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서 보는 기업가치 3조원으로 격차 커롯데·신세계 등 대기업 투자 여력 많지 않아사모펀드 인수시 시장 파급력은 미미할듯
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미국 이베이는 지난달 19일(현지시간) “한국 사업에 대한 다양한 전략적 대안을 탐색, 검토 및 평가하는 절차를 시작했다”며 이베이코리아의 매각 가능성을 공식화 했다.
이베이코리아가 여전히 오픈마켓 시장 장악력이 높은 1위라는 점 등을 고려할 때 매력적인 매물이라는 점에 업계의 이견이 없다. 그럼에도 시장에서 거론되는 유력한 인수후보, 원매자 등의 분위기는 미지근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동종업계의 원매자들은 정보 탐색 차원에서 인수전에 발을 들일 가능성은 있으나 실제 매각 성사까지 경쟁할 만한 인수 후보는 많지 않다는 평이다.
이는 이베이코리아의 몸값 때문이다. 이베이 본사에서는 이베이코리아의 매각가로 5조원을 원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업계에서 실제로 보는 이베이코리아의 기업가치는 3조원 수준으로 갭이 크다.
이베이코리아는 2019년 기준 거래액 16조원으로 이커머스업계에서는 네이버에 이은 2위 사업자다. 이커머스 업체들 중 유일하게 수년째 흑자를 내고 있고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는 점 등도 매력적이다.
그러나 이베이코리아의 경쟁력이 점차 약화하고 있어 시장 포지션도 애매해지고 있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우선 오픈마켓 시장에서의 경쟁력 약화가 거론된다. 오픈마켓은 외부 판매자들이 입점해 물건을 판매할 수 있도록 하는 플랫폼으로 물류센터 등을 필요로 하는 직매입 형태 이커머스보다 상대적으로 투자비용이 적게 든다. 이 때문에 시장 유력 사업자들이 속속 오픈마켓 시장에 뛰어들며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실제로 네이버쇼핑이 이미 거래액으로는 이베이코리아를 뛰어넘었으며, 유통 대기업인 롯데와 신세계 역시 각각 롯데온(ON)과 SSG닷컴을 통해 오픈마켓을 운영 중이거나 진출을 예정하고 있다.
이베이코리아와 유사한 형태의 이커머스업체들이 증가하면서 이베이 고객들이 지속해서 충성도 높은 모습을 보여줄 지에 대해서도 업계에서는 의문을 품고 있다. 쿠팡의 경우 로켓배송, 롯데와 신세계는 오프라인 매장과 상품이라는 경쟁력을 확보 중이고 네이버는 CJ와 맞손을 잡는 등 충성고객 잡기에 매진하고 있다. 반면 이베이코리아의 고객 다수는 최저가 검색을 통해 접속하는 경우가 많고 이베이코리아만의 차별화 한 경쟁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이베이코리아의 강점인 ‘흑자’ 역시 점차 줄어들고 있다. 이베이코리아의 연간 영업이익은 2015년 801억원을 기록한 후 2016년 669억원, 2017년 623억원, 2018년 485억원으로 계속 감소하다 2019년 615억원으로 증가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5조에 달하는 몸값을 감당할 만한 기업은 많지 않다.
이베이코리아의 몸값을 고려할 때 유통업계에서는 롯데, 신세계, 현대백화점 등 대기업의 이름이 인수 후보로 거론된다. 롯데와 신세계는 현재 이커머스업계 후발주자인 만큼 이베이 인수로 이커머스 사업을 더욱 키울 수 있어 시장 판도를 완전히 뒤집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현대백화점은 본격적인 이커머스 사업을 하고 있지는 않지만 단숨에 시장 톱 지위에 오를 수 있다.
그러나 이들 그룹 모두 실제 투자할 만한 여력은 많지 않은 상황이다. 롯데그룹은 최근 계열사의 전반적인 실적 악화로 그룹 정상화에 매진하고 있으며, 신세계그룹은 야구단 인수, 화성 테마파크 등에 투자를 늘린 상황이다. 현대백화점그룹은 기존 사업과의 연관성이 높은 사업을 위주로 인수합병(M&A) 전략을 짜고 있어 오픈마켓을 운영하는 이베이코리아에 관심이 높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KKR, MBK 등 사모펀드가 더 유력한 후보로 꼽힌다. 특히 이베이코리아가 보유 중인 카카오뱅크 4%의 가치가 계속 상승하고 있다는 점이 사모펀드에게 더 매력적일 전망이다. 카카오뱅크가 올 하반기 기업공개(IPO)를 천명한 만큼 이 지분가치는 더 오를 가능성이 크다. 다만 사모펀드가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할 경우 실제로 이커머스 시장에 미치는 파급력과 영향은 미미할 전망이다.
뉴스웨이 정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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