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 지난해 증자 덕 자본 총액 늘어4대 금융지주 중 유일하게 당국 권고 제쳐‘2019년 배당 성향 1·2위’ 우리·농협 고민당국 정책 따라가되 주주 진정책 내놓을 듯
신한금융지주는 지난 2일 이사회 결의를 통해 올해 결산 배당 금액을 보통주는 1주당 1500원, 종류주는 1주당 1716원씩으로 결정해 총 8038억원을 배당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보통주에 대한 배당 성향은 22.7%로 2019년보다 4%포인트 정도 낮아졌다.
당초 금융당국은 올해 초 국내 각 금융지주와 지주회사가 없는 은행들을 대상으로 결산 배당 성향을 20%로 낮춰달라고 권고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은행의 보수적 자본 관리와 충격 흡수 능력 보유를 위해 충당금을 더 쌓아달라는 취지였다.
5대 금융지주의 2019년 실적 기준 평균 배당 성향은 25~28%다. 이 중 농협금융의 배당 성향이 28%로 가장 높았고 우리금융의 배당 성향이 27% 뒤를 이었으며 신한금융이 25%로 가장 낮았다. 그러나 현재 상황으로는 신한금융이 가장 높은 배당 성향을 나타낼 가능성이 커졌다.
이미 배당 성향을 정한 KB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는 배당 성향을 20%로 낮췄다. 지난해보다 이익을 더 벌었으나 손실 흡수 능력을 강조한 금융당국의 정책 취지에 동참하고자 배당을 줄이고 충당금을 더 쌓기로 한 것이다.
신한금융은 지난해 9월 단행한 1조1582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덕분에 배당 축소 권고를 이행하지 않아도 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신한금융은 지난해 유상증자로 아시아권 대형 사모펀드인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와 베어링프라이빗에쿼티아시아를 전략적 투자자(SI)로 영입했는데 향후 우호 지분을 사들이면서 자본 총액을 늘렸고 이것이 결국 스트레스 테스트 배당제한 규제 비율을 통과한 요인이 됐다.
문제는 아직 배당 규모를 정하지 못한 우리금융과 농협금융이다. 두 회사 지난해 이익에 대한 주주들에게 배당금을 지급해야 한다. 다만 주주들에게 배당금이 돌아가는 우리금융과 달리 비상장사인 농협금융은 모회사인 농협중앙회에 전액 배당금을 줘야 한다.
우리금융과 농협금융 모두 2019년 실적 기준 배당 성향이 25%를 훌쩍 넘었기 때문에 당국의 권고를 따르기에는 상당한 부담이 따른다. 그러나 그렇다고 기존 배당 수준을 유지하는 것도 안팎의 우려가 있다.
우리금융은 지난해 1조3073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면서 2019년보다 이익이 30.2% 감소했다. 상장된 4대 금융지주 중 코로나19의 타격을 가장 많이 받았기에 애초에 지급될 배당금의 지급 규모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그나마 이익 감소로 배당금 지급 총액이 줄어드는 상황인 만큼 향후 위기 대응을 위한 취지로 KB금융이나 하나금융처럼 배당 성향을 20%로 줄이되 추후 이익 증가 추이에 따라 배당 성향을 다시 올리겠다는 설득이 주주들에게 조금이나마 통할 가능성이 있다.
농협금융은 사정이 살짝 다르다. 농협은행의 이익이 줄었음에도 NH투자증권, 농협생명, 농협손해보험, 농협캐피탈 등 비은행 계열사의 선방으로 1조7395억원의 연간 순이익을 기록했다. 이익 규모로 보면 우리금융을 제치고 4위를 꿰찼다.
그러나 배당 구조상 배당금을 줄이면 농업인들에게 돌아가는 지원금도 줄게 된다. 농협금융의 배당 구조는 다른 금융지주와 약간 다르다. 100% 지분을 쥔 농협중앙회에 배당금을 주면 이는 각 지역 조합원들에 지급되고 농업 진흥 사업 자금으로 쓰인다.
농협금융의 배당금을 줄이면 농업인들을 위한 각종 사업이 줄어들기 때문에 ‘농민과 농업에 대한 지원 확대’를 모토로 삼은 농협금융의 기본 운영 취지가 훼손될 수 있다. 그러나 금융지주 중 유독 정부와 거리가 가까운 농협금융의 특성도 무시할 수 없다.
여러 여건을 고려한다면 우리금융과 농협금융 모두 금융당국이 내세운 배당 성향 20% 축소 권고에 동참할 가능성이 크다. 대신 별도의 ‘당근’을 어떤 형태로 제시하느냐가 최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금융과 농협금융 관계자는 “아직 배당 문제를 어떻게 결론 낼 것인지 정해지지 않았다”면서 “주주와 고객에게 최대한 이익이 돌아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것이 원칙”이라는 원론적 견해를 폈다.
뉴스웨이 정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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