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딜에 항공주 ‘훨훨’···대한항공 ‘글로벌 항공사’ 도약아시아나 부채·3자연합 행보 등 변동성 확대 가능성산은 유상증자 참여로 한진칼 ‘주주가치 희석’ 우려도
전날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인수 대상인 아시아나항공(29.84%)과 아시아나항공의 지분을 보유한 최대주주 금호산업(29.58%), 자회사인 아시아나IDT(30.00%)가 상한가로 장을 마감했다.
이번 빅딜의 주체인 대한항공도 전일 대비 3000원(12.53%) 오른 2만6950원에, 대한항공의 지주사인 한진칼도 전일 대비 4400원(5.66%) 오른 8만220원에 마감했다.
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 뒤 저비용항공사(LCC)의 단계적 통합 소식까지 전해지면서 이들 항공사 소속 진에어(13.37%)와 에어부산(29.91%)도 주가가 크게 뛰었다. 항공업 재편 기대감에 제주항공(7.76%)과 티웨이항공(7.02%) 등도 상승 대열에 합류했다.
증권가에서는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두고 일단 두 회사에는 모두 호재라는 평가다. 대한항공 입장에서는 ‘초대형 글로벌 항공사’ 탄생으로 시장 점유율을 높일 수 있고 아시아나는 향후 실적 개선 기대감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대한항공에게는 표면적으로 ‘승자의 저주’가 걱정될 수 있으나 실제로는 국내 항공시장을 지배할 수 있게 된다는 점이 더 중요한 변화”라며 “아시아나항공에게 호재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어 보이며 HDC현산 이후 표류하던 실적 기대감이 다시 부각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단기 주가 급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유승우 SK증권 연구원은 “10조원에 달하는 아시아나항공의 부채 문제는 대한항공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며 “게다가 한진칼 대주주인 3자연합의 향후 행보, 아시아나항공 무상감자 관련 주주총회 일정 등 이번 딜과 관련한 변동성도 상당히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인수는 산업은행이 8000억원을 투입해 대한항공 모회사인 한진칼을 지원하면 한진칼이 대한항공의 2조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참여하고 이런 방식으로 마련한 자금으로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에 1조5000억원을 투입해 최대주주로 올라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산은의 유상증자 참여로 기존 한진칼 주주들은 늘어나는 주식 수만큼 가치가 희석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한진그룹 경영권을 두고 조원태 회장과 대립해 온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반도건설 등 이른바 ‘3자연합’은 인수 방식에 대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KCGI는 전날 ‘조원태 살리기를 위해 국민 혈세를 낭비하려 합니다. 조원태 회장과 산업은행의 밀실야합에 대한 입장’이란 제목의 자료를 통해 “조원태 회장의 단 1원의 사재출연도 없이 오직 국민의 혈세만을 이용해 한진그룹 경영권 방어와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나서려는 시도를 강력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어 KCGI는 “조원태 회장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시도는 한진칼과 대한항공 일반주주와 임직원들의 이해관계가 전혀 고려되지 않은 채 일방적 희생만을 강요하는 것”이라며 “주주 전체를 상대로 유상증자를 실시하고 실권이 생기면 산업은행에 배정하는 방식이 공정하고 합리적”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이한준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한진칼 주가 기저에는 그동안 지분경쟁으로 인한 수급이 있다”며 “그러나 산은 제3자 배정 증자로 인해 지분경쟁이 종식될 경우 추가적인 지분 확보가 필요 없고, 오버행(잠재적 대기 매도 물량)까지 우려해야 하는 상황을 맞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엄경아 신영증권 연구원도 “KCGI가 지분을 더 사도 과점을 못 할 정도로 제3자 증자를 해버리면 지금까지 (KCGI가) 돈을 들여 지분을 산 게 의미가 없어진다”며 “한진칼 주가는 영업이나 사업이 아니라 오직 지분 경쟁 하나로 지금 수준까지 왔는데, 지분 경쟁이 무효가 되면 개인투자자들은 주식을 더 매도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향후 항공업 전반에 걸친 구조조정 과정에서 주가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아시아나항공은 기간산업안정기금을 받았으나, 적자 상황이 이어지고 이에 따른 자본 잠식 우려가 여전하다”며 “고정비 절감을 위해서는 운영 기재 및 인력 축소가 필요하며, 자회사 저비용항공사에 대한 구조조정도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딜이 끝난 것이 아니고 아직 넘어야 될 산이 많이 남아 있기 때문에 단기 주가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며 “묻지마 투자를 지양하고 상황을 잘 따져봐야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뉴스웨이 고병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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