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이사보다 지분 더 많은 슈퍼개미...일감 몰아주기 의혹 제기“대주주의 사익 편취로 기업 본질 가치 훼손”...검사인 선임 신청“주주배당 소홀한데 대표는 월 1억”...경영권 분쟁으로 확전되나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박 대표는 지난해 11월 이연석 조광피혁 대표가 일감 몰아주기를 했다며 법원에 검사인 선임을 신청했다. 검사인은 회계와 재산 상태를 조사하는 임시 직무로, 주주총회 의결이나 법원 판결로 선임할 수 있다. 법원은 다음달 8일 검사인 선임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지난 2006년부터 15년째 조광피혁에 투자 중인 박 대표는 개인지분만 94만938주(14.16%)를 보유하고 있다. 개인주주 가운데 지분이 가장 많은 박 대표는 경영진인 이 대표(10.03%)보다도 지분율이 높다. 개인주주의 지분율이 대표이사보다 높은 건 이례적인 일이다.
박 대표는 왜 조광피혁에 칼을 겨누게 된 걸까. 이 대표가 자신이 지배하는 회사에 일감을 몰아줘 사익을 편취했다는 게 박 대표의 주장이다. 기업의 본질 가치를 훼손하는 행위에 대해 주주로서 적극 방어하겠다는 뜻이다.
박 대표는 뉴스웨이와의 통화에서 “조광피혁의 일감 몰아주기 의혹은 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조심스럽다”면서도 “검사인을 통해 해당 의혹에 대한 사실 여부를 밝혀낼 것”고 밝혔다.
◇이연석 조광피혁 대표, 통행세 거둬 사익 편취?...사측 “사실무근”
박 대표는 조광피혁과 ‘조광’ 사이의 거래가 정당하게 이뤄졌는지 따져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조광은 조광피혁의 피혁 원단을 다른 봉제업체로 공급하는 회사다. 이 대표가 경영을 맡고 있는 조광은 지난 5년간 조광피혁으로부터 1000억원이 가까운 거래대금을 받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박 대표는 조광이 받아온 ‘통행세’가 이 대표에게로 흘러 들어간 것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조광피혁이 거래처에 직접 납품할 수 있는데도 굳이 중간회사가 끼어들어 갔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조광피혁의 매출이 감소했다면 주주가치를 크게 훼손한 꼴이 된다.
박 대표는 “검사인 선임을 신청한 건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해서도 아니고 경영권을 잡겠다는 것도 아니다”라며 “공정한 자본시장 구축을 위해 최대주주의 배만 불리는 불투명한 지배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조광피혁은 코스피 상장사인데도 경영진이 개인회사처럼 운영하려 했다”며 “이 대표가 지난 2017년 퇴직금을 중간정산할 당시 연봉을 기존 3억원에서 18억원으로 마음대로 올린 게 그 사례”라고 꼬집었다.
이 같은 의혹을 부인하고 있는 조광피혁은 극도로 말을 아끼는 모습이다. 조광피혁 관계자는 “해당 의혹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 외에는 드릴 말씀이 없다”며 “현 시점에서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주주배당, 9년간 주당 100원에 두 번뿐...“이익금 30% 배당해야”
박 대표는 이 대표가 주주가치 제고보다 사익 챙기기에만 혈안이 돼 있었다고 보고 있다. 2011년 이후 9년 동안 조광피혁의 배당은 주당 100원에 두 해에만 이뤄졌기 때문이다. 반면 박 대표보다 지분율이 적은 이 대표는 월 1억원씩 급여를 받아 챙겼다는 지적이다.
박 대표는 “이 대표는 지난 2012년 부사장으로 승진하며 미등기임원이 됐고, 이를 통해 의무적으로 보수를 공개해야 하는 규정을 빠져나갔다”며 “하지만 금감원 공시 서식 기준 변경으로 미등기임원도 보수를 공개하게 됐는데, 이 대표는 2018년과 2019년 모두 연간 12억원을 가져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낮은 배당성향은 불투명한 지배구조와 더불어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주요 원인”이라며 “조광피혁처럼 여력이 충분한 회사는 이익금의 30%를 배당해 주주들과 성과를 공유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뉴스웨이 박경보 기자
pkb@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