박 회장이 보유한 하이트진로홀딩스 지분을 물려받으려면 막대한 상속세나 증여세를 물어야 한다. 심지어 지난해 출시한 테라와 진로이즈백이 흥행하며 지난해 3월 21일 테라를 출시했을 때만해도 1만8150원에 불과했던 하이트진로 주가는 1년 3개월 만에 121.4%가 급등했다. 지난해 말에 비해 현재 하이트진로 주가는 53.8%, 하이트진로홀딩스 주가는 67%까지 뛰며 박 부사장의 증여세 부담은 더욱 늘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서영이앤티가 박 회장의 지분을 인수해 하이트진로홀딩스 최대주주로 올라서는 시나리오를 점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완벽하게 박 부사장-서영이앤티-하이트진로홀딩스로 이어지는 지배구조가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이 시나리오가 완성되려면 서영이앤티의 몸집을 더욱 불릴 필요가 있지만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서영이앤티에 대한 하이트진로의 ‘일감 몰아주기’를 단속하면서 재판부가 이를 박 부사장의 경영권 승계 비용 부담을 충당하고자 한 것으로 판단하며 부담이 커진 상황이라 승계작업 퍼즐 맞추기는 더뎌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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